무라카미 하루키 단편소설 읽기
저는 '뉴욕 탄광의 비극' 을 제일 좋아합니다.
'주위의 친구들도 대강 비슷한 나이였다. 스물일곱, 스물여덟, 스물아홉...그건 죽음과는 어쩐지 어울리지 않는 나이다. 시인은 스물하나에 죽고, 혁명가와 로큰롤 가수는 스물넷에 죽는다.
그것만 지나고 나면, 당분간 어떻게든 잘해 나갈 수 있을 거라는 게 우리들 대부분의 예측이었다.
(중략)
우리들은 온화한 봄날 햇살 아래서 한창 양복을 갈아입는 중이었다. 좀처럼 사이즈가 맞지 않거나, 셔츠 소매가 뒤집혀 있거나, 오른쪽 다리는 현실적인 바지에 밀어넣으면서 왼쪽 다리는 비현실적인 바지에 밀어넣어 보거나 하는, 그런 작은 소란을 피웠다.
살육은 기묘한 총성과 함께 찾아왔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부분이죠.
저 나이를 지난 지는 한참 되었고, 이쯤이면 질풍노도는 끝났다고 안도한 적도 없이 아직도 사이즈가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기분이지만요.
위에 써주신 '캥거루 통신'도 좋아하고, '창', '졸립다'도 좋아합니다.
'창'에는 하루키 소설 중 제일 좋아하는 구절이 나옵니다.
'세상이란 데는 기묘한 곳입니다. 내가 참으로 요구하는 것은 아주 보통의 햄버그 스테이크인데도, 그것이 어떤 때는 파인애플을 뺀 하와이언 식 스테이크라는 형태로만 제공되는 것입니다.'
이 글에 영향받아 어제 도서관에서 '헛간을 태우다' 읽었네요. 30쪽에 영화 워밍업을 끝낼 수 있다니 넘나 좋은 것..
허세, 훌륭함이 다 느껴지는 소설이었어요. 이창동이 어찌 풀어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