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쉘 보고 왔습니다.

밤쉘Bombshell에는 중의적인 의미가 있죠. 이 나라에서 잘 하는 '충격! XX씨가~'하는 식으로 터뜨리는 소위 폭탄선언. 그리고 '쌔끈한 여배우'라고 의역하면 좋을 그런 의미.


어쨌든 헤디 라머에 대해서는 단편적으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어렸을 때 봤던 '삼손과 데릴라'에 나왔던 그. 찍어낸 듯한 전형적인 미모의 원형. 그리고 이번 영화를 보기 전에 습득한 정보. '사실 와이파이와 블루투스가...' 딱 그 정도만 알고 봤습니다. 예전에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생애를 보여준 다큐멘터리 '에이미'를 참 좋게 봤던 기억도 있어서 은연중에 비슷한 모양새를 기대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완전히 다른 사람의 완전히 다른 이야기인데 도대체 무슨 기대였는지;


아무튼 사실들의 나열 속에서 강조되는 건 미모로만 평가되어 온 한 배우 이야기. 그리고 그 배우가 그 시대의 헐리우드에서 얼마나 착취당했는지 고발하는 내용. 요즘처럼 페미니즘 이슈가 활발할 때, 이런저런 각도로 스스로의 생각도 되새겨 볼 법한 좋은 영화였습니다. 할 말은 이것저것 더 있지만 제 안에서 정리가 아직 안 되었군요.


추천합니다.

    • 살아계실 때 인정 받아서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상이 여성의 외모에만 가치를 두지 않을 때 얼마나 많은 것을 할 수 있는가 라는 말이 계속 머릿속에 떠돌더군요. (리베카 솔닛의 “우리가 그저 살아남는데만 매달리지 않아도 된다면 그 많은 에너지를 다른 중요한 일에 쏟을 수 있겠는가” 라는 말과 비슷하네요.)
      • 살아남는데, 꾸밈노동에 낭비한 그 많은 에너지들... (깊은 한숨)

    • 예쁜 여성에게 덧쒸우는 이미지가 본인에게 얼마나 치명적으로 작용하는지...
      • 각성제 수면제 마약까지 동원해서 착취하는 그 바닥을 보니 더더욱 미美가 덧없고 그렇게 느껴지더군요.

        • MGM이 당시 영화사 소속 배우들에게 매우 강압적인 것으로 악명이 높았다고, 주디 갈란드 이야기도 있었는데 이 다큐에서도 반복되네요. 당시 배우들 누구도 피할 수 없었던 듯. 그런데 닥터필굿으로 불리는 의사는 참 황당하더군요.
    • 댓글 쓰다보니 생각났는데 다큐에 양심 팔아먹은 사람들이 많이 나온게 흥미(?)포인트였네요. 유럽의 불안한 분위기 이용해서 헐값에 배우들 데려오고, 각성제에 수면제 먹이면서 일 시키고 의사가 놓는 주사는 또 뭐임??? 또 헤디 라마가 도움이 되겠다고 만든 주파수도약을 당시에는 안쓰다가 특허기간 끝나고 맘껏 쓰는 풍경 등. 누군가는 절박함에 선의를 보여도 다른 누군가는 아사리 판에서도 느긋하게 기다리며 손실 안보고 최대 이익을 챙기려고만 하고 세상은 늘 50:50 으로 굴러가는군요.
    • 미드 타임리스 2시즌 3화에서 역사를 바꿔버렸다네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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