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괜찮은 옷, 옷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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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듀게에 자주 와서 글을 읽고 가지만 요근래 로그인은 한 번도 하지 않고(못하는 것에 더 가까웠어요)

글을 쓰지도 못했는데

한 번 터지니까 시답잖은 이야기라도 자꾸 쓰게 되네요 하하.



1. '괜찮은 옷' 이 있으신가요?

괜찮은 옷, 하면 근사한 장소에 입고 갈 만한 번드레한 옷이나, 누구에게도 꿀리지 않을 비싸 보이고 좋은 옷, 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요즘 제가 괜찮다고 생각하는 옷은 이런 것이에요.

별로 비싸게 주고 사지도 않았고(살 때 너무 어려운-내가 주체가 되어 옷을 산 게 아니라 옷에 눌려 옷을 산 느낌? 그렇지 않았고)

심지어 처음에 그렇게 나와 잘 어울리는지도 모르고 샀는데

어디서나 입기 좋고(가볍게 격식 차린(?) 만남에서부터 일상의 외출, 머리 손질 안 된 집 앞 외출까지 어쩐지 모두 소화할 수 있어요)

나와 미묘하게 참 잘 어울리는

그런 옷이 '괜찮은 옷'인 듯 합니다.


제게 그런 옷이 하나 있어요. spa브랜드에서 몇 년 전에 산 마 원피스로, 단색의 체크 무늬이고 색상은 어두운 편이고

모양도 딱 떨어지는 옷은 아니에요(끈으로 마무리를 합니다).

그런데 이 옷을 입으면 저의 장점이 살짝 배어나와요. 심지어 제가 하는 어떤 머리 모양에도 잘 어울려요.

게다가 이 옷을 입고 나가면 사람들이 은근히 좋아해 줍니다(?). 심지어 몇 년 전 함께 일했던, 냉철한 편이어서 쓸데없는 말은 잘 하지 않던 여자 직원이

(저보다 연하였어요) "이런 말 외람되지만 오늘 귀여우시네요" 라는 칭찬을 해줄 정도였어요.

그 이후 이 옷에 대한 신뢰도는 점점 올라가게 되었습니다.

이 옷보다 몇 배는 더 비싼, 야무진 맵시의 옷이나 광택감 있는 옷보다도

이 마 원피스를 입을 때 제가 참 저답고, 어디 나가서도 웬지 자신감이 생겨요. 

그런데 문제는 이 옷을 구입할 때처럼, 만나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어요. 이 옷을 살 때 이렇게 좋은 결과(?)를 낼 줄 모르고 그냥 산 거거든요.

그에 비해 저는 옷을 살 때 계획적으로(철이 바뀔 때 미리, 필요했던 옷의 종류와 색감 등에 대해 생각해 두고  그 안에서만 사려는 편입니다) 사는 편이라

그렇게 옷과의 우연한 만남(?)이 잘 생기지 않고, 계획적으로 산 옷은 딱 그 역할만  할 뿐 그 이상의 ('괜찮은 옷'과 같은)역할을 하지는 않더라구요...


언제 또 이런 옷을 만나게 될까요. 여러분도 이런 옷을 가지고 계신가요?



2. 제가 온전히 저 혼자서만 제 옷을 고르는 게 일상화된 건 30대부터인데요

(그전엔 쇼핑에 가족등 가까운 사람들이 동행했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많이 반영했어요)

요 몇 년 간은 몰랐던 사실이 있어요.(이제야 그걸 알았냐고 하실 분들도 있겠네요)

옷을 한 벌 사 입은 지 3년 정도 지나면(특히 요즘처럼 spa브랜드를 많이 이용할 때에는) 후줄근해지고 어딘가 모양도 옛스럽고(?)

옷의 질도 떨어지니 비슷한 종류의 옷을 새로 구입해야 할 수 있다는 것을요.

저는 한 번 사면 10년은 입는 줄 알았거든요. (사실 거의 모든 옷을 살 때마다 경제적으로도 부담을 느끼는 만큼 오래 입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1.번의 옷과 같은 시기 구입한 단색의 또다른 마 셔츠원피스가 있는데

저는 아무 생각 없이 몇 년째 계속 입었었지만, 어느 날 어머니가 그 셔츠원피스를 보시더니

'몇 년 입더니 벌써 린넨 빛도 바래고 (옷감도)닳았네, 버려야겠다' 하시는데

속으로 놀랐어요. 아니, 구멍도 안 나고 안 맞는 것도 아닌데 왜?

그런데 그 말을 듣고 옷을 요모조모 살펴보니 정말 바랜 티가, 오래된 느낌이 확 나더라고요...(마 소재 옷감이라 더 그렇겠지만)

그래서 요즘은 가까운 곳에 나갈때만 입고 있습니다.


여성회원 많은 모 게시판에서 (특히 여름옷의 경우) 3번만 빨아도 그 옷은 후줄근해지니 외출용으로 입기 어렵다,

(이건 제 경우 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spa브랜드에서 산 옷은 1년만 입고 버린다는 생각으로 산다, 이런 말들을 보니

아무 생각 없이 그저 필요와 욕구, 경제성 정도만 고려해서 사 왔던 저의 '의류 생활' 에 약간 충격이 왔어요.

그리고 저런 법칙(!)을 적용할 경우, 1번의 '괜찮은 옷' 도 괜찮은 옷이 아닌지도 모르지요(벌써 수십 번은 빨았을 테니...다행히 2번의 셔츠원피스에 비해

변형이 적어요 신기하게도)

옷을 사는 것은 상황이 받쳐 주면 참 즐겁지만, 약간 골치 아픈 일이기도 하네요...


    • 괜찮은 옷 있습니다! 스파 브랜드 옷인데도 저에게 잘 어울리고 어디에나 무난한 옷이 있더라고요. 스파 브랜드도 유행에 따라 계속 옷 디자인이 계속 변하는데 제 체형에 맞는 디자인이 나왔을때 깔별로 사서 갖춰두기도 합니다. 스파 브랜드가 나오기 전에는 눈으로만 보고 저에게 어울리는 옷을 골랐는데, 스파 브랜드 핏팅 룸에서 여러 옷을 입어보고 고르니까 저에게 어울리는 옷을 더 정확하게 고를 수가 있더라고요. 청바지의 경우 제가 스키니진을 아주 싫어하는데 몇해전 스키니 유행이 막 시작되었을 때 산 부츠컷 청바지 여러벌을 아직도 입고 있거든요. 이 청바지들이 다 떨어지기 전에 부츠컷 유행이 다시 돌아오기를 기도하고 있어요. 

      • 저는 전에 같은 모양의 옷 깔별로 갖춰 두는 걸 이해하지 못하는 편이었는데 이제는 '깔별로 갖춰놨어야 했어!' 후회하는 옷들이 생겨요 ^^; 어떤 옷이 비교적 내게 맞고 편하면서 손이 잘 가는 지를 알게 된 후부터 그 옷이 마모되는 게 너무 아쉽게 느껴지더라고요. 저도 깔별로, 여러 벌 갖추고 싶을 만큼 잘 맞는 옷이 다시금 눈에 들어왔으면 좋겠네요.

    • 저는 유니클로 자주 갑니다. 유니클로에서 빅사이즈 의류를 취급하고 나서부터 질 안 좋고 더 비싸기만 한 큰 옷집을 갈 이유가 없어졌거든요(...). 그리고 마음에 드는 옷도 가끔 나와요. 디자인에도 신경쓰고 있는 회사라 좋아합니다.

      • 고백하자면 윗글에 쓴 옷들은 유니클로 옆집 같은(ㅎ) 스파 브랜드에서 산 옷들이었어요. 그 전에는 그 브랜드만 자주 가고 유니클로에는 한동안 잘 가지 않았었는데, 요즘 유니클로에 가 보니 괜찮은 아이템들이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에어리즘도 여름에 잘 입었고요.

    • 전 옷은 거의 동생과 같이 고릅니다.

      동생이 불같이 반대할 때는 - ex) 거지같다고!! - 타당한 이유가 있더라구요.

      반대를 무시하고 샀다가 정말 넝마같은 옷이라고 판명 날 경우 동생의 비웃음이 무섭기도 하고요.하하.


      저도 옷은 한번 사면 몇년을 두고 입는다고 배운터라, 옷을 고를 때 ‘튼튼한 바느질’도 고려 대상입니다.

      그래서 제 경우엔 SPA는 망설여지는데요.

      특히 유니클로가 처음엔 적정한 가격에 기본적인 디자인과 괜찮은 바느질의 옷들을 팔았는데.. 요즘엔 품질이 확연히 떨어지고 가격은 1.5배 이상 오른 듯한 느낌입니다. 티셔츠들은 세탁 한번이면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게 늘어나요. ㅠ.ㅠ
      • 튼튼한 바느질 말씀이 나와서 말인데 저는 그냥 보세 옷들(특히 아이옷들은 더더욱요) 중에서 밑단 처리가 허술하게 된 옷들은 사기가 싫더군요.


        아무리 멋내려고 일부러 그렇게 한 옷이라도요.


        요즘은 옷을 고를 때 일단 혼자 고르고 사는 편이지만, 혹시 두세 벌 두고 헷갈릴 때에는 사진 찍어서 여동생에게 조언 받기도 해요 ㅎㅎ 자매끼리 


        스타일이 달라서 옷을 같이 공유하기는 어렵지만, 뭐랄까 옷을 볼 때 시각의 균형을 맞추는 데엔 도움이 되더라고요.

    • 듀게에 정말 오랜만에 댓글을 쓰게 되네요 :> 이런 소소한 일상글 예전엔 많은 분들이 올려주셨었는데 그 시절 생각이 납니다.

      여튼, 저도 그런 옷 있어요. 정말 평범한 면 백프로로 된 흰색 후디였는데, 정말 아무데나 잘 어울렸고 아무리 세탁해도 짱짱했어요. 천년만년 입고 다닐 줄 알았는데 칠칠맞은 제 성격 어디 못 가고 오렌지 쥬스였나?를 흘려서 물이 들었더니 그 이후로 지워지지 않아 못 입게 되었지요.

      이런 후디쯤이야 얼마든지 있으니까 ㅡ 하고 생각하고 툭 버렸는데 으앙....ㅠㅠ 말씀하셨듯이 그런 정말 잘 맞는 나만의 옷(?)은 사람 인연처럼 하늘에서 내려오는 게 아닐까 생각이 될 정도로 같은 옷은 커녕 그 비슷한 옷도 찾기 힘들더군요. 심지어 그 후디 산 옷가게에 가서 비슷한 옷 또 없냐고 물어볼 정도였었는데. ㅎㅎ 참 맛있게 입었더랬죠 ㅠ...

      여담이지만 읽으면서 정세랑 작가님의 <웨딩드레스> 생각이 났어요. 아주 짧은 소설이고 인터넷에서 전문을 보실 수 있는데 (어딘가의 웹진에 올라와 있는 걸로 기억나요..불법 텍본 이런 게 아니라는 뜻입니다 ㅠ) 거기서도 아주 잘 어울리는 하늘색 스카프를 가진 여자 이야기가 짧게 나와요. 안 읽어보셨다면 한번 읽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딱 쓰신 것처럼, 그 스카프를 하고 나간 날마다 사람들이 칭찬을 하고, 어디에나 잘 어울려서, 자신의 장점을 잘 살려 줬다는 묘사가 나오거든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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