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없어 버린 것들이 다시 생각날 때

저희 가족들은 물건을 못 버리는 성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집에 가면 쓸모없는 것들이 북적북적 쌓여있어요. 심지어 냉장고에도요.

반면에 저는 애정 없이 휙휙 잘 버리는 성향입니다. 심지어 사람도요.

제가 정리를 잘한다는 소리를 듣는데, 이유가 그냥 버려서에요. 그냥 다 버리고 나면 깔끔해질 수 밖에 없죠.


그런데 저도 나이를 먹는걸까요? 

자꾸 예전에 버렸던 것들이 떠올라요. 다시 보고 싶고, 가져 두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 들어요.

지금은 책이 몇 권 떠오르는데, 생각해보면 당시엔 왜 그리 가차 없었는지 모르겠어요. 

개중 하나는 학교 기숙사 생활할때 냄비받침으로 쓰다가 퇴소하면서 같이 버렸고, 다른 하나도 단체생활 하면서 꾸깃꾸깃해지자 거기 창고에 두고 왔어요. 꽤 오래되었는데 지금도 다 기억나는게 신기하네요.

그냥 마음에 안드는 부분이 조금 있거나, 당시 삶에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면 그래왔어요. 훌훌 털어버리는 느낌이 좋았거든요.

노래가사처럼 진짜 오랜시간이 지나야 소중한 걸 알게되는 게 있나봐요. 뒤늦게 되게 좋아했다. 혹은 관련된 모든 걸 모아 두어야 했었다.는 기분이 들어서 지날수록 더 좋아지는거죠.

아무튼 미련이 많이 남아 중고서점을 뒤져보니 하나는 가격이 말도 안되게 높아졌고, 다른 하나는 아예 구할 수도 없군요.

뭘 남겨두고 뭘 버려야 하는지 이제 판단을 못하겠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안 버리고 쌓아두나봐요.


    • 생필품이 귀했던 시절에 있었던 나이 많은 분들은 애물단지가 될 것도 잘 못버립니다.


      또 한 이유는 지난 시절의 안타까움이죠 그런데 아주 못버리는 것도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확확 버리는 사람이 부럽습니다 저도 별일이 있으면 버릴까 안(못)버려요.

      • 균형잡기가 힘든 것 같아요.


        계속 쌓아두는게 추억이라는 얘기도 공감이 가네요. 저도 나이가 들면서 과거로 회귀하는 버릇이 생기는게 느껴져요.

    • 버리는 것도 어려운 일인데 버리고 돌아보지 않는 경지는 더 높이 있는 거군요. 그래도 전 일단 버리는 것부터 시작해야겠습니다. 짐이 점점 짐처럼 느껴지고 있어요. 

      • 제가 자주 이동을 한 탓도 있는것 같아요. 뭔가 갈때마다 짐이 되어서...그게 습관이 된 것 같은데 요즘은 마음이 허해서 그런지 뒤늦게 눈에 밟히는게 많네요. 

    • 옷가지는 팍팍 잘 버리는데 책과 노트 같은건 정말 버리거나 팔기 어렵더군요. 거기에 고장난 핸드폰, 외장하드, usb도 버리기 전에 부숴야하는데 부수기가 귀찮거나 죄책감?이 들어 못버리고 있고... 그런데 버리고 나서 아깝고 생각나는 물건들?  다행인지 아직까지 그런 물건?은 없었어요.  덩치 제법 크고 제법 멀쩡했던 소파같은 것도 버리거나 남 줘버렸는데 전혀 아쉬움도 안생기더군요. 어쩌면 물건 자체의 필요보다 그 물건에 대한 개개인의 다 사정이 있는 미련이나 집착 자체가 문제인게 아닐까 싶습니다. 

      • 집착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때론 '난 이제보니 이런 사람이었어. 난 이런 사람이 될래.' 하면서 다시 끄집어내는 집착들도 생기는 것  같고...


        전자제품들도 많이 생각나요. 어릴때부터 많이 샀었는데 매번 쓱쓱 팔았거든요. 지금 쓰는 것 말고는 남은 게 없네요.그리고 구석에 남은 vhs테입이나 뭔가를 녹화했던 6mm테입, 호환방식이 다른 구형 하드디스크, md디스크를 볼때마다 다시 플레이어를 구해볼까 하는 생각도 들곤 합니다.

    • 그게 주기를 타더군요. 나중엔 그리움도 그냥 가라앉겠지 하게 돼요.

      버린 만화책 다시 모았다가 라면 흘리고...이런 짓을 되풀이하면 진동하다가

      일정한 곳으로 수렴하게 됩니다.--a


      대학때 입던 스타일이 요새 딱 유행이라서 몇몇 개는 눈에 아른거리긴 합니다. 성인 되었다고 사주셨던 정장들 학생이 입긴 과했는데 지금 출근용으로 입으면 딱 좋겠더군요.
      • 맞아요. 당장 곧 예정된 이사때 '참 괜한 걱정' 하면서 전 다 버리고 가겠죠. 

    • 전 정말 못버렸어요. 모든게 다 추억이 되는거니까라는 생각에. 더구나 내가쓴 수많은 일기장이나-이건 절대 안버려요-글들, 사진들,,,기록에 엄청 집착했거든요.


      그러다가 랜섬으로 컴퓨터에 몇년치 글이 다 날아가고 나서는 멘붕과 함께 해탈을 경험했죠. 지금은 물건을 전에 비해서 참 잘 버려요. 다 모아두면 뭐하리


      나죽으면 누가 본다고라는 근본적인 허무감도 있구요. 수납공간이 없으면 너무 너저분해서 생활에 불편이 많아서요.




      하지만 정말 추억이 될만한 물건이라서 버릴 수 없으면 어쩔 수 없는 것이죠. 나중에 버렸다가 정말 필요해서 아쉬운 경우도 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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