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밴더스내치

망한 인생에서 뭘 선택해야하는지를 묻는 영화네요. 이렇게 해도 비극이고, 저렇게 해도 비극이라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뭐냐는 거죠. 초반부에 "엄마에 대해서 이야기할까"란 질문이 나왔을 때 이미 운명은 결정된 거나 마찬가지로 보입니다. 엄마의 죽음을 극복하지 못하면 스테판의 인생은 이미 끝장난 거죠. 이 상황에서 그나마 가장 주변에 해를 끼치지 않는 방법은, 과거로 돌아가서 엄마와 같이 죽는 방법 밖에는 없네요. 


내용 자체는 심심합니다. 그런데 사소한 것인데도 선택할 때마다 갈등하게 되네요. 플레이를 끝내고 나면 내 인생에서 되돌리고 싶은 순간은 무엇인가, 현재의 내 인생을 규정짓고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하는 과거의 한 장면은 언제인가를 자꾸 생각하게 됩니다. '밴더스내치' 안에서는 'trauma inception' point라고 표현하죠. 현재 한국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들이 되돌리고 싶은 순간은 언제일까요? 여러 순간이 있겠지만 저는 1997년 -1998년이라고 생각합니다. 20년전 IMF가 현재 한국 사회의 에토스에 끼친 영향이 막강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야기 속의 이야기라는 액자식 구성, 인터랙티브 컨텐츠, 넷플릭스와 블랙 미러 자체에 대한 비웃음, 새로운 미디어의 가능성, 다른 블랙 미러 에피소드와 연결된다는 점 등 때문에 충분히 화제가 될 만 하네요. 결정론과 자유 의지에 대한 이야기로 읽을 수도 있네요. 누구 말로는 포켓몬에 이미 비슷한 스토리가 있다면서 어느 쪽을 선택해도 죽는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어떤 쪽을 선택해도 죽는다면, 그나마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 엄마와 같이 죽는 편이 가장 윤리적인 선택이지 싶어요. 감옥에 가는 앤딩을 못보았으니 다시 한 번 플레이 해보려고 합니다. 이미 레딧에서 플로우 차트가 올라왔더군요. 

    • 그러고보니 밴더스내치는 불법 다운로드가 없겠네요. 


      유투버들이 스트리밍할지도 모르지만 쉽지는 않을 듯. 


      이번 밴더스내치 성과가 잘 나와서 인터랙티브 드라마 제작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 내가 소년의 운명을 결정한다고 생각하니까 더 마음이 조마조마한 것 같아요. 인터랙티브 드라마가 많아지면 재밌겠네요. 

    • 덩케르크 그 청년은 카세트테이프와 워크맨은 처음 만져봤겠구나 생각이 들더군요. 97년생
      • 주인공 스테판이 덩케르크에 나오는군요!

    • 나비효과도 조금 생각났네요


      물론 나비효과보다는 잘만들었지만..

      • 그 왜 마샬 맥루한이 그랬죠 미디어가 곧 메시지라고... 이걸 그 사람이 봤으면 의기양양했을 거예요. 이보다 좋은 예가 어디 있겠어요.

    • 시작하자마자 대부분의 시청자들이 마주치게될 배드 엔딩이 이야기를 끝까지 보고 나면 사실상 가장 평화로운 해피엔딩이었다는 게 재밌었습니다. ㅋㅋ


      그냥 그 회사에 사무실에서 게임 만들었음 게임 제작자로서는 실패할 지언정 그 후로 이어질 수많은 비극들을 다 피할 수 있었을 테니까요.

      • 그건 앤딩도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그렇네요. 

    • 결말이 여러가지 있는 건 맞군요. 자꾸 선택을 다시하라고 되돌리기가 서너번 나오는데 김샜어요. 답정너.. 거의 안전한 쪽으로 선택했는데 넷플릭스가 애를 그냥 두질 않네요. 약도 꼬박 먹이고 한눈 안팔고 의사에게 보냈는데 결국 약도 버리고 이상한 친구 따라가게 하는..
      • 심지어 마약도 안먹게 했는데 결국 콜린이 먹이죠. ㅜㅜ


      • 테드 치앙의 'What's expected of us'가 떠오르지 않나요. https://www.nature.com/articles/436150a


    • 스포일러라고 돼 있어서 글을 안 읽었어요. ^^ 




      DInoE0x.png

게시판 2012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462,411 01-31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147,946 12-31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122,155 04-01
130354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10 189 12-31
130353 아바타 3를 보고 유스포 2 194 12-31
130352 [핵바낭] 올해 잉여질 결산 잡담 14 336 12-31
130351 아바타: 불 과 재 보고 왔어요 짤막 소감 6 234 12-31
130350 [영화강추] '척의 일생' 8 251 12-31
130349 흑백요리사 2 8~10회, 싱어게인 4 탑 4 결정 6 287 12-31
130348 Lacombe Lucien(1974) 7 131 12-31
130347 [관리] 25년도 보고 및 신고 관련 정보. 15 325 12-31
130346 Isiah Whitlock Jr. 1954 - 2025 R.I.P. 2 139 12-31
130345 [왓챠바낭] 우편배달부 말고 '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 잡담입니다 12 270 12-31
130344 [넷플] 말 많고 탈 많은 '대홍수' 드디어 봤습니다 14 456 12-30
130343 [반말주의] 다들 올해 고생 많았어!! 새해 모두 건강하고 복 터지길 바래!! 12 188 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