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이미 당해있다

군시절, 병사 주제에 비밀취급인가자였습니다. 제가 뭘 특별히 잘 해서 그렇게 된 게 아니에요. 첩보 소설에 등장하는 블랙옵스 유닛처럼 대단한 일을 한 건 물론 아니에요. 아시잖아요? 군대. 우리의 주적은 여름에는 잡초, 겨울에는 폭설. 제초기를 내 몸 같이, 국민의 피와 땀이 서린 농협우유.

비유하자면 최신예 전투기 어딘가에 박혀있는 나사 같은 존재였지요. 맹세코 전역의 그날까지 저는 제가 정확히 뭘 하는지 고개만 갸웃거리다 왔습니다. 뛰어라 하면, 예에? 여기서요? 하며 뛰어내리고, 헤엄쳐 하면, 예에? 저기까지요? 하며 개헤엄치고. 그저 그뿐. 아시죠? 병사한테는 딱 병사가 짊어질 수 있는 만큼의 과업과 책임을 맡긴다는 거. 그래서 웹툰 미생도 판타지.

투자도 마찬가지에요. 저는 적금과 정기예금 외에 어느 금융상품도 가입되어 있지 않아요. 투자 그 자체로 유의미한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는 스스로 병사 계급장을 뛰어넘어 영관급의 정보계 직업군인이 되어야 하는 겁니다. 그 길은 때로 악마가 되어 당신의 머리털을 앗아갈 것이며, 매우 자주 잠과 식사를 거르게 만들 겁니다. 그래서 기꺼이 거기 뛰어든 인간들이 높은 연봉을 받아가는 것이고, 민간인이 함부로 그것에 반하여 발을 들였다가는 제 사촌 형님처럼 집안을 말ㅇ... 읍!읍!!!

그리고 여기, 그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것을 사두기만 하면 하룻밤 사이에 오천이 오억이 되는, 갈라지는 홍해 따위는 우습게 발라버리는 기적이 현실이라고 혹세무민하던 자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수십 억이 된 은행잔고를 인증하고, 마침내 금칠갑을 하게 된 흙수저들의 사다리를 자랑하며 더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였지요. 나사렛의 몽키스패너가 나와바리를 털어 일궈 낸 오병이어의 기적으로 배를 채웠으면 그만인 것을, 언제부터 지들이 사해동포주의에 끓어 올랐다고 위 아 더 챔피온을 부르짖으며 사람들에게 인심을 베풀었을까요?

이 광란의 기관차가 폭주하기 불과 몇 해 전, 아무거나 다 평론하던 물뚝심송 박성호는 "나 그거 좀 가지고 있는데
.... "라며, 코인이 뭔지 아무도 관심 없던 시절에 재미로 밀어넣은 액수로는 담배 한 갑 못 사 피우게 된 과거 자신의 그릇된 호기심을 탓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던 것이 신산업과 미래먹거리라는 가면을 쓰고 고작 몇 년 만에 서부개척기의 황금이 되어 나타난 겁니디.

그리고, 광란의 폭주기관차가 피치를 올리고, 또 올리며 영원히 멈추지 않을 팡파르를 터뜨릴 때, 황허에 검을 씻고 표표히 강호를 등졌던 유시민 옹은 이를 한 마디로 정리 했습니다

"그거 전형적인 폰지 사기에요."

맞습니다. 지금 존버들이 죽을 쑤고 있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더 이상 사람들이 그 스폰지에 자신의 현금을 박아주지 않기 때문이지요.

아직도 코인 투기꾼들이 정부를 이 도박장에 끌어들이려는 이유는 간단하다고 생각합니다. 가령 하나의 저축은행에 찐빠가 나면 금융당국과 정부는 정치적 책임 때문이라도 이걸 그냥 둘 수가 없어요. 사회혼란을 막기 위해 온갖 일을 벌일테고, 다른 저축은행에 돈을 넣은 가입자들은 불안감 때문에 돈을 빼지 않게 됩니다. 장사가 계속되는 거지요.

재밌는 것은 말아먹은 것은 업자들인데, 피해를 보는 것은 예금 가입자들이며, 욕을 먹는 건 정부란 말이지요. 멸망의 파이가 나눠지는 사이 장사는 계속되고, 업자들은 손해를 덜 보는 게임. 이 제도권의 장사판에 코인을 등판시켜 자신들의 지속가능한 장사를 이어가려는 것이지요.

제 가까이에 앉아 있는 인생 하나도 코인으로 대차게 말아잡수고 코인 관련 기사만 떴다하면 그렇게 문재인 정부를 욕합니다. 정부가 흙수저들의 사다리를 차버렸고, 4차 산업을 무너뜨려 미래먹거리를 다 빼앗기게 생겼다고.

한심하지만 어쩌겠어요. 고작 그런 인간과 한 공간에 앉아 있어야 밥을 먹고 살 수 있는 오늘의 나를 만든, 지난 날의 저를 비웃을 밖에요.

그런 말이 있더군요. 사기는 사기꾼에게 돈을 떼였을 때 당한 게 아니라고. 사기꾼이 당신의 등을 따겠다고 다짐한 순간, 너님은 이미 당해있는 거라고.

편의점을 백 번 가본 사람일지라도 편의점 알바를 해본적이 없는 한 그곳의 결제 시스템을 모르듯. 제 아무리 비밀취급인가자였다 해도 병사는 딱 병사에게 맡겨지는 일 외에는 알 방법이 없듯.

우리는 우리가 모르는 일에 함부로 현혹되는 일이 절대 있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위에서 코인이 황금이 되어 나타났다고 제가 썼더랬지요? 역사가들의 말에 의하면 아주 초기를 제외하면 곡괭이질에 뼈마디가 갈려나간 황금광들은 정작 돈을 못 벌었다네요

그런데 이 와중에 정재승 걔는 뭐지? 이 ㅂ....
    • 2급 비취인가자였는데... 어느날 작전장교가 사령부와 사단 작계를 던져주며 여기서 우리 연대에 해당하는 것만 뽑아서 연대 작계 만들어봐... 라고 하더군요.


      요즘은 5028 아니라면서요?


      그래도 1급은 아무나 안줬던 것 같은데 말입니다.



      • 문제가 되려나? 걸면 걸리는 거라 1은 뺄게요. 제가 워낙 소심해서...
    • 사병에게 1급 비취인가는 발급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장교도 1급 비취인가자는 매우 희귀합니다.
      • 네.. 그렇군요. 맞습니다. 제가 거짓말을 했습니다!!

      • 병사도 극히 적지만 사령부급 가면 1급 비취인가자 있긴 했습니다. 우리나라 육군이 사병 없이 부사관 이상급만으로 돌리는 부서가 거의 없어서..

        • 1급 비취인가는 유츌 시 치명적인 군사적 위협을 초래할 수 있는 비밀을 다루는데..

          제가 알기로는 그건 군사 비밀은 10건 내외로 알고 있습니다. 그걸 사병에게 발급해 준다구요..? 이상하군요.
          • 사병은 2급까지만 받을 수 있다고 생각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왜 그런 생각을 하시는지는 모르겠지만, 육본 벙커나 계룡대 등의 최중요 지휘시설의 핵심시설에도 사병이 근무하니까요.


            아무나 안 뽑습니다. 1급 비취인가 주려면 기무대에서 따로 학교나 집으로 조사도 나오고 친인척중에 용공사범이나 과거 월북한사람있나, 625때 북한군에 협조한 사람 있나 등등 다 따져서 데려갑니다.




            그리고 별 같잖은게 2급 군사 기밀이듯, 1급 군사 기밀이 10건 내외라는건 낭설입니다. 

            • 좀 오래된 내용이긴 하지만, 2000년에 국방부에서 발표한 1급 비밀 문건 수는 8건이었습니다. 2급은 수십만 건이구요.

              말씀하신 부분은 2급 비취인가 발급 시에도 따지는 내용입니다.
              • 2급은 기존 신원조사 한걸로 대체 가능하지만 1급은 무조건 새로 해야 합니다. 게다가 학교까지 찾아오고 주변인을 직접 조사하지는 않지요.


                제가 알기로는 1급은 보유 현황 자체가 1급 비밀이라 공개된적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예전 노무현 대통령때 '생산현황'만 공개한적이 있지만요.




                결론은 사병도 1급 비취인가를 받을 수 있는가? 저는 극소수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른 이야기는 그냥 곁다리죠.

                • 본문과는 다른 얘기인데, 지난 연말에 동창들과 여행 다녀오면서 만난 선배에게 검사가 된 조카 얘기를 좀 더 자세히 물어봤습니다. 그랬더니 그 선배 조카가 그만 학교 졸업을 포기했답니다. 사법고시 합격 당시(2011년, 24세) 학부 2학년(영어교육과)이었던 터라 졸업까지 너무 까마득했다네요. 제가 당시 선배 얘기를 흘려 들었었나 봅니다. 이제라도 정정해서 전해드립니다.

              • 아이구 이런... 제가 거짓말 했습니다. 제가 뻥쟁이에요. 우와 흔하고 흔한 군대 뻥이다! 여기서 끝!!!
    • 제 독서 모임 회원 한 분의 친척이 코인으로 떼돈을 벌어서 건물 몇 채를 샀다고 하더군요. 저로서는 지금 코인의 참사를 보고 있노라니 그냥 기가 막힌 얘기긴 합니다만…어떨땐 대체 뭔 폭풍이 지나갔던가 싶습니다.
      • 저라면 그냥 은행에 박아놓겠어요. 그 세금, 관리의 스트레스... 그 정도 금액이면 월 이자만 수백 나올 듯. 연금복권 탄 셈 치고

    • 고작 그런 인간과 한 공간에 앉아 있어야 밥을 먹고 살 수 있는 오늘의 나를 만든, 지난 날의 나를 비웃을 수 밖에 없다...


      평생 기억에 남을 문장입니다. ㅠㅠ
    • 작년에 완전 끝물이라고 할때 코인에 돈을 좀 넣었습니다. 헛된 희망이었던 거죠. 진짜로.. 용돈 좀 털어 넣은 거라.. 없어도 그만이라고 할정도의 돈이었어요. 두달만에 두배 반이 되더군요. 기뻤습니다. 투자가 아니라 투기를 했는데 그게 성공했으니까요. 좀 더 기다려보기로 했습니다. 없어도 될 돈이었으니까요. 작년말.. 정확하게 넣었던 돈의 반이 되어 있더군요. 그렇구나.. 이런게 코인이구나.. ㅎㅎ 




      실체를 모르는 자산에 투자하는 건 역시 투자가 아니라 투기죠. 그돈으로 떡이라도 사먹는 게 낫습니다. 그게 작년에 제가 깨달은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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