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수 좋은 날

1. 철인경기에 참가하고 있는 듯한 하루입니다. 팀의 F가 펑크낸 걸 메꾸느라 지금까지 잠시의 휴식도 없이 에너지를 사용했어요. 
삶에서 제가 따로 누려야 할 것이 있는데, 일 때문에 그걸 못 누려서 억울하다는 건 그다지 당연한 계산법이 아니라는 걸 알지만 억울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2. 종일 수없이 많은 서류를 들여다 보고, 분석하고, 설명하고, 질문하고 했지만 (아직 한끼도 못 먹었음. - -) 현재 제게 남은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다만 숨막히는 시간이 지나갔을 뿐이죠. 
기차여행을 할 때 풍경이 따라와 소유되는 법은 없지만 그래도 길은 달라지 듯 제 삶도 변하고 있는 것이겠죠.

3. 동료 D가 상대하는 회사로부터 ' 내가 보낸 서류를 받지 않았다는 증거를 대보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해요. 참 이상한 요구죠? 

4. 간혹 일상의 의무를 거스르며 제 고유성질의 거품을 뿌걱뿌걱 내보고 싶은 충동을 느껴요. 그러나 삶 전체를 놓고 보면 그런 부분적 항거도 흐름 가운데의 하잖은 장식에 불과할 뿐이라는 생각이 스쳐서 그만...

5. 요즘 제가 접하고 있는 '인색함'에 대해 생각합니다. 추운 몸들이 서로 이불을 당기듯이, 마음이란 것도 언제나 조금 더 넉넉한 온기를 바라는 것이죠. 이불이 없다면  생산이라도 해야 하지 않겠나요? 추위가 롱패딩과 온수 매트 따위로 해결될 일이겠습니까.

6. 마음이 닫힌 뒤에야 '내가 그사람에게 마음을 열었었구나' 깨닫는 경우가 있어요. 그리고 상처입은 뒤에도 마음을 닫지 않을 수 있는 그런 상대는 아니었음도 깨닫게 되죠. 
뭐랄까, 겨울 계곡에서 차가운 개울물 소리를 들으며 어두워지는 숲을 느끼는 것 같은 그런 깨달음이랄까요.

7. 아무리 옳거나 아름다운 삶이라고 해도, 아무리 실수가 적은 삶이라고 해도, 바로 그런 면모 때문에 누구가에겐 부정하고 박살내 버리고 싶은 악의를 유발하기도 하는 것 같아요. 그러므로 옮음이나 정당성 따위를 타인에게서 확인받고자 하는 건 부질없는 욕망이라는 생각.

8. 이십대까지만 해도 '심연' 운운하는 토로가 겉멋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이젠 그런 게 정말 있다는 걸 알겠습니다.

9. 누구나 인정받기를, 부정되지 않기를, 이해받기를, 관대하게 대해지기를 원하죠. 물론 그런 일들이 일어날 수는 있습니다만,
그건 '나'의 정당성 때문이 아니라,  변덕스러운 상대방의 상태에 따른 것이기가 쉽죠.  
우연이거나 특정한 현실조건 하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러므로 겸손한 맘으로 고마운 우연에 고맙다고 즉시 깨달을 줄 아는 마음을 유지할 것. 

10. 이렇게 일련번호를 붙여가며 횡설수설 하고 있는 건, 제집 난방배관 문제로 아랫집에 누수가 생겼다는 긴급전화를 받았기 때문이에요.
상태점검해 줄 업체에게 연락하고 조퇴해왔는데, 약속시간이 한참 지났건만 감감 무소식이네요. 코리안타임은 참 한결같,,,
몇달 전 윗집 누수로 제집이 물바다가 돼서 몇달 간 난민생활을 하다가 겨우 안정된 참인데, 이 한겨울에 제집 바닥을 다 뜯는 공사를 해야 
하다니 올 한해도 참 기대됩니다. -_-

    • 열번째 까지 끼어들어도 힘을 잃지 않죠 모든 생각들에 동병상련이 들지 않을 수 없네요
    • 누수는 원인을 제대로 찾는 게 제일 중요하더군요. OO가 원인인 것 같다고 해서 다 뜯었다가 그게 원인이 아니면 


      다시 공사해야 하는 황당한 일이 발생할 수 있으니 누수 탐지업체 불러서 어떠한 근거로 그것이 원인인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들은 후 믿을 만하면 공사하시길... 난방 밸브가 문제면 난방을 하지 않으면 누수가 발생하지 않아야 


      할 것 같은데 과연 그런지 확인해 보세요. 어떨 땐 싱크대 수전의 쇠줄에서 물이 새어 누수가 되는, 수전 교체로 


      간단히 해결될 수 있는 그런 경우도 있더군요. 잘 해결되시길 빕니다.   

      • 아! 새벽에 이 댓글 읽었을 땐 미처 기억하지 못했는데 출근하러 나서다가 퍼뜩 생각이 나서 다시 들어왔어요.


        이 집에 이사왔을 때 주방 수전을 교체했는데, 그때 공사가 부실했는지 아랫집 주방 천장으로 물이 샌 적이 있었거든요.


        관리실에서 원인을 금방 알고 나사를 잘 조인 후 무사히 해결됐죠. 


        어제 내려가 살펴본 누수 부분이 딱 그곳이었네요. 그래서 방금 주방 수전을 점검해보니 한쪽 나사가 살짝 헐거워져 있습니다.


        그 문제인지 아닌지는 저녁에 관리실 분들 청해서 알아본 후 누수검사를 해도 해야겠어요.


        윗집 사태도 있었고, 이 단지 내에서 워낙 난방배관 사건이 많이 일어나는 터라 무조건 배관 문제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좀더 알아봐야겠습니다. 아무튼 고맙습니다. 덕택에 어둑했던 맘에 한줄기 빛이....ㅎ

    • 10, 누수 검사를 하면 어디가 새는지 거의 알수가 있습니다.


      기본 출장비 + 검사비.


      아랫집 물이 새는 위치(천장)를 보고 간접적으로 알수도 있어요.


      (보일러가 문제인지 분배기가 문제인지....)


      출장비 + 검사비 + 수리작업등의 비용이 발생하는데,


      일반적으로, 보일러가 아닌 분배기쪽의 문제면 시간차를 두고 지속적으로 다른곳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많아요..


      이럴경우, 위의 반복이죠. 출장비+검사비+작업비...




      문제지점만 해결하고 이번 겨울만 넘겨보자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운이 좋으면 계획대로 될수도 있지만,


      운이 없으면 반복적인 작업을 하게 됩니다.




      제가 겪었던 일들이에요... 

    • 어제 설비업체에선 끝내 오지 않았습니다. 곧 도착한다는 문자를 보내더니 그후 연락두절. ㅜㅜ


      전두환 시절에 지어진 오래된 아파트고 지역난방이라 보일러가 아닌 바닥 난방배관 문제예요.


      윗집이 누수검사하며 부분 작업만 하다가 여기저기 계속 터지는 통에 집 전체 바닥 다 뜯고 전체공사를 했어요.


      일단 난방밸브를 잠궜더니 더 이상 물은 안 떨어진대서 개미 간만큼 안심하고 있는 중입니다.


      전기장판이 없어서 파쉬(보온물주머니) 하나 끌어안고 겨울밤을 견뎠어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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