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상한 사촌동생

듀게에서 쓰는 첫글입니다... 어떤 글을 써야 할까요? 

자기소개나 영화 어쩌구는 너무 낯간지러우니까 그냥 소소한 일상 이야기를 해보도록 할게요.


제게는 사촌동생이 하나 있습니다.

고모가 좀 늦둥이로 낳은 녀석인데, 그래도 저와는 한 스무살 차이가 나죠.

어렸을 적엔 정말 귀여웠는데 이젠 키가 저만해지고 목소리도 변성기가 와서 좀 징그러움...

형~ 형~ 이러는데 커버린 사촌동생의 현실을 인정못하고 계속 어릴 적 추억만 머릿속에서 재생하고 있습니다.

이불로 김밥말이를 하며 놀던 그 시절이여....


사촌동생이랑 이야기를 하다보면 세대차이를 확 느낍니다.

이를테면 사촌동생은 저에게 물어봅니다. "형은 유튜브 뭐봐?"
엥? 유튜브를 뭘 보냐고? 아니 보는 게 있긴 있지만...그게 그렇게 일상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대화인가?
극히 오타쿠들이나 자기들끼리 공유하는 티비 바깥의 서브컬쳐라고 생각했는데 이 친구들한테는 그냥 컬쳐인거죠.
혹시나 걱정되서 물어봅니다. 너 혹시 철구 그런 거 보니?
그러면 웃으면서 자기도 그런 건 싫다고 그래요. 그리고 저한테 이것저것 유튜브에 대한 이야기를 막 떠듭니다.
오 그렇구나... 하면서 저는 적당히 들어줍니다. 근데 나도 유튜브 보는 게 있긴 있단다 동생아...

셀카를 찍고 올리는 것도 요즘 세대들한테는 되게 자연스러운 일인가봐요.
저는 핸드폰 사진보다 스티커 사진(...)이 더 자연스러운 세대였기 때문에 아무래도 그런 건 조금 쑥쓰럽거든요.
셀카 찍고 놀긴 해도 그걸 남들한테 들키면 좀 창피할 것 같은? 이런 느낌이 있어요.
그런데 제가 동생 핸드폰을 보다가 너 이 셀카 뭐야! 하고 놀리면 이 친구는 전혀 타격을 받지 않아요.
어 그거 친구들이랑 찍은 거~ 하면서 자기가 더 신나서 막 설명을 합니다.
자기를 기록하고 공유하는 게 새삼스럽지도 않은 거죠.

그리고 게임.
저도 나름 게임이 전파되고 문화로 자리잡기 시작하던 초창기 때 청소년기를 보낸 사람이라 게임문화를 잘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더군요.
저 때에는 그랬어요. 게임을 잘 하면 그냥 게임을 잘 하는 사람이었지 그게 선망의 대상은 아니었죠.
결국은 싸움 잘 하고 구기종목(특히 축구!)을 잘 하고 그런 게 인싸의 조건이었으니까요. 게임 아무리 잘 해봐야 겜돌이로 그치는 수준.
그런데 요즘 청소년들 사이에서 게임의 위상은 완전히 달라져있더군요.
게임을 잘 하면 그게 짱입니다. 
반에서 게임을 안하는 사람이 없고 공 차는 것보다 훨씬 더 일상적이고 치열한 놀이문화로 자리잡아있는 것 같았어요.
이를테면 축구를 하는 건 체육시간에만 유효하지만 게임을 잘 하는 건 아예 또래문화 속에서 특출나보일 수 있는 무언가인거죠.
제 사촌동생이 게임을 잘 하는 걸 매우 의기양양해하더라구요. 꿈이 프로게이머라고 말 하길래 기겁을 하며 말렸지만.
디지털 시대의 게임이란 구기종목이나 다른 운동보다도 피지컬한 남성성을 더 확실하게 증명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할 까요...

그리고 장래희망!
저 때야 경찰관과 소방관과 대통령을 주입받으며 극히 공영방송스러운 말들만 늘어놓던 시대였죠.
그런데 요즘 애들은 죄다 유튜버 아니면 프로게이머더군요.
제 사촌동생도 예외가 아니어서 장래희망이 스트리머라고 하더라구요. 고모랑 고모부한테 말도 해놨다고.
그래서 제가 갑자기 삿갓을 고쳐메고 네 이놈! 어디 그런 불안정하고 천박한 일을 하느냐! 하면서 설득을....ㅎㅎ
그래~ 우리 00이도 행님들~ 별풍 좀 쏴주이소~ 아이구 행님 감사함다~ 하면서 앵앵거리는 목소리로 몸에 간장 붓고 눈물의 똥꼬쇼 하려는구나~ 
하고 놀리니까 막 웃으면서 자기는 얌전하게 방송할 거라는데... 
일단 말빨로 생각을 돌려놨지만 그래도 좀 놀라긴 했어요. 그게 꿈이 될 수 있는 직업이구나 싶어서.
사회적 명망과 전통성이 이제 직업선호에서 완전히 탈락해버린거죠. 
제일 재미있고 자기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아도 성공을 약속해주는 직업이 눈앞에 있으니까요.
이런 극한의 자유와 성공을 보고 자란 세대가 과연 윗세대 꼰대문화와는 얼마나 부딪힐 것이며...
저희 세대는 이런 세대의 가치관에 얼마나 적응하고 꼰대가 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며...

오늘 맛있는 거 같이 먹기로 했네요.
제가 너무 늙으면 안될 텐데 ㅠㅠ


    • 유튜버는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 나와 좋은 직장 취직하지 않아도 먹고 살 수 있고 심지어 돈도 훨씬 많이 벌며 인기도 있으니까! 라는 게 주된 인기 요인이더군요. 그냥 옛날의 연예인, 아이돌 장래 희망이랑 같은 이유인 것 같습니다.

      조금 있으면 차라리 공부해 대학가서 취업하는 게 쉽다는 걸 깨닫고 포기할 거에요(...)
      • 좀 헛바람이 쉽게 드는 아이이긴 한데, 그래도 부모님한테 너무 진지하게 말하니까 고모가 좀 헷갈려하더라구요. 저렇게 자신있게 말하니까 유튜버라는 게 그래도 뭔가 직업이 될 수 있긴 하나보다, 내가 잘 모르는 거니까 아이가 더 잘 알고 그러겠지 이런 식으로 또 기대를 걸어버리시고... 다른 건 모르겠는데 전업으로 삼기 어려운 일을 너무 쉽게 전도유망한 것처럼 포장해서 잘 모르는 기성세대에게 설득하는 건 좀 사기같아서 제가 장난으로 좀 뭐라고 할 수 밖에 없더라구요.




        "그래!! 형이랑 엄마랑 아빠랑 다 같이 아프리카 방송 보자!! 철구 방송 보겸 방송 이런 거 같이 보자!"




        이러니까 그런 건 아닌데~ 하면서 배배꼬고...

    • 죽어라 공부 - 상위권 대학 - 대기업 루트를 타거나 공시 루트를 타거나.... 만 있는 지금 세대들 보다야 좋다고 봐요. 어차피 저 두 루트를 모두 다 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선택지는 넓을 수록 좋죠.  꼰대 안되는 가장 쉬운 방법? 관심은 갖되 아가리는 닥치는 거죠.

    • ‘전업 유튜버는 구독자 10만 넘으면 하렴~‘ 하면 됩니다.
      • 근데 웃긴 게 보겸이 "아무나 유튜브 하냐" 라고 꾸짖는 영상 보고 정신 차리더라고요... 좀 씁쓸 ㅋㅋ

    • 초딩 조카가 구관인형에 관심이 있어서 유튜브를 많이 보던데 유튜버가 자기 인형을 풀세트로 팔면서 200만원이다~라고 하는거에 놀랐어요. 초등학생의 경제관념이 확실히 우리때랑 다르구나 싶은것이....

      그래도 아직 사촌동생이 먼저 말 걸어주니 고마운 일이네요^^
      • 어릴 때부터 같이 놀고 그래서 ㅎㅎ 세대차이가 덜 나고 힙합이나 유튜브나 게임 같은 거 이야기할 수 있으니까 그래도 절 좋아라하긴 해요~


        요즘 세대들 저도 좀 따라가기 힘들더라고요

    • 게임은 옛날에도 난 못했고 다른건 나와도 별 다르지 않은데요
    • 저도 딱 비슷한 케이스의 사촌동생이 있어서 너무 공감되네요.
      • 흑흑 세대차이의 공포

    • 저도 걱정되는 지점이예요. 최근 같이 일하는 분들과 점심 후 잡담 타임 (사이 좋은 편ㅎㅎ)을 가지면서 예쁘게 플레이팅 된 베이킹 사진들을 같이 보게됐어요.


      그런데 한 분이 불쑥 우리네 신세(??)를 한탄하며, 아 이 사람은 좋겠다. 한가하니까이렇게 이쁘게 꾸미고 사진도 찍고 하는거겠지? 그러는 거예요.


      깜짝놀랐습니다. 그 작업은 한눈에 봐도 공들인 결과물로 보였고, 상당히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며 다방면의 컨텐츠로 활용되고 있다는게  보이는데도요..그 분은 여전히 그걸 SNS 자랑용 컨텐츠로 인식하더라고요.


      그 때 느꼈습니다. 나름 디지털/SNS에 익숙한 우리세대라고 해도 지금의 10대.. 더 어린 친구들과는 아예 생각하는 사고가 다를 수밖에 없겠다는 걸요.


      그래서 정말 나도 노력하지 않으면.. 내가 그토록 지금 "비효율"을 초래한다고 생각하는 꼰대가 되고 말겠구나 ㅎㅎ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꼰대가 된다는 것도 슬프지만, 꼰대가 됨으로 인해 비효율을 만드는 사람이 되는 건 정말 싫거든요. 그리고 그런 사람이 되었다는 것도 모르고 뻔뻔해지는 것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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