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저리와의 카톡 2

머저리> 어, 누나. 김학의 사건을 대하노라니 요즘 그분이 생각나더라.
머저리 누나> 노닥거릴 시간 없으니 1절만 하자. 누구?
머저리> 거쳐야 할 길은 다 거쳐야 하는 거니 포기하고 놀아. 김기영 감독.
머저리> 살아계셨으면 이번 줄줄이 사탕 사건을 영화로 다루기에 가장 적임자 아닐까?
머저리 누나> 아우님. 이렇게 놀 시간이 없어요 내가.

머저리> 호러스릴러 정치물을 만들기엔 최적의 감독인데. 결정적 장면을 얼마나 잘 만들까.
머저리 누나> ......
머저리> 실은 내가 어젯밤 꿈에서 감독님을 만났지 뭐야.
머저리 누나> 하고 싶은 거짓말 다 해보셈~

머저리> 감독님. 모르시겠지만 둘째누나가 감독님 열성 팬이에요. 그래서 저도 영상원에서 작품들 다 찾아봤어요.
머저리> (내 손을 덥석 잡으시며) 자네, 눈밝은 누나를 뒀네 그려~ 
머저리 누나> ...... 
머저리>  <하녀>나 <화녀 82> 만들던 시절 얘기 좀 해주세요 했더니 
머저리> 사전검열이 심했지만 변태라고 경멸하면서도 중정요원들 중 감독님 팬이 많았대.
머저리 누나> ......

머저리> 울 누나는 화녀에서의 윤여정의 깜찍발랄시크한 모습이 우리나라 여배우가 보여준 최고봉이었다고 하더라고요.
"오늘은 달걀이 얼마나 크고 실한지 몰라요"라는 엽기 대사에서 뻑 갔다더라고요.
머저리누나> 그 좋은 기억력을 학문에 좀 써보지.
머저리> 윤여정은 분위기가 요즘 김민희와 비슷했대. 유작인 <악녀>를 마무리 한다면 김민희를 고려해볼 거라시더라.

머저리 누나> 뭐  돌아가시자마자 김기영 마니아들이 순식간에 그분을 잊어버린 감이 있긴 하지.
메인스트림에서 그를 거장으로 추앙한 한편 급 심드렁해진 이유가 나도 궁금하긴 해,
머저리> 그의 영화들이 박정희 개발독재 시대의 정신분석을 제대로 한 거라는 평도 있었는데 왜 급싸분했을까.

머저리 누나> 그의 예술 속성이 직접적인 게 아니었으니까. "표현주의는 파시즘을 예감한다"고 하셨던가.
머저리> 아냐. 난 그의 시리즈 연작을 보면서 이건 완전히 우리 불행했던 현대사의 밑바닥을 제대로 파헤친 내면의 기록이라고 느꼈어.
머저리 누나> 리얼리즘 쪽으로 기울지도 않았어. 스타니슬랍스키 전문가지만 체제 재현을 하는 건 시시하다고 생각하신 듯해. 현실과 허구가 뒤섞여야 리얼리티가 살아난다는 걸 알았던 분이었음.

머저리> 아무튼 귀환해서 요즘 사태 찍어주면 딱인데!
머저리 누나> 세상의 모든 신데렐라는 자정이 넘기 전에 돌아가는 법이야~
머저리> ??
머저리 누나> 빠이~


 
    • 김기영 감독의 <화녀> 아직 못 봤는데 생각난 김에 한 번 봐야겠네요. 


      https://youtu.be/qcV5-YDmxJ0 


      그런데 이 영화는 화녀(1971)인데 화녀82가 있나요? 


      ========================================


      아, 화녀82(1982)도 찾았어요. 


      https://youtu.be/ssNg3hDGH_o

      • 링크한 영상이 19세 이상 용이라며 제겐 안 뜨네요. ㅎ


        영화/영상 마니아시잖아요. <하녀> <화녀> <화녀 82> <충녀>로 이어지는 시리즈는 꼭 한번 보세요. 후회 없으실 거에요. 

        • <화녀> 안 본 줄 알았는데 어제 한참 보다 보니 이 장면 봤던 것 같은데 싶은 장면들이 계속 나오더군요.  


          <하녀>에서 봤던 장면과 헷갈리고 있는 건지 <화녀>를 봤던 건지 알쏭달쏭해서 그냥 끝까지 다 봤는데 


          다 보고 나서야 예전에 봤던 영화임을 확신하고 허무했어요. 


          (어제 다시 보면서도 꽤 재밌게 봤는데 왜 안 봤다고 생각하고 있었는지... )


          위 링크와 여기 제가 올리는 링크는 한국영상자료원 채널에서 올린 영화라 안심하고 클릭하셔도 됩니다. 


          <충녀>도 있네요. https://youtu.be/Mwh2Z1Q8q9o 

    • 앗 김기영 감독 팬이시군요! 반갑습니다 하기사 듀게에 김기영 감독 팬 아닌 사람이 얼마나 있겠냐만은...


      근데 이번 사태를 영화로 찍을 수나 있을까요 너무 끔찍해서 도대체 블랙코메디로 소화할 수 있을지나 모르겠어요 김기영 감독님은 후기로 갈 수록 이상하게 신파가 심해져서....ㅎ
      • 제 소망 중 하나가 <느미>를 좋은 화질로 보고 싶은 거였습니다.  23살의 장미희가 보여준 최고의 연기였다고 생각해요. 탁월했습니다.
        그녀가 영화과 교수로 일한 거나 연기에 관한 책을 낸 걸 충분히 납득했을 만큼.
        http://cfile221.uf.daum.net/image/195B970B49EAF9D4A07FA6
        • 영자원에서 김기영 전작전을 했을 때 가장 건졌다고 생각했던 작품이 <느미>였어요. 장미희씨의 연기를 제대로 본 것도 그 때가 처음이었고. 말씀하신 대로 굉장한 연기였습니다. 김기영 팜므파탈(?) 중에서 저한테 제일 설득력있는 여자캐릭터였습니다. (이화시씨 죄송합니다...)
    • 그리고 김기영 감독까지 안가도 이미 임상수가 <돈의 맛>을 찍었으니까요
    • 임상수가 <하녀> 리메이크 작으로 칸에 갔을 때 제가 실소했던 기억을 소환하셨어요. 후속 편으로 내놓은 <돈의 맛>을 보곤 사흘 입맛이 떨어졌.... ㅋ  장선우의 궤적을 따라간다는 비아냥도 많이 받으셨는데, 전 이분이 연기를 하면 개성파로 큰사랑을 받을 것 같다는 한결같은 느낌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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