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괴이한 꿈

주말 내내 이러다 유언장도 못 쓰고 죽나? 싶게 아팠어요. 까무러쳤다가 눈 떠보니 화장실에서 자고 있더라능(왜 일까?)
다.. 다행히 하드에 야동 따위는 없다.

여하간, 기절했다 깨어났다를 반복하다 꿈에 귀신도 보고 막 그랬는데, 글쎄 귀신이 초절정섹시꽃미녀.
이야, 살다보니 이런 복된 날도 있구나. 귀신 처자, 침대 맡에 앉아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누나랑 좋은 데 갈까? 말씀을 하시는데
제가 닁큼 대답을 했죠. 네! 얼른가요. 어차피 죽으면 썩어 없어질 몸. 내일은 없다!

하여간 사내 새끼들이란 게 숟가락 들 힘만 있으면 그 생각을 한다고,
두근두근 침을 꼴깍 하고 있으려니 이 처자가 당황한 게 보입니다. 큐시트를 잃어버린 생방송 진행자처럼.
라디오에서 사고가 나면 맥락 없이 명랑한 클래식이 나오죠? 귀신 처자는 언제 왔었냐는듯 급 퇴장을 하고
그렇게 눈 앞이 부얘지다가 어물쩍 잠에서 깨어났는데, 이 결말이 허무한 건 어쩌면 당연한 거였습니다.
그녀도, 그녀의 웃음도, 저돌적인 섹시코만도 눈빛도 모두 제 대뇌가 만들어 낸 환영에 불과하니까요.
그걸 너무 잘 알아. 게다가, 그 다음 씬을 어떻게 짜야 될지를 몰랐던 거야. 그게 더 슬퍼.
엉망진창이야 정말. 확 죄다 멸망해버려라

해철 옹께서 남긴 이야기 중에 죽음과 생의 욕망에 대한 꼭지가 있습니다.
쫌 놀아봤다고 자처했으나 넘쳐 흐르는 감수성에 빠져 괴로워했던 음악가.
무대 위에 선 락스타 전에 오선지 앞에 두고 잠 못 이루던 작곡가,
작곡가 전에 그렇게 갖고 싶었던 빨간기타를 등에 매고 눈물 지었던 소년.

해철 옹은 젊어서 종종 찾아오는 심각한 자살 충동 때문에 고생을 했는데,
형수님을 만나 그 어두운 충동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고,
따님을 품에 안고서야 비로소 완전히 구원 받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어려서 음악가도 아닌 주제에 저도 종종 죽음을 생각했던 적이 있는데요.
지금 와 생각해보니 한번도 진심으로 죽고 싶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실은 그저 '나 외롭다'고 말 하고 싶었는데, 나 자신에게조차 그걸 말 하지 못 할 정도로 비겁했던 거.

살겠다고 떡진 머리를 벅벅 감고, 씨리얼에 우유 부어서 먹고 나왔더니
그래도 어떻게 또 괜찮은 척 인간의 몰골을 하고 앉아 있네요.
새로운 한 주의 시작입니다.
외로운 분들 모두 혈중 맥심모카골드 농도를 0.03%로 올리고
또 한 주 잘 시작해봅시다
      • 화이팅뿅뿅이기는 한데, 이게 저 혼자 화이팅한다고 달성 될 수 있는 과업인지는 진지하게 고민을 해봐야 할 문제 같습니다.


        혼자 타는 널뛰기, 시소, 가위바위보, 그리고 쎄쎄쎄..
    • 어릴 때 해철 옹 라디오를 가끔 들었는데, 언젠가 해철 옹이 심각한 불면증으로 응급실에 실려가는 바람에 한 며칠 대타 디제이가 진행했던 기억이 나요. 


      한참 후에 해철 옹이 우울증과 자살 충동을 앓았다는걸 알고, 그로 인한 불면증이었나보다 했지요. 


      갑자기 그가 죽었을 때 인간으로서 가장 안타까웠던건 그거였어요. 학생 시절엔 천주교 신부를 꿈꾸다가 철학과를 갔으며, 작곡을 했고, 시대를 논했고, 우울을 달고 살며 누구보다도 삶을 고민하던 사람이, 이제서야 한 사람으로서의 행복이란걸 느끼고 있어 보였거든요. 독신주의자였던 남자가 여자친구의 암 선고를 계기로 결혼을 감행하고, 병이 완치되고 아이들을 낳고 아버지가 되고.. 그 과정에서 우울증과 자살 충동이 저절로 다 나았다고. 그런데 그 행복 속에서 가위로 툭 자르듯 어느 날 가버린게 너무 마음이 아파요.

      • 아산병원에서 남들은 그렇게 통곡을 하는데 저는 눈물도 안 나더이다

        올 해가 벌써 5주기

        넥스트 1집~해산까지 딱 5년

        세월이 진짜..
      • 그의 부고 소식은 참으로 청천벽력이었어요.

        한동안 크나큰 상실감으로 공허하고 멍한 나날들을 보냈던 기억이 나요.

        그리고 문득, 그의 어머니, 아내, 그리고 그야말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았을 그의 아이들이 생각나곤 해요. 아무런 계기도 없이 불현듯이요.


        신해철은 그냥, 내 지인같은 사람이었어요.

        후배지만 존경스러운 그런 참 괜챦은 사람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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