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생긴 취미: 모욕(...)가는 거

후후후 조금은 낚아먹는 제목입니다. 모욕은 하는 거지 가는 게 아닌데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라고 질문을 하셨다면 당신은 비판적 독자(...)가 되었습니다.


요새 전 목욕탕에 가는 게 좋아요. :) 하지만 목욕간다, 목욕탕간다 이렇게 또박또박 발음을 하면 좀 재미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모욕간다고 해야 뭔가 뉘앙스가 더 삽니다. 순전 제 기준에서요... 아주 정확히 따져보자면 모욕간다, 가 아니라 뫃욕간다 라는 느낌으로 발음하면 좋지요. 아 몸이 찌뿌둥하다 뫃욕가야겠다~ 


저는 동네의 작은 목욕탕에 가요. 목욕탕이 아주 좋을 필요를 크게 느끼지도 못하거니와, 가깝고 뭔가 동네 목욕탕스러운 분위기를 더 좋아하거든요. 고향에 명절에 가면 그것 때문에 더 가까운 데 좋은 목욕탕이 있는데도 일부러 다니던 소박한 목욕탕을 가요. 제가 유년시절부터 다녔던 곳이 아직도 남아있다는 그 사실이 좋고, 거기에서 오래 장사를 하던 분이 어 왔어~? 하면서 맞아주는 것도 좋고, 약간 작고 사람들도 없어서 한산한 그 느낌도 좋고. 제가 요즘 가는 목욕탕도 약간 그런 느낌을 줍니다. 여기는 고향의 목욕탕보다 더 작고 사람도 더 없어요. 제가 워낙 늦은 시간에 가는 것도 있지만.


그리고 뭐랄까, 대형자본이 들어와서 소규모 목욕탕들의 손님을 뺏어가는 그 느낌이 싫습니다. 뭐 목욕탕 좋아봐야 거기서 거기지! 하면서 다니던 곳을 배신(...)하고 싶지가 않더라구요. 의리!! 의리!! 그래서 사람들이 너무 없으면 조금 서글픈 느낌도 들어요. 망할 땐 망하더라도 저만큼은 최후까지 좀 같이 버텨주고 싶고... 주인장 아저씨도 그러시더라구요. 여기 대학생 자취가인데 요즘 사람들은 목욕탕 자체를 아예 안다니기 때문에 장사가 너무 안된다고. 목욕탕 다니던 노인분들도 다 돌아가셨고...


그런데 그게 또 아이러니하게도 그게 제가 동네 목욕탕을 찾는 이유에요. 사람 없는 독립영화극장을 찾는 기분이랑 똑같은거죠. 목욕탕에 갔는데 아무도 없잖아요? 야호!! 신나서 저는 바로 핸드폰을 들고 들어갑니다. 습기가 핸드폰을 잠식하겠지만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제가 왕궁에서 목욕을 즐기는 그 기분이니까!! 제가 좋아하는 리스트를 틀어놓고 탕에 몸을 푹 담급니다. 음.... 나이드신 분들이 탕에 몸을 담그고 갑자기 판소리 같은 걸 흥얼거리는 이유가 이런 거였구나... 새삼 노년의 쾌락을 이른 나이에 깨닫습니다. 이제 늦은 시간이라 뜨뜨미지근한 물이 담긴 온탕에 다시 온수를 채워넣습니다. 다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온탕에 몸을 담그고 고개를 뒤로 젖힌 채 짧은 신음을 뱉어봅니다. 흐음.... 타일을 바라보면 물방울 하나가 방울 방울 맺혀있고, 핸드폰에서는 제가 좋아하는 태민의 노래가 들립니다. 드립, 드랍, 한방울씩 더~ 촉각과 청각 모두 촉촉해지는 느낌.... 좋다 좋아... 좋구나...


피부가 약한 관계로 때를 밀진 않아요. 그러니까 크게 할 건 욕탕에 몸을 담그고 노는 거 밖에 없습니다. 사우나는 사장님이 일부러 꺼놓으셨고 또 저도 굳이 몸을 사우나까지 하면서 수분을 다 빼고 싶지는 않아서 안합니다. 제가 목욕탕에 가는 건 큰 공간을 전세내고 노래 들으면서 혼자 놀려고 하는 거 같아요. 사라져가는 것에 대한 애착을 소소하게나마 실천할 수 있는 기회인것 같기도 하고요. 요새는 주변의 작은 가게들의 단골이 되는 즐거움을 깨닫고 있어요.


    • 한국 근대 소설에서 "목욕 간다"를 "목간 간다"라고 많이 봐서 전 이 표현이 맘에 들더라고요. 찾아보니 경기 충남 방언이네요.

      • 앗 목간!! 0.0 구수합니다!!
    • 전철 1호선 천안행이었나를 타고 유명한 온천지역 일반 목욕탕 다녀온 이야기가 생각나네요. 물은 온천물이었다죠.

      저는 스무 살 때 간 것이 마지막이었는데 그 목욕탕은 그때 그 모습이더군요.

      평소엔 목욕탕이 지옥 풍경 같다고 생각해왔는데도 굉장히 반가왔어요.
      • 저도 어렸을 땐 어른들 따라 온천탕 가는게 뭔 지옥탕에 가는 것 같았죠. 엄청 숨 막히고 답답했었거든요.
    • 지옥도 오랜만에 보면 반가운 거군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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