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소마 감상기(스포일러 없음)
작년에 개봉한 <유전>을 너무 감명깊게 본 데다가 얼떨결에 플로렌스 퓨의 팬이 되었기 때문에(레이디 멕베스! 리틀 드러머 걸!!) 개봉하자마자 극장으로 달려가 보았습니다.
“미국인 커플이 스웨덴 시골의 지역공동체 축제에 참여하면서 인생을 뒤바꾸는 체험을 한다” 쯤으로 요약할 수 있는 줄거리만 보아도 그 축제에서 뭔가 끔찍한 일이 일어날 거라는 건 다 짐작하실 수 있겠지만 <유전>을 보면서도 느낀 그 찜찜하고 암울한 예감이 예상대로 다 실현이 되는데 감탄했습니다.
두시간 반짜리 러닝타임이 좀 과한게 아닌게 싶었지만 하나도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필요한 절차를 밟아가면 마지막까지 걸어가는 느낌이랄까요. 첫 화면의 일러스트 한 장이 영화 줄거리 전체를 요약하는 미술 파트의 중요성에서부터, 소품, 의상, 음식까지 디자인된 디테일도 맘에 꼭 드는 영화입니다.
90년에 한번 열린다는 축제의 정체는 뻔하다면 뻔하지만 그냥 이유없이 잔혹한 게 아니라 나름대로 원시종교적인 당위성으로 벌어지는 거라서 흥미롭고요. 원래 이런 영화는 어둠을 틈타서 꽉막힌 방에서 무서운 일들이 슬쩍 보이는게 특징인데 환한 백주대낮에 넓은 공간에서 사건이 벌어지는 걸로 설정을 해서 그게 더 으시시한 느낌을 줍니다.
가족의 비극과 도움 안되는 남자친구 때문에 괴로워하는 우리의 주인공 플로렌스 퓨는 좀 황당할 수 있는 줄거리를 붙잡아주는 감정적인 축을 충분히 해 주고요. 감독은 이 영화를 커플이 깨지는 이야기라고 설명하기도 했는데, 우리의 주인공은 재수없는 남자친구를 걷어차고 진정한 운명의 상대를 만난 거라고 제 맘대로 해석해 버렸습니다.
한편의 장르 코미디라는 감상평도 있더군요. 이랬거나 저랬거나.. 보지는 않을테지만 궁금하기는 합니다.
사람의 취향은 다양하다지만...
이영화를 2시간 반동안 보고 나온 저의 생각은 종교 집단의만행을 영상으로 보고 나온 느낌이었어요..
제가 보자고 해서 같이 간 친구에게 미안할지경었어요...
유전 같은 흡입력이나 처절함과는 거리가 좀 있었죠. 그냥 제3자로서 구경하는, 다큐멘터리 같은 기분? 유전 만큼은 아니지만 재밌게 봤어요. 3시간 넘는다는 감독판을 기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