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새 보고왔습니다

여기서는 듀나 별 새 개 반에 빛나는 영화라고 써야되겠죠.
국제영화제 25관왕이라는 홍보문구에
전혀 부끄럽지 않은 걸작입니다.

정말 좋습니다.
느리고 천천히 진행되는 영화지만
어느 순간부터인가 영화에 그대로 몰입하게 되네요.

에드워드 양 감독의 영화를 연상하게 됩니다.

고령가살인사건이 중학생 살인사건을 소재로 하면서도
그 사건을 어떻게 그리느냐에 관심을 갖기보다는 당시 아이들의 삶과 생각을 3시간 넘게 꼼꼼하게 그리는 데에 집중하면서 경이로운 영화를 탄생시켰듯이

영화 벌새도 성수대교 사건보다는
당시 살던 중학생 소녀의 삶과 생각을 너무나도 깊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제가 굳이 이 글을 쓰지 않더라도 보실 분은 다 보시겠지만
그래도 덧붙입니다.
당장 꼭 보세요.
에드워드 양 감독이
지금, 한국, 여성으로 다시 나왔습니다.
    • 영화를 볼 때는 몰랐는데 에드워드 양이랑 유사점이 확실히 있네요. 아시아 대도시의 중학생이 격동의 시대에 가족과 친구들과 관계 속에서 자기를 발견해간다는 맥락에서요. 주인공 말고 주변 사람들도 다 흥미롭더라고요. 가정환경이 비슷하던 단짝친구나 비행청소년의 길을 착실하게 걷던 언니(와 남친)가 어떻게 됐을지도 궁금해요. 서울대 휴학생이라던 한문학원 선생님이 민중가요 부르는 걸 보니 운동권인데 그 배경도 궁금하고요.  주인공이 살던 복도식 아파트는 은마아파트인가요? 아버지 방앗간이 은마아파트 상가 중 하나에 있는건 확실하던데 예전에 그 근처에 살았어서 상가 앞 정원이나 주변공간도 알아볼 수 있을 것 같았어요.       

    • 전 Yi Yi 생각이 좀 났습니다. 90년대를 관통하는 보편적인 이야기를 이렇게 울림이 크게 만들다니 대단한 작품임에는 틀림 없는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면 김새벽 배우가 그리 많이 나오지 않는데 영화 장악력이 대단한것 같습니다
    • 저는 작년에 보고 너무 좋아서 한번 더 봤었거든요... 이번에 또 볼 생각인데 중학생을 둘러싼 그 흐름이 하나의 역사처럼 이뤄지는 게 너무 신기했습니다. 매번 사건의 발생과 해결만 보다가 시작도 끝도 없는 그 한 부분 안으로 제가 들어가있는 기분이었어요
    •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의 오마쥬라고 해도 믿을 만큼 비슷한 분위기라고 느꼈습니다. 중학생의 아직 덜 자란 여린 몸과 수수함과 무해함, 먹고 자고 친구 만나고 하는 모습을 보면서 왠지 마음이 정화되는 것 같았어요. 격동하는 큰 세계(사회)와 작은 세계(가정) 속에서 아이들이 나름대로 서로 의지도 하고 투닥이기도 하며 스스로 자라 나가는게 기특하고 안타까웠습니다. 모성의 부재가 어떤 의미일까 문득 궁금하기도 했어요. 아플 때도 막상 발벗고 나서는건 아빠더라고요.

    • 디테일들이 정말 좋았습니다.

    • 너무 좋은 영화고 이 영화가 그리는 1994년을 보니 정신이 번쩍 들더군요. 90년대를 낭만으로 소비하는 부류와 참 다르죠.

      이 영화같이 개인의 서사가 시대의 서사가 되는 한국영화가 또 어떤 작품이 있는지 궁금하네요. 절대 쉽지 않을텐데.

      본문에 언급하신 에드워드 양은 많이들 언급하고 감독님도 그런 반응을 반기시는 것 같더군요.
    • 고령가 소년 살인 사건 디비디를 도서관에서 빌려놓고 한달 째 ㅠㅠ 못보고 있는데 (너무 길어서 엄두가 안나요.)


      이 글을 보니 용기가 생기네요. 


      밤이 지나기 전에 봐야 겠어요.

      • 보고나서 글 부탁드립니다.
    • 오, 저도 꼭 보고싶은 영화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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