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엔 폴 해기스의 <크래쉬>가 생각나요.

당시에 그다지 감명깊게 본 영화는 아니었어요. 

하지만 다시 꺼내봅니다. 

요즘의 상황에서 꺼내기 좋은 화두인 것도 같아서요. 내용이 잘 기억이 안나서 요약은 못하구요.


영화는 소수자 차별. 인종 혐오가 소재이고 영화 초반에 매우 뻔한 방법으로 드러냅니다. 그러다가 이게 다중풀롯으로 전환되면서 스테레오타입이었던 캐릭터가 입체적으로 변화됩니다. 

아메리칸 뷰티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어요. 포비아(미국산)들에 대한 어떤 연민이랄까? 그들도 어쨌든 사람이다라는 말인데 그 말을 무지막지하게 밀어붙이진 않고 뭔가 섬세한 느낌이 있죠.
이 영화를 볼때가 20대 초에서 중반을 넘어갈때쯤인데 영화 특유의 노친네 스러움이 싫었던 기억이 나네요. 

반면 동양에서는 그런거 없죠. 피와 뼈 보셨죠? 그냥 그런 사람은 그런 사람이랍니다. 가치판단 하지 말것. 


영화는 별로였지만 공감하는 부분은 있습니다. 

소통은 상처에서 시작한다는 것. 

상처를 주려는 심리. 혐오를 발동하는 원리는 너를 알고싶다는 무의식에서 비롯됩니다. 

너는 어떤 사람이니? 라고 물어보기 창피하니까 혐오하는거죠. 그게 어떤 감정인지를 잘 모르니까 당황이 폭력으로 변하는 원리... 몇번 반복되면 신념이 되고 결국 황망한 사람이 되는겁니다. 


타인에게 느끼는 혐오를 없애려고 노력합니다. 

그 사람에게서 내가 혐오감을 느끼는 그 부분. 정말 왜 그럴까라고 곰곰히 생각하다보면 슬퍼져요. 왜인지는 모르지만 그래요. 알랭드보통이 박근혜대통령을 비극의 여주인공이라고 했었던가요? 

그 정도는 아니지만 혐오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으면 이 세상을 지탱하는 어떤 것이 무너질 것 같아요.


하지만 방법은 모르겠네요. 교통사고같은거라도 나야할까요? 



    • 이 영화를 봤던 날이 생생히 기억납니다.


      아침에 동네 도로에서 벤이 담장 앞에 세워진 바이크를 정면으로 들이받고 서는 걸 목격했죠. 급정거의 마찰음이 요란하게 울리고, 연이어 들려온 추돌음, 쾅! 순간 놀라서 어어, 입을 벌리기만 했는데 멍한 가운데서도 제 안에 이상한 느낌이 있었어요. 시원함이었습니다.




      그날밤 <크래쉬>를 봤는데,  등장 인물들의 행로가 아침의 사고 목격 때 가졌던 저의 두 감각이 연장선상에 있는 거구나 싶었습니다. 


      타자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에 생각이 닿았죠. 우리 눈에는 현미경과 망원경이라는 두 개의 렌즈가 나란히 끼워져 있는 거구나, 하는 새삼스런 인식을 하게 했던 영화.

      • 네. 그래요. 맞아요. 누구나 갖고있죠. 현미경과 망원경. 
        중요한 건 지금 내가 어떤 렌즈로 보고있냐고 인식하는 거겠죠. 

        교통사고의 쾅!소리에 시원함을 느끼셨다니 시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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