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과의 대화

'대화'란 무엇인가? 사전적 의미는 '둘 이상의 사람이 주고받는 의사소통' 정도로 정리할 수 있겠죠.

대선 과정에서 대통령의 의사소통 능력을 '심각한 수준'이라 평가한 바 있고, 그 뒤로도 개선을 기대할 근거가 없었기에, 이번 이벤트 소식은 좀 의외였습니다. '임기 2년 반동안 지옥 특훈이라도 받았나, 뭘 믿고 저러지?' 싶더군요.

잠깐 들여다보니 청와대와 민주당의 얄팍한 미디어 전략은 3년 전과 달라진게 없어보이더군요. 혐오스러운 기획이라 총평할 수 있을텐데, '무작위로 추첨한 300명 시민과의 100분간 대화'에서부터 이 기획이 노리는 바가 투명하게 드러나죠.

300명 모두와 대화한다면 인당 문답에는 20초씩만을 할애할 수 있고, 이중 일부와 대화할 뿐이라면 발언 기회를 갖지 못한 시민들은 무대 장치로 동원된거죠. 300명의 시민들은 '발언 시간'과 '발언 기회'라는 한정된 자원을 두고 경쟁해야 하고, 이로 인해 그의 발언은 다른 시민들에 의해, 그리고 내적 윤리에 의해 제한받게 됩니다. 이 구도 아래서는 어떤 주제에 대해서도 깊이있는 대화가 불가능할 뿐 아니라, 대통령의 답변에 대한 피드백도 있을 수 없죠. 대통령은 정제되지 않은 시민들의 발언을 듣는데 긴 시간을 할애해야 하고, 이는 답변을 회피하거나 대충 내놓는 무의미한 답에 대한 좋은 변명이 됩니다.

전임 대통령보다 별로 나을게 없어보이는 현 대통령의 지능과 의사소통 능력, 정책에 대한 이해와 관심은 이 포맷으로 인해 감춰지고, 제 말을 들어달라 아우성치는 가여운 백성들과 인자하신 대통령의 이미지만 남는거죠. 팬미팅이란게 다 그런 것일지도 모르지만.

많이 보던 그림이죠? 앙다문 입을 하고 고개를 주억거리는, 그때는 아직 대머리가 아니었던 문재인의 v진.정.성.v

청와대 대변인인 고민정은 '연출되지 않았음'을 강조하지만, 참여자들의 행동 양식을 결정짓는 포맷이 곧 연출이죠. 고민정이 사기치려던게 아니면, 정확한 서술은 '대본이 없었다'일테고, 그건 사실일지도 모르죠. 진정성 드립을 치려면 뭐라도 재료는 있어야 할테니. 고민정이 말한 '작은 대한민국'이란 개념이 좀 재미있더군요. 그 스튜디오를 떼어서 어디 작은 섬에 옮겨놓으면 2주 안에 실각할 것 같던데..

소통하는 대통령을 어필하고 싶고, 바리사이들이 의심하는 것처럼 전임 대통령과 다를 바 없는 빡대가리가 아니라면 tv 정책 토론 가시는게 좋지 않겠나 건의하고 싶네요. 대의제 민주주의 부정하는게 아니면 깔끔하게 1 on 1으로 순회 토론 가시죠? '박근혜와는 다르다, 박근혜와는!!'을 실증적으로 보여주는겁니다. 옆구리에 팔뚝 꽂히기 전에.
    • 사정이 있어 '국민과의 대화'를 보지는 못했는데,


      "수시를 늘린다고 정시가 줄어드는 건 아닙니다" 같은 말은 안했나 보네요.

    • 물론 이거라도 하는게 전임 정부보다야 나은 것일테지만, 전임 정부를 기준으로 삼는 것 자체가 웃기는 일이겠죠. 




      전반적으로 후진 포맷이었습니다. 물론 300명을 뽑았다고 그들 모두와 대화를 하겠다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시도를 한 것은 당연히 아니겠죠. 다수는 방청객이 될 운명이었을터이고, 그게 뭐 꼭 나쁜 것만은 아니죠. 열댓명만 뽑았다면, 그건 또 그것 나름대로 뭔 기준으로 뽑았냐, 짜고치는거 아니냐, 저들이 대표될 수 있느냐 등등 이야기가 나왔을테니까요. 문제는 연출이 후져, 빤히 보이는 의도를 참아주기가 어렵다는 것이겠죠. 




      다만 국민과의 대화의 문제점을 지적할 때, 문재인의 신체적 약점을 병기할 필요가 있었을까요? 문재인의 머리카락과 이가 다수 빠진 것을 굳이 비꼬지 않아도, 글의 논지를 전달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을겁니다. 그 사족 덕분에, 이 글의 의도가 비판인지, 저열한 혐오인지 의문이 생깁니다. 

      • 그것도 이미지 전략이니까요. 문재인 이빨이 몇개나 빠졌는지를 전국민이 아는게 이상한 일이란 생각은 안 드시는지? 가채나 염색의 중단도 이빨이 빠진 것을 광고하는 것와 마찬가지로 의도 아래 행해지는 거죠.

        제 주된 관심사는 이미 빠진 머리털 보다, 다음에 빠질 것은 간인가 쓸개인가 하는 거지만..
        '외모가 복지'라던 유권자들은 그들의 복지가 후퇴하고 있음을 알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

        복지의 후퇴를 막기 위해 대통령의 모근이 힘을 내서 탈모를 이겨내기를 기원하는 청와대 앞 촛불집회 같은게 필요할 지도 모르죠. '탈모 개혁', '모발 수호', '모근세포 사랑해요'같은 팻말을 들고 말이죠.

        이 글이 누군가를 혐오한다면 그 대상은 노인이나 탈모인이 아니라 '외모패권' 찾던 정치 훌리건들 뿐입니다. 별로 부인할 필요는 모르겠는데..;;;
      • 간이니 쓸개니 타령하는 것 보니 저열한 혐오 맞네요. 하긴 정치인 빠질이나 하는 것들이 다 그렇지만 ㅎㅎ

    • 밤샘기자회견 한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기자1인당 한두개의 질문밖에 못하게 해서 사실상 후속 질문을 막아버리고 역시 기자들이 기레기.라는 방식으로 결론을 냈던 조국을 벤치마킹했나보죠.


      제일 황당한 답변중에 하나는 전국적으로는 집값이 안정이다라고 대답했다는거고요. 서울 아파트중에 현정부 집권이후에 시세가 두배 튄것도 있는데 말입니다.



    • 국민과의 대화 평가가 대단히 좋긴 한가보군요. 




      말도 안 되는 걸로 깎아내리는 작태들을 보아하니 이번주 지지율이 좀 오를 듯 싶네요 ㅎ 

      • 하긴 지난 총선때도 당시 여론조사상 새누리당 지지율이 40%대고 당시 민주당이 20%대 나오니까 선거 다했다고 새누리당 애들이 희희락락 하다가 망하더군요.

    • 아이고, 오늘은 여기서 계모임들 하시나봐유?

      ㅋㅋㅋ
      • 커뮤니티 전체가 조국기 부대로 도배된 곳들도 있는데 이 정도는 애교죠.

        • 어떡해 계모임 인정했어ㅋㅋ

          횐님 즐거운 모임 되세요 ;)

    • 아. 각기 다른 모양의 스피커에서 같은 소리들이 변주곡으로 울리는걸 보니 참 재밌습니다. 오랜 휴지기를 거친 스피커도 보이고.... 리모델링 빡세게 거친 스피커도 보이고.

      꼭 정치이슈에서 한꺼번에 울립니다. ㅎㅎ

      모 회원님은 진짜 전에 쓰시던 글과 너무 달라서 적응이 안됩니다. 그간 무슨일이 있으셨던걸까... 나름 예전 글 애독자였는데 말이죠.
    • 그래도 무관심보다는 낫다고 해야할까나?
    • 대선 토론 때는 이런 얘기들은 뵈지도 않고 (애꿎은 어떤 분만 초딩딱지 붙었는데) 요즘 나오나보네요?그때 참 답답했더랬는데.

      눈치 많이 보고 지루한 소리나 계속 하는 양반이라 생각했지만 이왕 자리에 오르신 거 화이팅~이었죠.

      그래도, 대단히 비판적이시네요;;;

      이런 방송이야 한계가 분명한 거고, 즉석질문이라도 혹시 받는다면 또 모르죠. 의미있는 자리가 될지.
      • [즉석질문이라도 혹시 받는다면 또 모르죠. 의미있는 자리가 될지.]

        아녜요, 대의제 하에서는 대통령이 그의(..그의 정책의..가 돼야겠지만) 지지자들을 대표하듯 그 반대편의 의견도 최선자에 의해 대표돼야죠. 같은 의견이면 자기들끼리 팬미팅 하면 되고, 전파낭비할 필요가 없구요.
    • 이명박근혜와 다르지 않게 보는건가요? 구분을 못하면 글 길어봤자 싫어서 싫기에 험담하는건가요~?

      투정부리는 조카생각이 나네요~

게시판 2012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462,404 01-31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147,940 12-31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122,148 04-01
130354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10 186 12-31
130353 아바타 3를 보고 유스포 2 191 12-31
130352 [핵바낭] 올해 잉여질 결산 잡담 14 331 12-31
130351 아바타: 불 과 재 보고 왔어요 짤막 소감 6 227 12-31
130350 [영화강추] '척의 일생' 8 249 12-31
130349 흑백요리사 2 8~10회, 싱어게인 4 탑 4 결정 6 285 12-31
130348 Lacombe Lucien(1974) 7 131 12-31
130347 [관리] 25년도 보고 및 신고 관련 정보. 15 323 12-31
130346 Isiah Whitlock Jr. 1954 - 2025 R.I.P. 2 138 12-31
130345 [왓챠바낭] 우편배달부 말고 '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 잡담입니다 12 267 12-31
130344 [넷플] 말 많고 탈 많은 '대홍수' 드디어 봤습니다 14 453 12-30
130343 [반말주의] 다들 올해 고생 많았어!! 새해 모두 건강하고 복 터지길 바래!! 12 186 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