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더 퀸 (season 3, Aberfan), 설국열차, 사전검시, 지소미아

1. 더 퀸 - 시즌 3, Aberfan 

넷플릭스 시즌 3 '더 퀸'의 Aberfan 편을 보았지요. 이 편은 정말 온몸에 힘을 주고 보았는데, 저는 이 에피소드를 보기 전부터 1966년에 아버반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백십여섯명의 어린이와 스물여섯명의 어른이 석탄에 깔려 죽었죠. 영국 National Coal Board는 이 지역 석탄 채굴을 콘트롤하고 있었고, 안전 규정이 지켜지는지는 전직 NCB에서 임직원들이 감사했다고 하는군요. 폭우로 인해서 싱크홀이 생겼고 산같이 쌓인 석탄더미는 학교를 덮쳤죠. 부모들은 맨손으로 덤벼들어 석탄 더미에서 아이들의 시체를 긁어내었고... 한 세대가 그 마을에서 사라졌고 책임자들은 제대로 처벌되지 않았죠. 금요일, 토요일, 일요일. 검은 바탕에 흰 글자가 떠오를 때마다 무슨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 건지 잘 들려왔지요. 그 검은 바탕은 조의의 뜻이면서 또한 석탄의 색깔이기도 하지요. 


왜 이 에피소드를 보는 게 고통스러웠나, 한국인이라면 누구든 세월호를 떠올릴 것 같더군요. 이번에 경향신문에서 특집으로 낸 '매일 김용균이 있었다'가 떠오르기도 했지요. 


2. 공포, 설국열차 

요즘 제가 즐겨보는 블로그 주인장이 있어요. 포스팅을 보면 공포가 읽혀요. 그 공포 중의 하나가 자식에 대한 공포예요. 내 자식이 상할 것 같다. 내 자식이 낙오할 것 같다. 내 자식이 이 사회에서 부당하게 당할 것 같다는 공포예요. 구체적으로 한 블로그가 그런데 그 블로그에서 설국열차를 여러번 언급하더군요. 내 자식 뺏긴다. 내 자식을 저들이 잡아다 열차의 엔진실에 집어넣는다. 왜 먹고 살 만해보이고 강남에 비싼 아파트도 샀다는 사람이 이런 걱정을 하나 했는데, 이게 이 시대의 정서인지도 모르겠네요. 한국에서 노동자가 되는 건 생명의 위험을 담보하는 거라는 강력한 메시지죠. 


3. 사전 검시 

심리학자 게리 클라인은 어떤 일을 하기 전에 사전 검시 (pre-mortem)을 하라고 합니다. 이 일이 어떤 경로로 실패할 것인가를 미리 예측한다면 그 일을 방지할 수 있다고 하죠. 문재인 정권은 어떻게 망할 것인가를 곰곰 생각해본 적이 있습니다. 대선결과가 확정되던 날이었죠. 광화문에서 커피를 마시는데, 밖에서는 시끄러운 노랫소리가 들려왔어요. 이 정권이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잘 될 것인가, 잘 안된다면 어떻게 안될 것인가. 잘 되기를 간절히 바랬고 지금도 바라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그때 생각했던 몇가지는 현실화가 되었네요. 


K대학교 모 교수가 자기 페이스북에서 이 정부가 해야할 일에 대해서 두가지로 요약했는데, 하나는 upside chance를 늘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downside risk를 줄이는 것이다, 대략 이런 내용이었다고 기억합니다. 다시 말해서 첫번째는 사회계층이동성을 높일 것. 즉 entrepreneurship을 살려야 한다는 뜻이겠고. 두번째는 안전한 나라를 만들 것, 이란 뜻으로 이해했어요. 특히 박근혜 정권 때 세월호 사건이 있었다보니 두번째는 민감하게 대처하려니 하고 생각했습니다. 고성 산불 사태나 돼지 열병 문제를 비교적 잘 대처한 것도 그런 이유가 아닌가 싶어요. 


앞으로 무슨 뇌관이 터질까 생각했는데, 김상조 전 공정거래위원장이 가습기 살균제 건으로 검찰에 고발당한 건이 그 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여기에 유선주 전 공정위 심판관리관의 증언의 신빙성까지 재수사 된다면, 프리모템 루트 중 하나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4. 지소미아 

지소미아 갖고 한국이 자존심 구겼다고들 보지요. 국가의 역량 (권투로 보면 체급)에 한계가 있고, 한정된 역량으로 쓸 수 있는 전략이 있는데, 전략 면에서 실책했음을 빨리 인정해야겠지요. 하지만 체급 갖고 현 정부를 탓하기는 어려울테니 비난이 오래 지속되진 않겠지요. 미국에 있어서 한국은 이제 갓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나라(굽시니스트 표현)이고, 일본은 경제력으로 2011년까지 세계 2위를 오래 해낸 나라이니까요. 트위터에 sonnet님은 이 일을 수에즈 사변에 가깝다고 보면서, 다음과 같이 코멘트했더군요. 


2차대전 후 옛 강대국이었던 영국과 프랑스는 국유화된 수에즈 운하를 되찾으러 이집트에 개입했다가, 미소에게 물먹고 굴욕적인 철수를 하게 됨.

이 사태로 영프는 초강대국의 이해관계에 배치되는 정책을 밀어붙이면 굴종을 강요받게 된다는 것을 배움. 전후세계질서를 얻어터지고 배운 셈


    • 1. 저는 몰랐지만 분위기상 짐작이 되더군요. 오프닝이 정말 어지간한 재난영화 이상으로 끔찍하게 연출이 됐어요. 짧고 굵지만 그 순간 온몸을 움찔하면서 눈을 감게 되버리는... 오프닝에서 아이들이 연습하던 노래가 나중에 추모식에서 반복되고 마지막에 자기는 감정이 메마른 사람이라던 엘리자베스 여왕까지 결국 눈물을 보이는 연출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올리비아 콜먼의 연기도 명불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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