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턴화된 게시판

정말 지금까지 전 나름대로 잘 버텨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번에도 별 얘기 안하려고 어떻게든 최대한 필사적으로 참고 있었습니다. 지금껏 이런일 생기면 리플로 한 마디만 띡 던지고 도망갔었거든요. 이번에는 결국 얘기를 하게 되네요. 

패턴도 이런 패턴이 없습니다. 사실 패턴이라기도 뭐하고, 고정 루틴으로 보는게 맞겠군요. 

도식화 하자면 이런 식이죠. 

누군가가 소위 '빻은'(소리라고 다수 듀게 유저들이 인식할) 말을 합니다. 그 분은 이를 참을 수가 없기에 글 쓴 누구를 잔뜩 빻인 구데기 취급을 합니다. 구데기 취급 받은 누구는 분기탱천하여 그 분을 공격하고, 곧 난장판 싸움이 일어납니다. 이에 오지랖 많은 다른 누군가가 '점잖게' 한 마디 합니다. 그 분은 한 마디한 다른 누군가에게 빻은 소리한건 저 누구인데 왜 나만 욕하고 있냐면서 결국 네놈도 빻았다고 니도 누구랑 한패냐 혹은 니도 버러지라고 밀어 붙입니다. 이제 다른 누구와도 설왕설래가 오가다가 다른 누구도 역시나 멘탈이 터져서 그 분을 공격하기 시작하고, 이미 난장판이 된 게시글에 또다른 누군가들이 난입해서 내가 옳네 니가 그르네하며 한 마디씩 던집니다. 물론 누가 먼저 공격을 시작했는가는 때마다 다릅니다. 어쨌든 이 지점 즈음해서 보이는 양상은 대체로 소위 '욕설'을 니가 먼저 했네 안했네가 중요 쟁점입니다.

이쯤까지 오면 이후 진행은 두 가지로 갈리는데, 대체로는 그냥 여기서 유야무야 가라앉습니다. 하지만 멘탈이 터진 자 중에 좀 더 분기탱천하는 쪽은 그 분의 저격글을 쓰는 경우가 왕왕 있는데, 이젠 조금 더 일이 커지고 쟁점도 확장됩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멘탈이 터져서 저격글을 올린 분은 대체로 처음 싸움이 일어난 누구가 아니라 싸움 중에 끼어든 다른 누구인 것입니다. 아무튼 이쯤되면 쟁점이 변하는데, 물론 허구언날 나오던 쟁점입니다만, 도편추방제를 하네마네 관리자가 버린 게시판이네 뭐네 유저 하나 다굴빵 치는건 옳네 안옳네 내가 맞고 니가 그르네 하면서 온통 쌈박질이 일어나고 여기저기서 콜로세움이 세워집니다. 

여기서 그 분의 영웅적인 투쟁은 백가쟁명의 혼탁한 상황에서도 군계일학인지라 찬란하게 빛을 발하는데, 흡사 장판파의 장비 혹은 떼르모필레 육상 전투의 스파르타 300인이 눈 앞에 장엄하게 재현되는 듯한 실로 거룩한 광경입니다. 먼 예전의 일이지만, 여전히 인상적으로 남은 광경 중 하나가(아마 제게 직접 하신 말씀이라서 더욱 그렇겠지요) 나를 꼰대라고 지적하는 행위를 하는 네가 꼰대고 난 꼰대가 아니다 라는 취지의 말씀이었습니다. 아니 이게 대체 무슨 말인지 이해하는데 다소 시간이 걸렸었지만, 귀중한 가르침 제 삶의 지표 중 하나로 삼고 있지요. 이렇게 사방천지에서 치열한 설전이 벌어지지만 이미 늙을대로 늙었고 삶에 지친 대다수의 듀게 유저들(중에서도 있는 힘 없는 힘 짜내서 게시글이나 리플을 쓰는 분들)은 차츰 체력이 다 떨어져서 하나 둘 나가떨어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얼마간 정전이 발생하고 다시 약간의 시간이 흐른 뒤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누군가의 바낭에 의해 다시 게시판이 굴러가기 시작합니다. 올해 있었던 연등씨의 폭주는 여러모로 상당히 이례적이긴 했지만, 결국은 이렇게 마무리 됐죠.

이게 하도 패턴화되서 전 이젠 그냥 그러려니 하는 단계지만, 이번엔 뭔가 변화가 일어날까 하는 기대에 지금껏 필사적으로 막았던 봉인을 깨버렸습니다.
    • 걍 거슬리는 소리는 기억과 두뇌에서 필터링 하게 되더라구요.


      순간 욱해서 댓글-대댓글 달다가도 내가 이거 뭐하는 짓인가.. 차라리 이거 달 시간에 애랑 더 놀아주지.. 하는 생각도 들고

      • 글쵸. 애는 그래도 사람이라 그런가 말도 통하고 눈빛도 통하죠. 멍멍이나 야옹이도 마찬가지일듯 싶네요. 나이들수록 시간이 귀하단 생각이 듭니다. 특히 공감하는 시간들 ...
    • 사람은 안바뀌는데 어쩌구저쩌구 해봣자 서로 기분만 상하죠.

    • 저도 그래 어차피 여기 무법지대인거 똑같이 무법자로 같이 악다구니해보고 그랬는데 그것도 좀 지나니까 시들해지더군요. 그냥 적당히 놀아주다가 차단하는게 답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 그동안의 추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글입니다. 그 악다구니 속에서 못 버티고 떠나버리신 분들도 기억나고요.

    • "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멘탈이 터져서 저격글을 올린 분은 대체로 처음 싸움이 일어난 누구가 아니라 싸움 중에 끼어든 다른 누구인 것입니다. "

      그러게요. 안타깝게도 끼여들다가 더 큰 총상을.
    • 룸살롱 가고 싶다고 거기서 폭군놀이 하면서 즐겁게 놀고 싶다는 쓰레기 같은 소리도 말만 예쁘게 조곤조곤 하는 유저를 보면 왜 저렇게 살까 싶지요. 저런 쓰레기는 게시판에서 분리수거해 줄 사람도 없고.
      • 그걸 욕해봤자 변하는것도 없습니다.

        • 변할리는 없는데 최소한 그게 공개적으로 떠들 소리는 아니라는 건 알려주고 싶네요. 댓글이라는게 글쓴이만 보는 것도 아니니까요.
        • 누가 변한답니까. 그분 참아내는 유저들도 상당할 거예요. 그래도 쫓아내자는 소리는 안합니다.
    • 또 한가지 특징으로는 아젠다가 막말과 감정배설의 핑계로 전락했다는걸 들 수 있겠네요. 예전엔 나름 주제에 대한 논의가 길어지고 깊어지기도 했는데 이제는


      본문에 언급하신대로 시작한지 얼마안되서 혹은 시작하자마자 악다구니판이 벌어지니까요. 심지어는 피아식별도 없이 일단 끼어든다싶으면 마구 딱지붙여서 밟으려들고...


      그런 행동들을 보면 내적으로는 아주 미약하나마 자신의 행동에 대해 뭔가 캥기는 구석이 있어서 그런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 비슷한 일 이 게시판에서 겪어본 적 있습니다. 답글 단 게 마음에 안 들어서 자기와 정치진영이 다른편으로 짐작하고 반말 찍찍대며 알바로 매도하더군요

        글은 하나밖에 안 쓰고 관련이슈만 나왔다 싶으면 출몰해 비아냥거리는 답글다는 거 보고 그 쪽이야말로 알바가 아닌가 싶었네요.
        • 더 웃긴건 보다못해 몇몇분들이 좀 진정시키려고 나서면 "너네들 편먹고 이러는거 아니냐" 이런 소리가 그쪽에서 들리더란 말입니다. 확실히 속으로는 캥기는게 있다 싶었어요.


          되도않은 진영논리 딱지라도 붙여야 좀 덜 불리하겠구나 싶은건지....쩝



          • 자기가 지지하는 정치적 입장이 결코 비아냥이나 반말같은 무례함을 정당화할 수는 없죠.
            • 이거 아주 공감합니다.

              사실 상식이라고 생각하는데 요즘 보면 생각 다르신 분들이 많더라구요. 이것도 세상 따라 변하는 건지...;
              • Pc에 민감하다는 듀게에서 그런 일을 겪으니 황당하더군요. 사실 듀게가 별 거였냐마는. 그렇게 상대방 기분 상하게 해 놓고 그 패악질에 읽는 사람 눈살 찌푸리게 하고 뭘 얻겠다는 건지 궁금해지더라고요.
              • 참 그분들은 이런 글에는 코빼기도 안보이거나 와서 엉뚱한 소리나 하죠. 예전에도 이런류의 글이 꾸준히 올라왔었는데 늘 똑같네요. 또 이러다 누가 또 하나 떡밥던지면 눈 희떡디비져서 발광할테고...쩝
                • 무슨 지령받고 움직이는 건지 모르지만 그냥 차단박은 걸로 만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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