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투시오 봉쇄수도원

이번 주에 씨름의 희열도 결방해서 허전하던 차에,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웬 수도원 이름이 올랐길래 보니 다큐멘터리 방송을 하더라구요.

kbs에서 만든 3부작인데 1회 시청률이 4.5%이고 실검 1위를 할 정도면 다큐로서는 상당한 결과 아닌가 싶어요. 

성탄에 맞춘 방송이어서인지.. 그 곳의 무엇이 그리 세상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던 걸까요.

수도원의 이름에 걸맞게 철저한 고립과 침묵, 청빈의 생활을 하는 수도사들의 삶이 거기 있었어요.

한국 유일이자 아시아 유일이라는 봉쇄수도원의 건물은 종교성을 드러내려는 노력은 조금도 하지 않은, 그냥 최대한 싸게 지은 가건물이었어요.

종교 의식에 필요한 최소한의 기자재 이외의 모든 것은 그냥 실용적인 것, 저렴한 것들, 스뎅 식기와 낡은 슬리퍼들, 은촛대 하나 없는 예배당..    

한 젊은 수도사는 자기 방의 십자가 마저 그냥 흰 종이에 싸인펜으로 그린 것을 붙여 놓고 있었어요. 

그걸 내내 쳐다보면서 기도하고 또 기도하는 모습..

혼자 식사를 하는 어느 서양인 수도사의 식탁에는 오직 흰 밥 한 그릇만 있었구요. 

서양식으로 하면 밀가루로만 만든 빵 한덩이의 모습과 비슷할지.. 

찬 한 가지 없이 식은 밥을 젓가락으로 떠서 조용히 씹는 모습.

수도사들의 의복은 무척 정갈했어요.

실내에서는 주름 하나 얼룩 하나 없이 깨끗이 손질된 흰 수사복, 노동할 때는 실용적인 진jean 소재의 수사복, 산책 갈 때 입는 건 역시 잘 손질된 베이지색 수사복.

영상을 아직 보기도 전에 왜 그렇게 눈물이 났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아마 제일 좋은 건 이 고해 속에 안 태어나고 안 사는 것이었겠지만, 그 다음으로 복이 있다면 그건 구도자가 되는 삶이 아닐지..

21세기에 천 년 전에 정한 수도회의 규율을 지키며 사는 사람들

그 분들의 평안을 기도합니다. _()_ 




    • 소개 감사드립니다 :) 써주신 글만으로도 잔잔하게 마음이 움직이네요. (저작권이 조금 걸리지만) 유투브에 올려진 영상 보려고 합니다..


      어디선가 듣기로 봉쇄수녀원도 부산 어딘가에 있다 하던데..그곳도 언젠가 이처럼 영상으로 보고 싶은 마음 절반, 반대로 영원히 속세의 관심..먼지와 때에서 자유로운 곳으로 남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절반입니다, 하하..
    • 수도사의 방에 대한 로망이 좀 있어요. 책상 하나 침대 하나 램프 하나 (거기에 버튼을 누르면 벽에서 DVD 콤보가 나오고 내 컬렉션도 그 아래. 스마트폰은 안 되겠죠?넝담 입니다)

      빨강머리 앤의 방이 준 영향인 것 같아요.
    • 좋은영상 소게 감사합니다 어머니 알려드리니 좋아하시네요
    • 공지영의 <유럽 수도원 기행>에서 봉쇄 수도원이라는게 있다는 걸 처음 알았었습니다. 뭔가 되게 신기했습니다. 저같이 세속적인 인간에게는 정말 신선한 경험이었죠.
    • 위대한 침묵이(https://namu.wiki/w/%EC%9C%84%EB%8C%80%ED%95%9C%20%EC%B9%A8%EB%AC%B5) 라는  다큐가 몇년전에 개봉된적이 있는데, 보시면 좋아하실것 같습니다. 같은 봉쇄수도원이지만, 배경이 알프스산중의 오래된 수도원이구요. 저도 보다가 왠지 울컥하는 느낌이 있었는데, 아마 많이 지친사람들에게 위로가 되는 영상들이어서 그런가봐요. 

      • 위대한 침묵 하니까 아는 신부님이(전 가톨릭 신자는 아닙니다) 신학교 다닐 때 이야기를 종종 해주는데 그 중에 특히 어려웠던 게 한달 동안 침묵 훈련 하는 거였다고 하던 말이 생각나네요. 침묵 훈련 기간 동안에는 학교 전체가 침묵, 비명소리도 안 나가게 조심해야 하기 때문에 같은 학년 누군가는 산책 중에 만난 동네 개한테 소리를 못 질러서 그냥 물려왔다고 하고, 유일하게 말소리를 들을 수 있는 시간이 모여서 영화를 보는 시간인데, 그때 담당 신부님이 가져오신 게 하필 이 위대한 침묵이었다고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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