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 진중권에 대한 추억

MB가 당선되었던 첫 대선에서 제가 뽑은 후보는

이회창이었습니다. 그만큼 전 정통보수(?)에 가까웠죠.

국뽕도 심하고 하필 집도 꽤 잘 살았어서

약자들에게 공감하기보다, 불평등을 보기보다

자유주의에 심취해 있었죠.

그러던 절 결정적으로 바꾼 건 진중권이

언론에 기고한 글 하나였습니다.

한국에서 이주노동자들 불법체류자들이 받는

차별과 가혹한 탄압을 폭로하며 '나찌'운운하던 그 글은 처음에 절 불쾌하게 했습니다.

제가 아는 대한민국은 그럴 리가 없었으니까요.

저는 관련 기사를 검색해보고 그제서야 제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마침 가세도 기울면서 전 급격히 진보정치에관심을 갖게 되었고

진중권의 글을 시작으로 김규항 박노자 등

진보논객들의 글을 읽다 진보신당의 존재를

알게 되었죠.

진보신당 정치캠프에 가서 진중권 노회찬

정태인의 강의를 듣고 사람들과 토론하고

배우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 뒤 군대 가기전&가서 휴가 나와서&전역하고 꾸준히 촛불집회, 희망버스, 희망텐트 등

사회운동에 적극적으로 연대하면서 세계관을 넓혔고 진중권이 당시 살던 곳 근처에 살다보니 그와 단 둘이 버스 택시 지하철을 타며 많은 얘기를 나두던 생각이 납니다.

어느순간엔가...아니면 애초부터 진중권은 좌파보단 자유주의자에 가까웠을 지도 몰라서인지 차츰 진중권과 이념의 차이를 느끼며 멀어졌고...지금은 추억으로만 그의 존재를 생각하지만...

이 모든 게 진중권의 글 하나에서 시작되었죠. 그에게는 감사한 마음이 있습니다. 그 덕분에 노회찬과 심상정을 알게 되었고 진보정치의 가능성을 볼 수 있었으니까요...
    • 저는 이 사람의 부산대 월장 사태 다룬 것과 미학 입문서때문에 아직은 고맙게(?) 보는 마음이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몇 년 전에 이 사람 책을 보고 이 사람도 결국 2차 문헌 짜깁기였나 싶었던 생각이 들더군요. 실망은 아니었고 그랬다는 겁니다. 진짜 이런 사람이었나 싶었던 것은 모 아나운서한테 했던 트윗때문이었지요.

      • 그 트윗은 저도 너무 실망을 크게 했던 기억이...쉴드를 칠 수 없는 망언이었죠. 자살세 발언도 그렇고
      • 월장 사태 나고 나서 얼마 후에 진중권이 무슨 일로 페미니스트 진영하고 충돌한 적이 있었는데, 이사람은 "내가 지난번에 너희들 편을 들어 얼마나 열심히 싸워줬는데 니들이 나한테 이럴 수가 있는거야?" 식의 반응을 보이더군요.




        그 때 분명히 깨달았죠. "아, 이 사람은 동등한 사람들 사이의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게 아니라, 잘난 내가 너희들에게 시혜를 베푸는 거라는 생각이 뼈속 깊이 박혀 있구나..."


        • 그랬을 거란 생각이 드네요. S대 출신의 선민의식의 발로였던가, 그것도.

        • 그때가 아닐수도 있지만 제가 떠오른 게 하나 있네요.

          개그맨 장동민의 워딩을 변호할 땐 충돌이 있었을 것 같기도. 이게 묘한게, 이를 비판한 위근우의 말도 맞고 진중권의 말도 그것대로 맞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성평등의식의 거름망으로 걸렀을 때 책 잡히지 않는 대한민국 남자가 존재하기 어렵긴 하죠. 게다가 가만히 있을 수 있어서 중간이라도 하는 대다수 시민과 달리, 말로 먹고사는 분이니 더 위험할테고.한국남자가 쓰레기라는게 아니라 난데없이 높은 기준을 들이대면 남아날 자가 없다는 생각이.
        • 진중권 엘리티시즘 심해요. 어제 토론만 봐도 알수있고요.
    • "나도 메갈이다" 이럴땐 또 멋있기도 했죠.
    • 100분 토론에 나와서 반동성애 진영에 있는 사람을 시원하게 멕인 거 보고 멋있다고 생각했던게 기억나요
      • 진중권이 논리가 부실하고 신념만 강한 어중이 떠중이들을 상대할 땐 정말 압도적이죠 ㅋㅋ...
    • 진중권이라는 자연인을 참 여러가지로 볼 수 있는 세상이 왔어요. 저는 진중권을 실제 한 번 본 적이 있어요. 광우병 촛불 집회현장을 단기필마로 마이크 하나들고 뛰어 다니는 모습을 아프리카로 보면서 다치지나 않기를 바라면서 봤고, 나도 그 현장에 가보고 싶어서 먼 거리를 올라와서 시청앞 광장을 서성이다 낮인데도 진교수와 시위하는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것을 바로 앞에서 지켜보게 됐죠. 그 때 든 생각은 피곤하겠다 였어요. 육체가 아니라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할 것 같다는 느낌이었어요. 여야 정치인들과 이 사태를 풀어나가야 할 상황에 몇 가지 방법밖에 없는 사람들의 뻔한 방식을 듣고 있어야 하니 해결책도 뻔한 얘기밖에 할 수 없어서 그냥 듣고만 있는 무표정한 얼굴을 봤을 때 지치고 피곤해 보인다는 느낌이죠. 그리고 방송에 나오는 것 보다 왜소해 보인다는 것. 그 왜소한 사람이 당시 전국 이슈의 중심을 뛰어 다니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프리카 1인 방송이라는 뉴미디어의 선봉에서 뛰어다니던 사람이었고, 100분토론에도 단골 출연하면서 상대진영에게 뉴미디어의 가치를 일깨워줘 국정원과 각종 통제기구를 동원해서 댓글부대와 가짜뉴스와 한나라당의 사이버전사와 일베의 필요성을 역설적으로 알게해 준 상징적인 인물이었어요.




      진중권이나 유시민이나 둘은 제너럴리스트예요. 다양한 분야에 대해서 말을 하지만 그들은 다양한 분야의 스페셜리스트가 아니죠. 딱 정치인이 되면 좋을 포지션입니다. 동양적 세계관으로서는 군자불기:한자 입력이 안됩니다. (군자는 그릇이 아니다)정치는 군자가 해야 하는데 군자는 어느 특정한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다라는 정도의 말이겠죠. 그러다 보면 자신이 어느정도 선까지만 알고 더 이상은 스페셜리스트의 말을 듣고 흡수해서 이용해야 하는데 진교수는 그 스페셜리스트들과 싸우고 있어요. 흡수해서 이용해야 하는데 싸우고 있는데서 사람들이 갸우뚱하게 해요. 유시민은 자기가 아는 선까지 이야기 하고 싸우지를 않아요. 그의 책을 보면 제너럴리스트의 한계를 알고 마음껏 떠들더군요. 그런 책을 내서 수입도 많이 냈고 스페셜리스트들이 싸움도 안 걸지만 싸우지도 않아요.

      • 광우병 집회때 저도 현장에서 진중권 교수를 실제로 봤던 기억이 납니다. 참 여러모로 대단한 사람이다 싶었지요. 어젯밤 토론에서는 스탈린과 히틀러의 어록을 인용하는 거 보고 아, 정말 시공간을 맘대로 주유하면서 사고하는 양반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 전 그 인용을 들으면서 갸우뚱해졌습니다. 히틀러에 비교하다니 참 균형감각이 없는 사람이구나, 생각했어요.

          제 생각에는, 본인은 철저하게 청렴하고 정의롭게 살아왔고 이게 진보의 기본이므로, 조금이라도 흠이 있는 사람들이 본인 보기엔 히틀러 정도로 극심하게 느껴지나봐요. 현실을 사는 많은 사람들은 그 지점에서 황당해하는 것 같구요.
      • 동의. 그래서 유시민은 여우같단 생각이 들고, 진중권은 자기 한계에서 더 무리해서(혹은 우겨서) 아는 척 한단 느낌이에요. 수년전 진중권 수업을 들은 모 지인은 깊이 들어가면 일반론 외 학식이 별로 없단 소감을. 더욱이 최근 요 몇 년은 공부 안하는 것 같다고. 

        • 이런 것 보면 진중권은 애초에 박사과정에 맞는 사람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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