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 이태리 오징어순대집 & 씨름의 희열 6,7회

-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개인적으론 기대 만큼은 아니었지만 충분히 아름다운 영화였어요. 여성이 대상화된 채 살 수밖에 없었던 시대에, 대상이 되기를 거부하는 두 여인의 이야기를 그림, 특히 초상화라는 매개체로 풀어낸 아이디어가 감탄스러웠습니다. 

물론 영화적 아이디어로서 뿐만 아니라 그림이 그려지는 걸 보는 자체도 이 영화의 즐거움 중 하나였지요. 처음에는 의미를 모를 선들이 하나 둘 생기다가, 어느 순간 모든 색과 선들이 제자리에 사뿐히 안착하며 눈과 마음에 평화를 선사하는.   

엘로이즈네 집은 귀족 치고는 모든 게 소박해서 아마 몰락한 집안이 아닌가 싶어요. 어머니의 어두운 표정도 그렇고, 딸의 혼사를 통해 형편이 좀 나아지길 바랐던 걸까요. 종이에 그림이 슥슥 그려지는 소리와, 곳곳이 낡아보이는 집안에 울려퍼지는 공허한 구둣소리, 간소한 디자인의 드레스(그게 위 아래가 따로인 줄은 처음 알았음) 같은 것들이 왠지 좋더라구요. 돌아보면 사라지고 마는 오르페우스 이야기를 활용한 장면들도 인상적이었습니다.

 



- JTBC 이태리 오징어순대집. 우연히 잠깐 보다가 두 세 회차를 연달아 보고 말았어요. '윤식당' 짝퉁 같길래 또 비슷한 프로그램인가 했는데, 아는 맛이 제일 무섭다고 재미 있는건 어쩔 수 없더라고요.. 해야 하는 음식 종류가 많고 손님도 많아서 수행 난이도가 높아 보였어요. 근데 사실 음식 미션보다는 알베르토네 가족이랑 친구들 보는 게 재밌더라구요. 20대 초반에 한국으로 떠나온 사람이 아직도 고향에 어찌 그리 친구들이 많은지ㅎㅎ 작은 동네라서 그런가 서로서로 다 아는 사이인 게 뭔가 마을잔치 느낌도 있고, 남유럽으로 갈수록 보수적이고 가족 중심적 문화를 띠는 건 한국과 좀 비슷해 보이기도 했어요.

제일 인상적인 사람은 안토니오라는 친구인데, 평소에 머릿속에 이미지화 되어 있었던 이태리인 캐릭터가 퐁 튀어나온 느낌? 오지랍 넓고 수다스러운 핵인싸 성격인데, 뛰어난 일머리까지 장착해서 미친 존재감을 뽐내고 있어요. 드디어 포스기 다 이해했어. 나 다 이해했다고, 최고야! 주방에 손 좀 필요하지 않아? 걱정 마. 칼질 하다가 내가 손가락 하나를 잃어도 근처에 병원이 있으니까. 레스또란떼 꼬레아노 본조르노! 한국어로 말씀하셔도 됩니다. 물론 농담이에요. 아, 저녁 예약은 이미 모두 찼어. 내일 점심을 대안으로 제시하면서 저녁은 어렵다고 말씀 드려야 해. 나 이제 모든 메뉴를 한국어로 말할 거야. 떡깔~비, 닥깔~비, 김!치찌개와 김치!찌개는 다른 거라구. 손님, 발음이 정말 좋으시군요. 저도 발음하는데 3일이 걸렸어요! 저기 카메라 보시겠어요? 이봐, 나 지금 발음을 잘하신 손님에게 상을 드리고 있어. 떡깔~비!




- 씨름의 희열 6,7회. 이제 바야흐로 12회차 중 절반 이상의 반환점을 돌았네요. 

조별리그가 시작된 후로는 정말 예능 요소는 들어갈 틈이 없이, 매 회 다큐같은 긴장감이 넘치고 있어요. 죽음의 B조 회차였던 6회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역시 박정우 선수였지요. 선수들 중에서도 유난히 몸이 좋은 선수들이 있는데, 가만 보면 몸 잘 만든 선수들은 소위 '타고났다'는 선수들이 아니더라고요. 대체로 노력형, 혹은 대기만성형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선수들... 그야말로 몸을 통해 나타나는 성실함의 증거. 박정우는 가장 몸이 좋은 선수이고요. 운동선수 치고는 조금 심약한 성격이 아닐까 했는데, 오히려 그 성격 때문에 늘 준비하고 배우려는 자세가 되어있는 것 같았어요. 본인이 조의 탈락 후보라는 점을 인정하고, 철저한 준비와 연습을 해와서, 경기에서 정확하게 실행해내는 모습.. 뭔가 감동적인 느낌마저 들었어요.

C조의 귀요미 강성인 선수는 참 아쉽더라고요. 직 경험이 부족해서인지 본인의 장기를 충분히 보여주지 못한 것 같았어요. 독특하고 지역색이 강한 씨름 스타일이라 재미있었는데.. 스텝을 밟으면서 상대방의 무게 중심을 앞으로 쏠리게 한 다음 목을 감아 땡겨 버리는 기술은 정말 신기하더라고요. 변칙 씨름은 일반적인 씨름보다 뭔가 좀 더 레슬링에 가까운 형태 같아요. 모르고 보면 그냥 막싸움 하는 것 같은데, 알고보면 다 전략과 기술이 있는 게 참 신기하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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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우의_변칙_기술.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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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_전통_스텝에_이은_끌어치기.gif)




    • 뭘먹고 살면 다리가 저렇치
      • 강성인 선수.. 한 끼에 도시락 3개 먹음.. 간식은 별도.ㅋㅋ 근데 씨름선수들이 웨이트 트레이닝을 엄청 한대요.

    • 씨름의 희열. 저도 요즘 예능 보다는 경기 관전하는 심정으로 보고 있습니다. 탈락자가 하나 둘씩 늘어나는게 맘이 아프긴 한데, 그만큼 박진감 넘치는 경기가 펼쳐져서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씨름도 이렇게 다양한 기술을 선보일 수 있다는게 신기하고 멋지네요.
      • 씨름이 보기보다 지적인 운동 같아요. 승부가 빨리 나는데 그 몇초 사이에 신기한 장면들이 연출되는게 넘 재미있어요.
    • 씨름의 희열 정말 재밌게 보고 있어요. 선수들 한 명 한 명 탈락하는 게 점점 아쉬워 지네요. 정들었나봐요.
      • 그러게요. 매 회마다 지는 선수나 탈락하는 선수를 보는 게 조마조마 하고 안타깝기도 해요.

    • 엘로이즈가 밀라노 가는 걸 ‘망명’이라고 하는 대사가 있는거 보면 몰락한 가문이고 그 섬에도 쫒겨온게 아닐까 싶어요. 결혼으로 돌파구 삼으려했고 엘로이즈 언니가 그 결혼을 하려 했는데 자살 한것이 아닐까 싶어요.
      • 네.. 집안에 남자들이 부재한 걸 보면서도 뭔가 사연이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결혼 이후에도 화가를 고용하면서 관계를 계속 이어나가는 건 어땠을까, 서로에게 결국 상처가 되는 일이었을까.. 하는 상상도 해봤어요. 아마 영화 스토리로서는 별로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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