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한 식객 블로거들의 글이나 음식 관련 기사에 간간히 등장하는 단어입니다. 생소한 단어였지만 보는 순간 '음식을 씹을 때의 느낌- 齒感' 정도로 풀이했죠. 그런데 요즘처럼 여기저기서 맛타령을 해대기 이전엔 이 단어를 접해 본 기억이 없어 검색해 보니 저 단어를 사용한 이들이 의미했을, 그리고 제가 생각한 의미의 단어는 존재하지 않더군요. 치감은 '齒疳'이라는 한자어로
이라는 단어만 있더군요. 치감 보다는 많이 쓰이긴 하지만 식감이라는 단어도 맛과 관련된 의미의 우리말 단어는 아예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죠. 다만 식감에 대해선 네이버 오픈 사전에 어떤 이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의미로 풀이해 놓은 것이 올라와 있는 정도입니다. 그마저도 다른 분들이 '우리말 단어가 맞냐? 일본식 한자가 아니냐?'며 의문을 제기했더군요.
지금까지 제 자신도 있지도 않은 말을 써왔으면서 그보다 생소하다는 이유로 '치감'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행태에 거부감을 느꼈던 겁니다. 볼이 발그레. 부끄러워졌습니다. 원래 저는 평소에 되도록 한자어를 안쓰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뭐, 어려운 한자어를 자유자재로 쓸 정도의 학식이 있음에도 쓰지 않는 건 아니고, 위에서 '사전에 등재돼' 대신 '사전에 올라와'를 쓰는 식이죠. 그렇다고 '곰비임비' 같은 생소한 우리말 단어를 일부러 찾아 쓸 정도의 깜냥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편하게 할 수 있는데까지만 하는 정도.
한편으론 위에서 얘기하고 있는 의미의 단어가 왜 없을까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행위가 근래에 생겨난 것도 아닌데 말이죠. 그러다 문득 '굳이 그런 단어가 필요한가'라는 의문이 다시 생기더군요.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씹는 맛', '씹을 때의 느낌' 정도로 얘기해도 문제가 없는데 굳이 한자가 들어간 단어를 사용해야만 하는가라는 의문말입니다.
우리에겐 무의식 중에 우리말을 한자어로 줄여 써야 한다는 강박 관념이 있는 듯 합니다. 알다시피 한글이 만들어진 이후에도 수백년 동안 제대로 쓰인 적이 없고 오히려 무시받은 역사로 인해 생긴 경향일테죠. 물론 우리가 엄연히 한자 문화권에 속해 있기에 한자나 한자어의 효용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 분명 있습니다. 하지만 괜한 강박 관념 또는 우월감으로 없는 한자어까지 만들어 쓰는 일은 피해야겠죠.
그런데 한자로 쓰인 예전 문헌에는 '씹는 느낌'을 과연 어떻게 표현했을까라는 의문이 다시 생기는군요. 에이. 역시 생각하는 건 피곤한 일입니다.
'음식물을 씹다'를 '저작(咀 씹을 저 嚼 씹을 작)'이라고 하니, 그런 단어가 없었다 해도 '저작감'정도면 알아듣지 않았을까 하는 망구 제생각입니다요. '치감'이 씹는 느낌이란 뜻으로 쓰인다는 건 여기서 처음 봤네요. '치감(治感)'이라는 이름의 (아주 잘 듣는) 한방감기약이 있긴 한데...
흠... 국어사전에는 저작감이라는 단어도 안나오는데요? 저작근이라는 씹는 근육 명칭은 있습니다만. 치감이라는 말은 저도 생전 처음 들어봅니다만, 식감이라는 단어는 꽤 쓰지 않나요? 근데 저는 이 단어가 식재료의 감촉이라고 해야하나 그런 의미로 쓴다고 알고 있었는데, 예를 들면 오징어의 쫄깃한 식감이라든가, 두부의 연한 식감 이런식으로 말이죠. 그러니깐 맛이 아니라 재료의 감촉같은건데, 단맛이 다 빠진 껌을 계속 씹게 되는 건 그 식감을 즐기기 위해서다. 이런식으로 사용되려면 어떤 단어를 사용해야 하나요? 그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