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교가 불러일으킨 기억

날마다 뉴스는 세계적 감염병으로 확산된 covid-19의 실태를 전하고 있습니다. 위기감의 고조에도 불구하고 반복되기에 저는 이 사실을 나날의 바람처럼 대하고 있어요. 지금 우리 사회에서 가장 큰 공공의 적이 돼 있는 '신천지'의 면면을 접하노라니 불현듯 몇년 전 밀라노에서 근무하던 때의 방문객들이 떠오르네요.

뒤늦게 마음의 얼음이 풀리면서 세상에 대한 연민으로 가슴이 미어질 것 같았던 시절이었습니다. 무엇보다 나아지는 삶이랍시고 꾸역꾸역 일상을  일궈 나가고 있는 저 자신을 연민하고 있었는데, 그러다 보니 온 세상이 가여웠어요. (제가 속한 계층의 삶을 거부하다가 점점 일반적인 삶의 자세를 모방하고 있다는 인식이 강렬해져서 괴로웠던 것 같... - -)
세상과 깊게 접촉하는 일을 좋아해본 적이 없었으나, 그 시절엔 '연민'을 매개로 제가 세상에 깊숙이 닿아 있는 것만 같았습니다. 제 마음이 세상의 일부가 되었다는 게 확연히 느껴졌죠. 말하자면 세상의 일부로서 제 마음이 어떤 일을 하고 있다는 감각이었는데,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애도哀悼라는 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 시절이었는데 일요일마다 제 집을 찾아와 벨을 누르던 사람들이 있었어요. 할머니 한 분과 젊은 여성 한 사람으로 구성된 2인 1조의 'Jehovah's Witnesses 여호와의 증인'이었습니다. 빌라 이웃이었어요. 할머니는 어딘지 소녀 같은 귀여움이 있었고 제 또래 여성은 우직한 시골 아가씨 같은 인상이었죠.
그들이 제게 뭔가를 설득하거나 강요했던 것 같지는 않습니다. 매번 지나치게 밝은 이미지들로 가득찬 두꺼운 팜플릿을 가져다 주고, 카톨릭을 비난하고, 세상의 종말이 왔음을 알리고, 더러운 세계의 죄악에 물들지 말아야 한다고 부탁했고, 그들의 동아리에 들기를 권했어요. 그뿐이었습니다.

어느 일요일, 현관 청소를 하느라 열어둔 문으로 밀고 들어온 그들과 긴 대화 끝에 이런 질문을 던져봤어요. "그러면 당신들은 세상의 악과 함께 괴로워하세요? "
함께 괴로워할 수 있다면, 여호와의 증인이건 카톨릭이건 다른 무엇이건 무슨 문제랴 싶은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러나 그들은 함께 괴로워하지 않는다고 고개를 저었습니다. 자신들을 '고립시킨다'는 설명이었어요. 왜냐하면 악에 물들지 않고 순결한 한 조각 다른 세상으로 머물러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악과의 단호한 대치이자 대립이었죠. 

악에 물들지 않고 순결한 한 조각 다른 세상으로 머무르겠다는 그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건지 지금도 저는 알지 못합니다. 
다만 그들 - 허구가 더 진실하게 여겨지는 영생의 질곡으로 들어간- 이들에게 가졌던 감정과 비슷한 걸 요즘 '신천지' 신도에게도 느낍니다. 그들을 낙인찍어 구분하고 떠밀어낼 게 아니라 '신천지' 밖의 세상이 신천지 보다 뒹굴기 좋은 개똥밭이라는 생각이 들도록 우리 사회가 보듬어줘야 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 여러분 코웃음치는 소리가 들리는 듯. -_-)

보르헤스가 어느 글에선가 중국의 백과사전을 인용했죠. 고대의 전쟁에서 황제군이 승리하면 적군이었던 동물과 요괴들을 거울 속에 가두고는 사람들이 하는 행동들을 거울 속에서 따라하도록 주술을 걸었다고. 그러나 현인이 가르치기를 그런 거울은 언젠가는 반드시 깨어진다고 했노라고.  
어쩌면 지금이 바로 그 거울이 깨어지는 시기인지도 모르겠습니다. covid-19는 그 깨어진 거울 틈새에서 삐져나온 것일 수 있고요. 어쩌면 앞으로 더 크고 지독한 요괴가 등장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인류가 쌓아온 죄업의 카르마를 인류가 이룩한 문명이 무화시킬 수 있을까요. 흠


    • 여기는 모르겠고, 신천지 애들이 들으면 코웃음 칠건 확실할거에요.
      • 그러게요. 그래도 그들이 한번도, 누구에게서도 보호받아보지 못한 존재들이라 판단돼서 싫음과 상충하는 안쓰러움 같은 게 있어요.
        그들이 인식한 현생의 동토, 그 아래의 이탄층에 무엇이 얼어 있는 건지 우린 절대 알 수 없겠죠. - -
        • 그래도 그들이 한번도, 누구에게서도 보호받아보지 못한 존재들이라 판단돼서 싫음과 상충하는 안쓰러움 같은 게 있어요.


          .. 그럴 리가 있나요. 보통 사람들이 사는 세계에도 이상한 믿음 투성인데요.
          • 사회로부터 보호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지 못한" 존재들일 것이라고 쓴다는 게 허술하게 적었네요. - -

    • 저는 절대 동정이 가지 않는 집단입니다.길고양이이들도 서로 돕고 사는 애들이 있는데 저들은 기본적인 인간됨을 망각한 게 아닌가 싶어요. 사람들이 자기가 코로나 걸려 죽는 것도 그렇지만 다른 사람들한테 폐 끼칠까 봐 조심하고 두려워 하거든요.

      • 우리 가족이 즐겨 사용하는  단어 중에 '가족세'라는 게 있어요. 가족 구성원 중 누가 틀을 깨는 잘못을 하건 반성과 노력은 다 같이 해야 한다는 정서/룰이 있죠. 저는 신천지를 '한국세/인류세'로 받아들이고 있달지 뭐랄지... - -
    • https://news.v.daum.net/v/20200301200221919


      서울시, 이만희를 비롯한 신천지 지도부 살인죄 등으로 검찰에 고발
    • 난 아직도 세상이 가여워 문제가 많은 인간이네요 여호와증인 아주머니가 자주 와 문은 꼭 열어만주는데 들어오는 법 없기로 하고 친구가 두부 만든다고 가져올때도 있고 답례를 하자니 이상하고 난 전혀 종교에 관심이 없는데 천성이 매몰차지를 못해 요즘 코로나 때문에 안오네요 여호아증인 좋게 봐요 얼마나 열심인지
      • 그시절, 그들의 방문에 지쳤을 무렵, 마침 이탈리아어 교본으로 루이지 피란델로를 읽었더랬어요. 
        그의 희곡에 이런 유명한 대사가 있죠." Così è (se vi pare) 그렇죠, (당신에게) 그렇게 보인다면/ Right you are (If you think so)  " 

        여호와의 증인이든 신천지든 다른 어떤 종교든, 폐쇄적이고 수동적인 인식/감각의 세계에 빠지지 않은 저 자신이 대견합니다. 에취!
    • 그런데 참 재주도 좋지 그 많은 사람들을 신자로 만들다니 도대체 사람들 이해를 못하겠너
    • 가난한자들은 영입대상에서 제외한단 소리와 14만 몇명에 들어 제사장이 되어 전 세계를 누비며 온갖 부귀영화를 누리기 위해 그렇게 열심히 거짓으로 숨겨가며 전도한단 얘길 듣고는 어찌 종교라 부를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그 교리에 열심인 자들 역시 지독한 세속주의에 물든 탐욕스런 속물들중 속물이겠구나 했더랬죠. 기본적으로 자신이 여호와의 증인이든, 하나님의 교회든 신분과 소속을 밝히는건 양반이다 싶습니다. 온갖 가짓말과 협잡을 일삼는 신천지 나부랭이들을 보니...
      • 활동량이 왕성한 것도 세속적 욕심이 많아서가 아닌가 싶어요.
      • 신천지뿐만 아니라 대형 개신교 교회의 이런저런 실태를 접해도 한국의 종교는 집단 히스테리에 걸린 것처럼 보일 때가 많아요. 
        종교만이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불안을 상품화해서 파는 게 자본주의 사회의 적나라한 실체라는 생각을 하죠. 특히 요즘 언론들의 무분별한 보도를 볼작시면 신천지와 도긴개긴이랄까요. -_- 

    • 가.영님에 댓글 달며 피란델로의 한 문장을 떠올리다가 그의 이 말이 생각나서 검색해봄.

      "인생은 매우 슬픈 익살이다. 왜, 무엇을 위해 그러는지 그 욕망이 어디서 오는지는 알 수 없으나, 우리는 하나의 현실 -  저마다 다른 현실 하나씩-을  창조함으로써 끊임없이 자신을 속이려는 욕망을 마음속에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가끔 현실이 헛되고 실체가 없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내 예술은 자신을 속이는 모든 사람들에 대한 쓰라린 연민으로 가득차 있다. 그러나 이 연민 뒤에는 반드시 인간을 자기 기만으로 몰아넣는 운명의 잔인한 비웃음이 따라오게 마련이다."
      • 제각기 멋짐이 있겠으나 이런 사람은 통털어멋진 사람 나도 가끔은 그리 생각도 해주는데 그러냐 그럼 그런갑다 이말을 멋있게 하게 생각해봐야지 그래 옆에 있어 같이 산다는 것도 행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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