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저리와의 카톡 9 (깜박거림에 대하여)

머저리> 어 누나, 깜박거리다는 동사에 대해 물어보고 싶은데.
머저리누나> 뭐?
머저리> 깜빡거린다는 건  binary code를 사용한다는 뜻이잖아
머저리> 눈을 감았다 떴다 하는 것이 반복되거나 빛이 켜졌다 꺼졌다 반복되거나 기억이 그렇게 오락가락하거나...  
머저리> 아무튼 개폐나 명멸이 이루어지는 상태인 거잖아?
머저리누나> 또박또박 잘 이해하고 있구만 웬 질문?

머저리> 눈이 깜박거리고 빛, 기억이 깜박거리는 건 다르게 정의해야 할 부분인 것 같아서.... 설명 좀 부탁함.
머저리누나>(한숨) 눈이 깜빡거리는 건 '나'라는 주관이 세상을 그렇게 open/closed로 단속화 하는 거고
머저리누나>, 빛이 깜빡거리는 건 객관세계의 풍경이 light/dark로 단속화하는 거라는 뜻이지. 주관과 객관의 차이.

머저리> 심쿵 (누나 짱!)
머저리누나> 야! 그 동사가 너한테 의미있게 어필한 계기는 알려줘야지.
머저리> 개와 늑대의 시간에 관한 글을 읽는 중인데 글 중에 깜박거리는 시간대를 인지하게 되는 순간에 대해 적은 부분이 있어서 말야.
머저리> 인간이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는 zone에 걸릴 때, 발동되는 원초적인 두려움에 대해 쓴 게 인상적이서 말야.
머저리누나> 책 제목을 알려주렴.
머저리> 페이스북 친구가 페이스북에  블라블라 쓴 글이야. 미국인.
머저리>누나가 몇마디 짚어주니까 도움이 되네.  깜빡거린다는 건 지금껏 유지되어온 마비적 현실이 개폐와 명멸에 의해 흔들리게 된다는 뜻에 다름 아닌 거네.
머저리누나> @@




    • 이영도의 [그림자 자국]에서 깜빡거림에 대해 여러 번 다루는데도 알쏭달쏭하던데, 도음이 되었습니다.

    • 아, 김**님. 메모에 어쩌지 못하고 미소 지었습니다.


      아니 여전히 듀게를 촘촘 관전하시면서 왜 글은 안 쓰시나요?


      관람자의 시선을 충분히 즐길 수 있을 정도로 프로페셔널한 분이잖아요. 


      게시판에 돌아오셔서 주절주절 우리 같이 떠들어 보아요~ 네?









    • 남매가 다정하기도 하지
    • 눈을 깜박거리는 건 signal sampling이고 빛이 깜박이는 건 status 변화를 이용한 information sequencing이죠.
      • 깜빡거리는 빛의 information을 제대로 sample하려면 빛이 깜빡이는 것보다 두배 이상으로 눈을 깜빡여야 할까요

        • 눈 깜박이는 주기를 여러 가지로 하되 그 관계를 정수배로 해서 전체를 sumation하면 됩니다.
    • 심플 앤 스마트한 설명이라 머저리군에게 보내줬습니다. :)

    • - 혼잣말.


      페이스북의 그 글을 보내줘서 읽어봤는데 어딘지 J.D 샐린저의 분위기가 배어나는 좋은 글이었다. 하와이에 속하는 마우이 섬에 거주하는 분이라는데, 거대한 문명의 서치라이트가 비치는 공간이 아니어서인지  '개와 늑대의 시간'을 어둠과 연결시켜 절대적 고립 - 사회적, 지리적, 관계적, 내면적 고립의 - 영역을 하나씩 건드리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었다.




      해질 무렵, 초원의 공제선이 어둠에 물들어가는 시간에는 개로 생각된 동물이 갑자기 늑대로 오인되는 경우가 분명히 있다. 개의 외양이 늑대와 비슷하기 때문이지만, 그 시각적 오인은 개의 외양 너머를 향해 어떤 잠재된 공포를 감지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즉 지금껏 인간의 손길에 의해 길들여진 개가 갑자기 늑대로 돌변하면 어떡하지? 라는 무의식의 공포.


      이런 원초적인 두려움에 속하는 것들은 사실상 인간에겐 무척 유혹적인 것이어서 '나는 개인가, 늑대인가' 라고 자문할 수 있는 순간을 찾아 다니며 사는 사람들이 있는 법이다. 




      인간의 손길만큼이나 보이는/보이지 않는 권력 체제의 손바닥 혹은 자본이 중추신경을 지나 말초신경까지 관철되는 힘의 장이 우리를 개처럼 길들여버린 게 사실이기는 하지. (끄덕)



      잘 쓴 글을 읽으면 맛있는 음식을 먹었을 때보다 기분이 좋아진다. 오늘 점심은 그의 글로 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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