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 요즘엔 스릴러 취급 받는 80~90년대 '로맨틱'한 장면들
갑자기 넷플릭스 기묘한 이야기 특별편(?)의 한 장면이 떠올라서요.
작가 양반들이 어떤 장면에 폴리스의 'Every breath you take' 을 넣었는데 그게 진짜 좋은 곡이고 어쩌고... 하니까 아역배우들이 음침하고 변태 같은 노래라고 장난스럽게 투덜거리는 장면이 있었거든요. 사실 노래 가사가 많이 그렇죠. 이미 90년대에도 제 누나는 그 노래를 듣자마자 변태 같다고 그랬어요. ㅋㅋㅋ
암튼 거기에서 생각이 쓸 데 없이 꼬리를 물고 저 글 제목 같은 생각을 하게 됐는데.
1.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그녀'의 집 앞에서 기다리기
- 가급적이면 한 발짝도 안 움직이는 게 좋습니다. 특히 그녀의 방에 큰 창문이 있어서 그 창문을 빤히 들여다보며 서 있으면 금상첨화.
2. 전화했다가 그녀의 목소리만 들으면서 아무 말도 못 하고 끊기
- 핸드폰으로 통화하고 사는 요즘 세상엔 애초에 구현이 불가능한 행동이네요
3. 상대의 생활 동선을 파악하며 요소요소마다 매복하여 '말 없이 바라보기'
- 이건 그래도 요즘 로맨스물에도 종종 나오는 것 같기도?
4. 사람 엄청 많은 데서 일부러 다짜고짜 고래고래 큰 소리로 고백하기 (ex. 그녀가 수업 듣는 강의실, 직장, 스포츠 경기장 등등)
- 먹지도 못 할 거대 꽃다발 같은 걸 들고 있으면 완벽하죠.
5. 벽치기(...) 키스
- 이건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되게 흔했는데 요즘엔 좀 사라져가는 느낌입니다.
...뭔가 적기 시작할 땐 되게 많은 것 같았는데 이젠 이 정도 밖에 생각이 안 나네요.
또 뭐가 있을까요. ㅋㅋㅋ
+ 사실 글 서두에 적어 놓은 폴리스 노래 같은 경우엔 작가들이 의도적으로 중의적으로 활용한 거라 어린이들의 느낌도 정확하게 맞긴 하죠. ㅋㅋ
그 노래 가사는 서양에서도 오래 전부터 농담거리였나봐요. 단적으로 소프라노스에서도 FBI들이 도청하는 장면에서 그 노래를 깐 적이.
++ 어쨌든 곡은 좋습니다. 미워하지 말고 가끔 들어주세요.
오리지널
아이언맨 vs 스팅 버전
힙합 비둘기(?) 버전까지 올린 후.
이 가사의 집착(?)이 그대로 느껴지도록 마지막 부분 가사를 복사해 붙여 올리며 마무리합니다.
엄마 금반지 훔쳐다 갖다주기
술먹고 여자 기숙사 앞에서 떼굴떼굴 구르기. 수위 아저씨가 나와서 위로해줌
<귀를 기울이면> 보고 생각난 건데 학교 도서관에서 뒤에 카드 보고 그 사람 읽은 책 다 빌려다 읽기.
수위 아저씨의 위로 ㅋㅋㅋㅋㅋㅋ 구체적인 드라마나 영화는 안 떠올라도 수십 번 본 기분이네요. ㅋㅋㅋ
갑자기 팔을 확 잡아당기면서 여자를 자기 차에다가 메다 꽂고 무작정 모르는 장소로 끌고 가기,
팔을 잡아당기면서 강제로 여자 끌고 가기
여자한테 버럭버럭 소리지르기- 실장님 캐릭터들 다 이렇게 까칠하게 어필하잖아요.
그런데 저도 그 때는 엄청 박력있고 멋있어 보였어요. 어떤 인간이라도 지금은 저런 짓을 하면
고발이라도 해야할거 같네요.
요즘 어떤 로맨스, 어떤 로코물도 안보기 때문에 요즘의 트렌드는 잘 모르지만
여전히 저런 장면들이 쓰일른지 모르겠어요.
요즘엔 상처 입은 실장님들도 말을 험하게 하지 그렇게 막 물리적으로 끌고 다니는 장면은 잘 안 나오는 것 같아요.
사실 제가 본문에 적은 장면들도 분명히 그 당시엔 '로맨틱'이었죠. 세상이 안 변하는 것 같아도 은근히 확실하게 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ㅋㅋ
<기쁜 우리 젊은 날>, <101번째 프로포즈>, 소설 <동백꽃> 등이 생각나네요.
기쁜 우리 젊은 날에서 안성기 캐릭터가 좀 그렇게 그 시절식 '지고지순 해바라기' 캐릭터였죠. ㅋㅋ 근데 디테일이 전혀 기억이 안 나서 스릴러 느낌이었는지는 잘... 본지 한 30년은 된 것 같아요. ㅋㅋㅋ
마지막 퇴장씬도 전형적인 똥차(...)의 모습으로 끝나죠.
나쁜 녀석은 아니지만 그래도 본인이 좀 극복해야할 부분을 극복하지 못 했으니 그런 결말도 음...;
"이런 것이 사랑일까 웃음 지으면서" 가 킬링 포인트네요. 하하.
사실 요즘 아이돌들도 종종 이런 노래들 부르고 그럽니다.
심지어 한용운 시들도 그렇잖아요. 아아 님은 떠났지만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
공감돼요. 지금에선 경찰신고니 소름이니 스토커 취급인데, 어찌보면 이게 가장 본능적이고 자연스러운 실연의 반응 아닐까 싶어요.
자기를 차버린 애 집에 찾아가서 계란이랑 쓰레기 확 던지고 왔더니 속이 후련해지는 그런 장면에 관객들은 공감하고 웃으면서,
정작 본인들이 당하면 경찰에 신고할걸요
그런 류의 장면 중에 보면서 가장 고통스러웠던(?) 게 '봄 날은 간다'에서 유지태가 자동차 긁는 장면이었네요.
심정은 이해가 가지만 바로 발각되는 순간에 제 얼굴이 붉어지는 기분이었던. ㅋㅋㅋㅋ
물론 제가 그 상황의 이영애라면 신고합니다. ㅋ
PC하지않은 것들을 거르고 나면 볼 게 없습니다. 내가 세상과 소통을 못하나 하는 생각도 들어요.
사람들은 싫어하는 척하면서도 좋아하는데
PC함과도 관련이 없지는 않지만 그보단 사생활 존중에 대한 개념 변화가 아닌가 싶어요. 또 전에는 범죄가 아니었던 것들이 범죄화된 부분도 있구요.
그냥 그만큼 세상 사람들 인식이 빠르게 변하는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뭐 요즘엔 저런 장면 없이도 로맨스물 잘 만들잖아요. ㅋㅋ
PC까지 갈 것도 없습니다. 진짜 예전에는 그냥 상식적으로 저게 로맨틱하게 포장이 됐던거야? 라는 생각이 드는 연출들이 많았죠. 그냥 시대가 변하면서 아닌 건 아니라는 걸 다들 깨닫게 된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