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의 힘

한인 2세 작가 유니 홍의 < The Power of Nunchi 눈치의 힘>을 읽었습니다. 선물받아서 강제된 독서였어요.
눈치 Nunchi  : 한국인이라면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생존의 비밀무기로 다들 여기고 있는 단어겠죠. 
저자는 6 .25 전까지는 존재감 없었던 한국이 놀라울 만큼 발전한 나라가 될 수 있었던 이유를 '눈치' 덕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생존을 가르치고 삶과 얽혀 있는 초능력이라고요. '나'가 세상에 사는 유일한 존재가 아니라는 걸 가르지는 것이며 동시에 타인에 대한 배려인 것이라고요.
눈으로 가늠한다는 것. 조화, 신뢰의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타인의 생각과 느낌을 가늠하는 미묘한 그 기술에 대해 생각해 보게한 책이었습니다.

유니 홍은 미국에서 태어나서 열두살 때부터  5년간 서울에서 생활했다고 합니다. 미국에서도 눈치는 배웠는데 한국에 오니 매 순간 절묘하게 적용되는 경험을 했다고 해요. 한국어를 못했던 그가 말 없이 언어를 배우는 방법이 눈치였다며 강조하기를, 타인의 감정을 순간적인 판단력으로 가늠하는 '눈치'가  바로 한국이 눈부신 과업을 이룰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는군요. (으흠)

눈치의 핵심이 뭘까요. 새로운 정보를 바탕으로 상대와 상황에 대한 해석을 빠르게 재조정하는 것일까요?
뭐 “사람들은 당신이 한 말과 행동을 잊어버릴 것이다. 하지만 당신에게서 느꼈던 감정은 절대 잊어버리지 않는다”는 마야 안젤루의 설명을 떠올리면 이해가 되긴 합니다. 눈치 있는 사람이 살아남는다는 건 적응력이 뛰어난 사람의 생존력을 의미하는 거겠죠.

눈치는 더불어 살아가는 자의 스킬이는 하겠으나 개개인의 벽에 가 울리는 그 소리들이 궁금하긴 합니다.  스스로를 강제하는 건 아닌지, 그래서 자신의 잃어버린 내부를 품은 채 돌아와 다시 세계의 슬픔을 되물림하는 건 아닌지. 세계 안에서. 눈치보는아이가 울리는 목소리가 닿는 내부의 벽은 벌판이 아니라 떨판이 아닌지...

어릴 때 읽었던 차학경의 <딕테>, 제인 정 트렌카의 <덧없는 환영들>과 함께 생각해볼 만한 한인 2세 작가 책이라 포스팅~


    • 예전에 코리아 헤럴드였나 영자신문이 외국인이 기고한 글이 생각납니다. 자기가 가르치는 학생 중 한 명이 외국인들은 눈치가 없어 싫다고 한 걸 썼는데 noonchi라고 써서 웃었던 기억이 있어요
      • 영어 표기는 noonchi 쪽이 더 제 마음에 드네요.  지금 유튜브에서 싸락싸락 내리는 눈발 음향을 켜놓고 있어서인지... - -

    • 제가 좀 눈치입니다 잘 못보니 판단력이 약해요 허나 남 같이 다 보긴 하니 살아남기만 하면 되는 생존능력은 그 누구와도 비슷함
      • 가.영님의 내면은 어째 제 글에 다는 덧글에서 젤 반짝번쩍 빛을 발하는 듯합니다. ㅎ
        듀게에서 삶의 멜랑콜리아와 지루함을 잘 아는 분으로 저의 순위권에 든다는 영양가 없는 소식을 전하며~ 험험 
        • 댓글을 달아야 할까 시크하게 안달아야 하는데
    • 분위기를 읽는 건 대다수의 문화권에 있을 거같은데 우리나라의 눈치문화는 그보다 강한 위계 안에서 작동한다는 점에서 조금은 지양해야하는 수준 아닌가 싶어요. 눈치를 가지고 남을 배려하는것보단 나를 배려해줄 것을 요구하거나, 너보다 윗사람인 내 심기를 거스르지 말라는 맥락에서 자주 쓰이니까요.
      • 개인주의와 독립성에 중점을 두는 서구인들도 온전히 자신의 선택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이 책을 읽은 후, 아아 내가 나답게 살기 위해서는 오히려 눈치의 기술이 필요한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득 김사인 시인의 '노숙 2'가 떠오르는데 구글링할 형편이 아니어서.... 

    • 십년 전 남편따라 미국 갔을때 마트에서 계산이 제 차례가 되었는데 캐셔가 Debit or Credit? (데비로어크레딧?)


      그러길래 어리둥절한 적이 있습니다.


      언어는 눈치가 30% 쯤 (눈치를 문화라고 고쳐도 비슷하지 않을까) 아니 40% 라고 생각합니다

      • 제가 어린시절을 여러 언어를 떠돌며 살아본 바, 언어 눈치를 본 게 꼭 나쁘지만은 않았어요.
        언어 너머의 어떤 것, 언어로 결정되지 않는 어떤 것을 상상하게 된 부분이 있었고 그게 저를 키운(?) 측면이 있거든요. 


    • 일단 책을 안읽어봐서 애매하긴 하지만... 요즘 한창 국뽕이 트렌드이긴한데 굳이 그거 아니더라도 "한국만의 특별한 정서적인 무언가"를 찾고 그것을 원인으로 분석하는 것에 얼마나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 눈치는 외국 학계에서도 언급되는 걸로 압니다. 일본은 일본식의, 한국은 한국식 뭐가 있다 이렇게요
      • 눈치란 게 타고난 사람도 있는가 하면 배워서 터득하는 사람도,  강요받는 입장도 있는 거겠죠. 저자도 눈치가 있는 편이 아니었으나 여러 문화를 접하며 살다보니, 눈치 늦깎이로서 깨달은 게 있어서 정리한 책인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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