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전 현관문을 열었더니

새벽 배송받을 물건이 있어서 일어나 현관문을 열었습니다. 근데 받을 물품 대신 손잡이에 어제 제가 건넸던 도시락 통이 깨끗하게 세척돼 걸려 있더군요.
졸음운전으로 저를 들이받았던 청년이 어제 수능을 봤습니다.  막내가 제게 명령하길, 유일한 그의 가족인  어머니가 류머티즘으로 고생 중이니 제가 도시락을 싸야한다더군요.  (먼산) 
수능일의 바람직한 도시락 메뉴를 검색해본 후 전복죽과, 해물전, 샐러드로 구성했고요,  그냥 예뻐서 사놓곤 한번도 안 써본 삼단 도시락 통을 첨으로 사용해봤습니다. 

걸려 있는 비닐봉투를 열어보니, 시험은 자기 베스트를 다했다는 자신감 뿜뿜하는 메모와 거대 사이즈 요구르트 8개가 들어 있습니다. (이런 단 맛은 얼리지 않으면 저는 못 먹는데...  - -)

인연이란 공동체를 이루며 연대하는 것일 테죠. 가족 공동체보다는 사회를 활성화하고 풍성하게 하며 건강하게 만드는 거고요.
어쨌든 이 청년과는 오래도록 '함께'를 체험하게 될 것 같습니다. 애매한 표현인데 햇빛이 반짝거리는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아요.

    • 아, 이 청년과의 사연을 모르시는 분들은


      http://www.djuna.kr/xe/board/13815163


      • 그 때도 그런 상황에서 그 청년의 동생을 도와주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는게 믿어지지 않았어요.


        처지가 딱하다만 그렇게까지 가족들이 다 찬성을 해서 어려운 처지의 청년을 헤아려주고 동생 입시까지 도와주는 마음은


        어디에서 오는겁니까? 어디로갈까님은 "어디로갈까" 라는 닉네임보다 "어디에서 왔는가" 궁금해져요.




        도시락까지 싸주시고 그 동생의 훈훈한 답장도 감동적이지만 오랜만에 듣는 감동적인 이웃(?)들간의 스토리군요.


        덕분에 그 청년 동생은 원하는 대학에 꼭 진학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 그런 감정이란 게 그다지 거창한 것은 아니잖아요. 쫌 복잡한 감정이긴 하지만요. - - 경제학을 공부하고 싶다니, 밀어주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엄청 똘똘한 기운이 있어요. 




          그보다 지금 정부 모처와 협상 중인데 백만년 만에 혈압이 오르는 소리를 들어서... 미칠 것 같습니다. 그들은 탱자탱자 여유롭네요. ㅜㅜ 


          • 요즘에는 아니, 옛날이라도 내가 교통사고에서 나에게 피해를 준 사람에게 이정도로 도움을 주고 싶은 따뜻한 이웃의 마음은


            쉽지가 않죠. 전 아랫층에 사는 사람들이 2년동안 같이 살았으나 직업도 몰랐는데요. 정말 각박하구나 싶으면서도


            굳이 왜????? 현대인의 삶이란 이렇게 서로가 모르고 스쳐가면서 살아가는 이방인들일 뿐, 오히려 "타인은 지옥이다"라는 말을


            늘 실감하면서 사니까요.




            이번 입시 잘되서 훌륭한 경제학도가 되었으면 얼마나 기쁘겠어요. 본인, 형, "어디로갈까"님의 가족분들까지도.




            근데 왜 정부 모처는 혈압을ㅠ.ㅠ.ㅠ

    • 윤슬과 물비늘이 생각났네요. [환상의 빛]과 함께요.


      이 에피소드는 참으로, 믿기지 않을 정도의 초인을 생각하게 하네요.

    • 청년의 미래에도, 어디로갈까님의 미래에도 오늘과 같은 따스한 마음들이 가득하길 빕니다. :)

    • 와... 멋지십니다... 이 말 밖에는 안나오네요


      글 자주 써주셔요~

    • 허어... 댓글에 링크 내용 읽고 처음 알았어요. 그런 이야기가 있었군요.. 뭉클합니다. 동생분의 언행이 참 사랑스러워요 ㅎ 어디로갈까님의 인간미가 참 아름답네요. 어두운 터널 속에서 빛나는 출구 같아요. 두루두루 내내 건강하시길..
    • 그러게요 뭐지 스승을 이기는 제자 사자성어 초록은 동색 아니고 쪽빛이 뭐 그런건데 근데 왜 내 댓글이 없었을까

      아 생각났다 청출어람
    • 인연이 신기하네요

    • 연대란 꽤 복잡한 감정이죠. 이 친구 땜에  모노가미적인 환상을 벗어나는 방법 중 하나는 폴리가미가 아니라 폴리아모리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새삼 해봤습니다.
      서로가 서로에 대한  끈이며 서로를 연결해주는 힘이기도 하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겠죠. 다만 그 끈이 두껍다고 여겨질 때에도 얇기 때문에 그 끊어짐의 가능성에 예민해야 할 때도 있어야 한다는 건 유념할 부분인 것 같아요.
      물론 끊어질 것은 저절로 끊어집니다. 집착할 필요도 없고요. 다만 삶의 수많은 순간마다 나타나고 사라지는 이 실낱 같은 관계들은 우리에게 사소한 의미에서부터 커다란 의미까지 여러 차원의 생각이 넘나들어요.


    • 그보다... 어제 모 부처와의 협상이 저에게 일으킨 분노가 너무 커서요, 아무래도 월요일에 제가 단칼의 행동을 하게 될 것 같아요.


      울 아부지가, 확고한 자기철학이 있으나 순둥순둥한 성향인 분이 이십 년 전 해당 부서 장관실에 가서 책상을 뒤엎어버리고 구치소 생활을 하셨거든요. 어째 그 기질을 물려받은 듯합니다. 사고를 거대하게 치게 되면 뉴스에서 저를 보게 될런지도... 아악~ 

      • 난 순둥이에다 겁이 많아서 두분 멋있게 생각돼요 뉴스에 나오지 마세요 여성 누구 모 부처에서 난동
        • 저보다 옆에서 가.영님 댓글 보던 어머니가 빵 터지셨어요 . "우리집 앱니다~ 난동아니고 항의입니다"


          라고 또박 짚어주셨슴다~ ㅋㅋ


          뭐 잠시 감정의 환기가 있었긴 하나, 월요일에 어디까지 나가는 행동을 할런지는 저도 몰라요. 제가 명박근혜 정부에서도 이렇게까지 화나본 적이 없습니다. 

          • 엄마를 웃겨 기쁨니다
    • 어디로갈까님은....


      킹정입니다....ㅠ

    • 어디로갈까님은 드라마틱한사연  마주함 담당(?)이신 듯.. ㅎ 지난 사연 정주행하고 왔네요. 글 읽는 중간에 유니클로 광고 떠서(전에 제가 사고 싶었던 바지가 무려50%세일을!) 장바구니에 담아두고... 재미와 가성비를 다잡은(?) 포스팅 일독입니다. 암튼 도시락 싸느라 수고 하셨고 그 청년 잘 되었으면 좋겠네요.

    •  
      Sonny 님과 qnfdksdmltj 님은 그렇게 먼눈으로 바라보며 흐뭇하실 게 아니에요,  제가 내일 큰 사고치고 뉴스에 날 상태라니까요... (시간이 흐를수록 판단이 더 또렷해지면서 화가 더 끓어오르는 중이에요.)
      근데 울 부모님이 그러시네요. 너의 판단대로 성질대로 행동하고 감방에든 어디든 가거라~ 뒷바라지는 우리가 성의를 다해 끝까지 하마~  ㅜㅜ 
      • 왜요 무신 일입니까,,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 류는 아니겠죠?? 아버님 꼬장 꼬장 하신 분 같은데 어인 일로 그런 말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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