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 좋아하는 사람에게 잘 보이려고 한 행동이 두고두고 부끄러워졌던 경험

스무살 파릇파릇 꼬꼬마 시절에요, 마음에 두던 아이가 있었어요.

어찌하면 이 아이에게 잘 보일까 고민하던 때였죠.

어느 날 몇몇이 모여 친구 자취방에서 술을 마셨었어요.

저는 술을 마시면 더워서 벌게지고 얼굴에 유전이 터지는 체질이거든요.

평소같으면 개기름 흘리면서 계속 마셨겠지만 그 아이에게 예뻐보이고 싶어..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신경이 쓰여서 결국 세수를 하게 되었거든요.

근데 세수하고 보니 제가 너무 이뻐 보이는 겁니다.

술도 취했고 화장실 조명에...

그래서 이 모습을 그 아이에게 보여야지 하는 마음으로 그대로 밖으로 나갔어요.

그런데 그 아이가 저를 계속 보는 것 같아요. 후후후 역시.. 이러고 있는데

그 아이가 제게 낮은 목소리로 말을 하더군요.

 

'누나, 눈썹이 없어졌어요.'

 

컥. 급한 마음에 눈썹 안그리고 나갔던거죠. 앙 얼마나 부끄럽던지...

 

아주 오래전 일이고 그 아이에게는 이후 이런저런 일로 마음이 떴었지만

이 일은 지금까지도 종종 생각이 나서 이불 속 하이킥을 부르곤 한답니다.

 

밑에 토끼님 글에 댓글달다가 불현듯 생각나서 끄적여봅니다.

글구 혹 여러분에게도 이런 경험이 있다면 같이 하이킥해보고 싶어요. 호호호.

    • 고등학교때, 학교에 실어다주는 봉고차 기다리는데
      정해진 시간이라 매번 마주치는 남학생이 있었지요.
      좋아하거나 잘보이고 싶은 생각은 없었는데, 어느날 유독 저를 유심히 쳐다보고 가더군요.
      인사라도 할까? 누군지도 모르는데? 그래도 매일 보잖아?
      ....
      그러다가 그냥 지나쳐갔고 저는 봉고차에 앉아서 고개를 숙이니... 치마 후크가 앞에 있었어요. (본래 뒤로 가게 입는 치마였음)
    • 링고/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무효! 가 아니구요. 치마는 어려운 옷이에요. 앞뒤 구분하기가 어렵고 자꾸 돌아가고 올라가고... 그러고 보니 얼마전에도 치마가 돌아갔던 기억이 스멀스멀. 쓰다보니 저의 덜렁거림을 간증하는 기분이 드는군요. 큭
    • 저는 멋있는 척 하려다가 멋있기는 커녕... 초라해보인 적이 있지만...다행이 망각이란 분께서 대부분의 기억을 소거해주셔서 자세한 세부묘사가 어렵네요 ㅎㅎ
    • 낙타/ 제게도 망각님의 은총이 내리면 좋을텐데요. 잊을만하면 생각난다니까요.
    • 너무 어릴때라 무효! 일수도 있지만. 국딩 때 우리집으로 여자애들이 갑자기 놀러온 적이 있었어요. 제 기억으로는 가족을 제외하곤 여자라는 생물이 처음 집에 발을 들여 놓는 상황이었던 지라 대접을 뭘할까 하다가 그때 당시 제게 가장 호사스러운 간식이었던 '죠리퐁+우유' 컴비네이션을 회심의 메뉴로 내놓았다가 비웃음 크리..
      대 놓고 비웃었던 건 아니었지만 '뭘 이런걸 먹으라고 하는 거임'하는 표정으로 킥킥대던 모습에 너무 당황하고 창피해서 쿨한 척 '안 먹으려면 말아라.. 이 맛있는 걸'하면서 3그릇을 원샷했던 기억이 나네요. 사실 좀 트라우마로 남아 있는 것 같기도 해욤.. 죠리퐁이 뭐 어때서!
    • Rew/ 앗 반가워요. 저도 국딩 출신! 아니, 죠리퐁과 우유라면 진수성찬인 것을. 저는 인디안밥과 우유조합을 더 좋아했습니다만. 소녀들이 안목이 없었군요. 그나저나 세 그릇을 원샷하셨다니 배가 빠방해졌겠어요.
    • 잘보이고 싶었던 행동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기차타고 옆자리에 앉아 가다가 좋아하는 마음을 표현하고 싶어 머리를 살며시 기대려고 시도했는데, 그 친구가 쌩가고 몸을 앞으로 팍!(진짜 팍!) 숙이더군요.
      마구 말해버리고 아무렇지도 않고 싶어요. 지금도 생각하면 미치겠어요.ㅠㅠ
    • 분홍색손톱/ 죄송하지만 좀만 웃을께요. 크크크크크. 우왕 그 친구 일부러 그런거 맞아요? 타이밍이 어긋났던건 아니구요. 제가 그 일을 겪었다면 그대로 종착역까지 자는 척 했을꺼에요. 뭐 어쨋든 손톱님에게도 망각님의 은총이 함께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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