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무능력이 곧 정치의 무능력

저는 인간 문재인의 인격이나 품성을 의심해본 적이 한번도 없습니다. 그는 아마도 좋은 사람이고 대통령이라는 직에 맞는 언행을 보이려 애쓰는 사람일 겁니다. 그를 보면 꾹 참고 뭔가를 해내는 곧은 심지같은 걸 느낍니다. 나름의 단호함도 있을 거 같구요. 


그렇지만 그는 정말 둔합니다. 장점이 곧 단점이라고, 사람이 단단하고 꿈쩍하지 않는만큼 트릿하고 무딥니다. 그래서 정확한 언어를 쓸 줄 몰라요. 지지자들은 다 까먹었겠지만 문재인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은 다 기억합니다. 대선 토론 때 성소수자를 반대한다는 그 말을요. 아무도 문재인이 포비아 씩이나 된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정치판에서만 굴러먹던 그 나이대 어르신이 뭘 알겠습니까? 문재인은 섬세하지 못합니다. 그러니까 딱 경상도 남자가 스스로 이미지메이킹하는 그 모습에 딱 갇혀버린 사람입니다. 특전사 나온 걸로 사내다움을 뽐낼 순 있지만 군대를 안간 사람들을 배제하는 줄은 모르는 그런 사람이죠. 오늘 입양 발언도 딱 그 짝입니다.  아이를 어떻게 바꿉니까? 이미 산 옷도 텍 떼면 교환 안됩니다. 그런데 어떻게 사람을 입양해서 가정을 꾸리고 살기로 해놓고 그걸 "바꾼다"는 말을 합니까? 입양이 뭔가 호의를 베푸는 거라고들 생각하나본데 입양은 생물학적인 임신과 출산만 안거쳤을 뿐이지 사회적으로 자기 자식을 정해놓고 키우겠다는 절차입니다. 부모자식간이 된다는 사회적 결과는 똑같아요. 그런데 어떻게 아이를 바꿉니까? 이건 진짜 할 수 없는 말입니다. 


이런 게 한두번입니까? 제가 아직도 기억하는 게, 문재인이 세월호 희생자들보고 고맙다고 한 이야기에요. 뭐가 고맙습니까? 자기 나름의 소회를 밝힐려고 했던 거고 유족들을 마음에 품고 정치를 하겠다, 이런 결심이었겠죠. 그런데 그 마음을, "고맙다"고 표현한 사람이 바로 문재인입니다. 이렇게 말하면 희생자들의 그 사고 자체를 감사하다고 여기는 것밖에 또 됩니까? 아직도 그 때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지고 화가 납니다. 그 때 문재인 지지자들과 온라인에서 엄청 싸웠어요. 그게 무슨 말인지도 모르는 사람들 때문에. 언어는 인간의 본심과 의지를 표현하는 가장 기초적인 수단입니다. 정치인은 자기 마음을 잘 표현해야해요. 여기서 "잘"이란 무슨 세련되거나 미사여구로 현란하게 뜻을 전달하라는 게 아니라 오해의 여지가 없게끔 정확하게 의미를 전달하라는 뜻입니다. 그냥 약속되어있는 의미를 다른 생각 안나게 무난하게 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에요. 그런데 문재인은 이걸 못합니다. 이게 쉬운 건 아닌데요. 그런데 잡음이 나지 않게는 해야죠. 이런 게 계속 반복됩니다. 지금 동네 할아버지 이야기를 들을려는 게 아니라요. 국가를 대표하는 수장이, 권력을 가지고 하는 언어를 듣는 겁니다. 그런데 문재인이 이렇게 개판으로 이야기를 합니다. 어떻게 해야합니까? 


여기서 부작용이 터집니다. 문재인 지지자들은 왜 문재인을 공격하냐면서 비판하는 사람들을 모조리 적폐세력, 혹은 적폐언론에 놀아난 인간들을 만들어버립니다. 정치가 이분법으로 갈라지고 진영론으로 퇴화합니다. 문재인 공격하면 나쁜 놈, 우리편 건들면 적으로 만듭니다. 문재인을 지지하면 지지할 수록 아집에 빠지고 빠 아니면 까라는 흑백논리로 사람들을 물들여놓습니다. 그러니까 정치가 발전이 안됩니다. 매번 노무현을 잃었네 어쨌네 하면서 본인들의 트라우마만 꺼내놓고 정치인의 과실을 다른 사람의 죽음을 동원해 덮게 만드는 그런 심리적 궁지몰기를 지지자들이 하게 합니다. 이건 나쁜 정치에요. 정치인이 좋으면요. 지지자들이 함께 성장합니다. 그런데 문재인의 정치는 어떻습니까? 허구헌날 트라우마를 꺼내놓게끔 정신적 퇴행을 거듭합니다. 뻑하면 본인들의 감정에 빠져서 우리 문통 괴롭히지 말라는 호소만 하게 하는 게 좋은 정치에요? 이건 누구 탓도 아닙니다. 그냥 문재인이 말을 실수한거죠. 그런데 문재인 때문에 지지자들이 문재인을 감싸느라 말도 안되는 변호를 하게 합니다. 이러니 정치가 나아져요? 저는 문재인 지지자들만 탓할 생각은 없습니다. 오히려 문재인과 그쪽 홍보세력들이 정말 개판이죠. 암만 정치가 이전투구여도 그렇죠. 개판도 작작 벌려야죠.


더 심각한 문제는 대통령의 잘못된 말 한마디 때문에 사회적 합의가 한참 후퇴해버린다는 겁니다. 문재인의 말이 잘못된 건 알지만 그래도 본심은 그게 아닐거라고 감싸면 양반이죠. 세상 사람들이 그렇게 똑똑하지가 않고 자기 소신을 그렇게 꼿꼿이 지키지 않습니다. 윤리적으로 실패한 소리를 정치인이 하면 지지자들이 그걸 감싸려고, 자기 바닥을 꺼내보입니다. 제가 이걸 똑똑히 봤던 게 성소수자를 반대합니다 그 대선토론 때입니다. 문재인이 이 말을 한마디 하니까 성소수자에 별로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 저 말이 뭐가 잘못됐냐면서 자기 무식을 당당하게 꺼내놓더라구요. 이번 입양 발언도 보세요. 사람들이 입양에 대해서 아주 깊게, 뭐는 절대 안된다 이런 식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솔직히 저런 말 할 수도 있는 거 아냐? 하고 자기 안의 최소한의 금기를 포기해버립니다. 이게 오버라고 생각하시면 트럼프가 미국에서 끼친 악영향을 떠올려보세요. 문재인이 트럼프만큼 나쁘고 멍청하다는 게 아니라, 정치인의 한마디는 그 정도로 세계 전체에 악영향을 끼치고 사람들의 가치관을 아예 바꿔놓는다는 겁니다. 요즘처럼 인터넷의 악의가 넘치는 판에 이제 디씨랑 남초 멍청이 친구들이 얼마나 저걸 또 드립으로 써먹으면서 말하고, 생각없는 사람들이 저 말을 긍정하겠습니까. 사회가 후퇴하는 건 금방입니다. 그건 도미노처럼 그냥 무너집니다. 


저는 문재인이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안합니다. 그렇지만 정치인으로서는 정말 후지다고 생각해요. 문재인은, 말을 못하고 어버버대는 박근혜씨의 뒤를 잇는 정치인이에요. 그러면 이런 언어적 파국은 그만 좀 일으켰으면 좋겠습니다. 리허설도 네번이나 했다면서요. 그런데 저 말을 저렇게밖에 못하나요? 이해가 안갈 정도입니다. 국민들의 정서건강을 위해서라도, 사회적 가치관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문재인 대통령은 이제 기자회견 그만 했으면 좋겠습니다. 일을 아무리 잘해도(이것도 잘 모르겠습니다) 말을 저렇게 하니 진짜 정나미가 떨어지네요. 민주당은 검찰이랑 패싸움하기 바빠... 대통령은 사회 현안에 대해 저런 패륜 가득한 말이나 해... 무슨 아프리카 비제이도 아니고 어떻게 말을 저렇게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 바꿔~바꿔 모든걸 다 바꿔..

    • 두번째 측면, “자기 안의 최소한의 금기”를 오늘 가끔영화가 포기해버렸죠. 문제는 자기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도 모른다는 것. 트럼프 지지자들이랑 별로 안달라요
      • 이런 속담이 있죠


        남의 눈에 티끌만 보았지, 제 눈의 들보는 못본다


        딱 님에게 하는 소리입니다

        • 사팍 아이디로 이런 댓글은 코미디죠?
          • 전 님처럼 반말은 안했어요 ㅋㅋㅋ

    • 음. 문 대통령도 '어버버버'의 연속이었던 박근혜의 어법 차원에서 그다지 멀지 않죠. 그분에 대한 옹호의 언설들도 팬덤 정치의 최고봉을 이뤘던 박근혜 지지자들과 유사하고요. 그래도 "우리 이니, 하고 싶은 것 다해~"라는 말로 커밍아웃했던 팬덤은 좀 시들해진 듯합니다. - -
      대통령의 '키친 캐비넷'의 면면을 짐작하는 이들이 많을 텐데, 보필하는 모양새를 보면 솔직히 말해 근혜 정부의 최순실만큼이나 한심하고 어이없어요. 이 정부가 가시적인 성과가 없다는 정도의 평가로 끝나기를 바랍니다만 과연 어떨지... 
      • 순박함으로 지지자들을 집단최면시키는 방법은 동일하다고 생각합니다.... 민주당과 문재인은 정말 아마츄어리즘에 절어있어요

      • 저는 정치인 팬덤이 21세기의 새로운 종교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실제로 2~30대 젊은 층의 종교 이탈이 많이 늘고 있고 이들에겐 종교를 대체할 무언가 필요한데, 그게 연예인 팬덤 연령의 상승과 정치인 팬덤을 만들어 내고 거기서 다시 추종자가 모집되는 순환 구조를 만든 게 아닐까 합니다.
        • "진정한 정치의 기술은 대중이 정치에 무관심하게 만드는 것이다."라는 유명한 말이 있죠.  (데이빗 리스먼이었나?)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에서 대중이 정치를 발견하도록 자극한 위정자가 이명박, 박근혜라는 사실이 있는 거고요. 
          이 두 집권자는 대중에게 정치에 무관심하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불안을 느끼도록 하고 행동하게 만들었는데 그게 이 정부에서 '팬덤'이라는 차원으로, 어리석은 민중의 모습으로 환기될 줄은 예상 못했습니다. - -
          대중은 어리석은 듯 어리석지 않죠. 공익에 반한다는 판단이 서면 이 정부의 수장도 결단날까봐 조마조마합니다. 
          공법에 보면 공익과 사익의 형량이라는 개념이 있잖아요. 둘을 저울에 달아보며 무게를 비교하는 것. 그래서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보다 현저하게 기운다라는 판단이 들면 단호한 판단을 내려버리는 것. 그렇게 예리해진 대중의 감각을 또 보게 될까봐 흑.... 
          (횡설수설 민망합니다.) 
          • 우리 나라에서 정치인 팬덤의 시작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라고 봐야죠. 노사모라는 사적 모임을 거대한 정치 집단으로 탈바꿈 시킨 첫번째 사례라고 봅니다.

            이명박은 그것과는 다른 길을 걸었고, 박근혜는 일부 팬덤 효과를 가져갔지만 그건 아버지의 후광에 힘 입은 것이었죠.

            현재의 정치인 팬덤은 노사모의 그것과 궤를 같이 합니다. 그런데 그 때와는 조금 다르게 거대한 적이 필요한데 없으니 만들어 내고, 거대한 적 상정을 위한 음모론을 생산해 내죠. 거악이 있어야 유지되는 히어로 팬덤이랄까요.
            • 공감, 또 공감합니다.


              십년 만에 프랑스 문화원에 일보러 와 있는데 너무 낯설어서 듀게질을 하고 있...


              (중딩 때 프랑스 영화를 집중해서 보던 시절이 떠올라서 그 글을 함 써보리라고 불끈 결심~ ㅋㅎ)

      • 사실 정치인의 인격은 아주 큰 의미는 없을지도 모릅니다... 표면적으로 계속 실망을 시키면 그게 결국 다인거죠. 지금 우리는 문재인이라는 문학적 캐릭터를 분석하는 게 아니니까....

      • 정책에 대해서 국민이 판단하는 건 무슨 연예인 품성 논란 같은게 아닌데요. 본인이 팬질하듯이 생각하는 주제에 남들도 그럴거라고 망상질을 하다니 어처구니가 없군요.

    • 처음엔 기대치가 너무 높아 실망하는 건가 싶었는데 갈수록 첨부터 그런 사람이었나 체념하게 되는...문재인도 그렇지만 보좌진의 수준도 한심하고...
      • 뭐랄까 당선 자체가 목적이었고 김정은과의 화해 무드 조성 때 모든 힘을 다 써버린 느낌이에요. 문재인은 외부와의 갈등을 풀기는 좋은 대통령이지만 내부의 갈등을 풀기에는 좀 역량이 부족한 사람이 아닐까 싶습니다
    • 이낙연의 몰락을 보면 진보(?)나 보수나 이미지만 보고 지지하는 건 똑같아요. 채찍질을 해도 시원찮을 판에 뭘 맨날 지켜준다는 건지.. 


      민주당 대표는 박주민이 되길 바랬는데 너무 젊고 당내 기반이 약해서 힘들다나요.. 거의 오십인데 젊긴 뭐가 젊어요. 다음 번 대통령은 좀 젊고 똑똑하고 날카로운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경선 통과도 힘들 것 같다는 게 현실..


      민주당 지지자들이 점점 보수화되어서 민주당이 갈수록 오른쪽으로 갈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누더기 중대재해법도 전보다는 앞으로 나아간 거라고 칭찬을 해 주질 않나.. 똑같은 표결 불참인데 민주당이나 열린 민주당 의원들의 표결 불참은 잘했다고 하고 정의당 의원들의 불참은 덮어 놓고 욕하고.. 답이 없어요.

      • 민주당이 지지자들을 정치노예로 만들어놨어요 진짜 나쁩니다
    • 민주당 지지자이고 문재인 지지자이지만 이 사건에 대해서는 쉴드를 칠 수가 없군요. 원문에 구구절절 공감합니다.


      정부에 대해서 불만을 이야기했다가 친구에게 거의 "문까"취급, 문까라는 어휘만 안썼을 뿐 엄청난 언어폭력을 당하고 절교를 해버리고 나니


       이런 무조건적인 추종, 광신에 가까운 무조건 지지가 민주당을 퇴보하게 하고 심하면 자멸하게까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아직 민주당을 지지하고 문재인을 지지하냐?라고 묻는다면 그래도 차악이라고 믿으니까


      국민의 힘이나 윤석열이나 안철수를 대안으로 삼을 수는 없으니까요.

      • 민주정치에서는 그 대안을 스스로 만들어나가는 선택지도 있다는 말씀으로 갈음하겠습니다 :) 한번 생각해보시길

    • 내용에 90% 동의합니다. 개인 문재인이 악한지 악하지 않은지는 더이상 사람들의 관심사가 아니게 되어버렸어요. 그들이 염불처럼 외우는 비교는 이제 지겹습니다. 


      당연히 '촛불혁명'(개인적으로 동의하지 않지만 그분들이 좋아하는 표현이라 일부러 써봤습니다) 끝에 세운 정부라면 지난 이명박근혜 9년보다는 나아야겠죠. 나은 점도 분명히 있고요. 그렇지만 얼핏 착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우유부단할 뿐인 보수정당에 뭘 얼마나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을지 매우 회의적입니다. 

      • 이제 "좋아하지 않는"을 넘어서서 "좋아할 수 없는" 정도로 아마츄어리즘이 잦아졌어요. 왜 정치를 이런 식으로밖에 못하는지 잘 이해가 안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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