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숲) 좀비떼가 와도 안 변할 것 같은 사람

모든 현상과 사실에 대해서 또는 숨겨진 진실이나 비밀마저도 다 자기자신을 주인공으로 설정하는 사람들이 있죠. 이들은 영화 드라마 스토리나 심지어 사회 문제마저도 본인과 연결지어 생각합니다. 그가 아무리 풍부한 지식과 기민한 감정선을 가지고 있다해도, 대화를 나누고 나면 다만 피로할 뿐. 하아 어쩜 저렇게 시종일관 주야장천 본인이 주인공인가. 매일매일이 자기애의 화려한 축제인 사람이란 생각뿐.

최근 공교롭게도 이런 인물이 셋이나 제 주변에 포진하여 일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아주 심플하게 작업 관련 톡을 하려고 해도 너무 부연설명 시간이 많이 듭니다.. 피곤해요.
문제는 그들은 본인이 남을 피곤하게 하는 어법을 구사 중이란 사실을 전혀 모르는 것 같다는 느낌적 느낌..

뭐든지 다, 어 그거 제가 이미 했던 건데(절대 사실이 아님)부터... 그러게 제가 뭐랬어요(뭐란 적 없음 꼭 결과에 따라 말 바뀜)와 원래 그건 이런 식으로 하는 거예요(그 원래의 기원에 대해 짚고 넘어가려면 한도 끝도 없음)식으로 대답을 하고 말을 확장하는 바람에, 기획을 본다+만든다 = 기획대로 만들려면 필요한 것에 대해 논의한다. 이 과정을 진행도 못한채 그의 자기애 뿜뿜을 한동안 오도카니 바라봐야 하는 반복이 되풀이되고 있어요.

본인 생각엔 분명 본인이 재능이 많은 것 같고, 스스로에게 차암 너그럽고 거울에 비친 자기자신이 그렇게나 멋지고 좋은 거야 뭐. 알 바 아닌 거고 누구한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니까 당근 그 사람 자유긴 한데. 자기 자신이 그리 예뻐 죽겠는 와중에 최소한 남의 감정과 상태도 좀 살필 줄 아는 갸륵한 마음을 조금이라도 지니면 좋겠어요. 20분이면 족할 미팅을 2시간 넘게 하고 나니 진이 다 빠져서 주절댑니다. 부엉부엉시부엉 -_ㅡ
    • 그는 지금까지 살았던 사람들 중에서 가장 사람을 피곤하게 하는 말많은 사람이다. 그와 하룻밤을 지내면, 그의 독백만을 들으며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 때때로 그는 기발하고 때로는 미칠 듯이 사람을 피곤하게 한다. 그러나 그가 기발하건 그렇지 않건, 그는 오로지 단 하나의 대화주제만을 가지고 있다: 그 자신에 관한 것, 즉 그가 생각하는 것과 그가 하는 일 뿐이다.

      • "이 음악 좋지"

        나도 기타 전에 쳤었는데

        "이 집 짬뽕 맛있다!"

        나도 짬뽕 잘 만드는데

        "아 추워"

        나도 추워

        "그 책 진짜 괜찮더라"

        나도 전에 책 냈었어


        모든 대화에서 2인칭이나 3인칭 대명사는 실종되고 오직 1인칭 대명사만 존재하는 전개.

        워어 쓰다 보니 헛웃음만 나네요

        허헣;;
    • 그도 먹고살아야할테니 누군가 눈치보고 맞장구치는(주어:그) 사람이 있지않을까요 

      • 없을 걸요. 있다해도 그만의 방식으로 눈치볼 거예요. "오늘은 내가 쏜다!!"식으로 ㅎ
    • 어떤 스트레스인지 알 것 같아요. 상대의 시선/집중력을 훔쳐내는데 능한 이들이 있죠.  파스칼이 한 얘기지만 산만하고 타인에게 집중할 줄은 알지만 자신에 대한 관찰/성찰은 못하는 사람.  
      그런 사람은 피로하기만 한 게 아니라 지루하기도 해서 좀더 상대하노라면 저절로 초연해지게 됩니다. -_-

      • 제가 지금 허허허헣 이러는 걸 보니 많은 걸 놔버린듯요 @.@ 산만한 와중에 가끔 나타나는 그 타인에 대한 집중이란 것도, 타인의 눈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관찰하는 것이지 타인의 감정에 공을 들여 집중하는 게 아니더라고요. 그러니 그에게 자기성찰은 아주 순백색의 캔바스로 영원히. 으허허^○^
    • 근래에 제가 받는 스트레스랑 비슷하네요. 자신의 것이 거의 없기때문인지 말로 자신을 포장하는 데만 하루종일 허비하죠. 한국의 나이 많은 남자들에게서 많이 나타났다가 최근에는 젊은 직원한테도 이 현상들이 일어나서 적잖이 당황하고 있습니다. 평범한 말도 자신을 공격한다고 느껴버리고 질릴정도로 자기방어만 해서 비난이 아니었다고 해도 믿질 않더군요. 
      허심탄회하게 얘기하려고 하면 더 악화되니 굉장히 먼 거리를 두어야 합니다. 저는 그래서 드라이하게 일만 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있어요. 

      • 비슷한 스트레스를 받으신다니... 그간 상당히 피로하셨겠어요. 그가 말로 자신을 포장하는 것에 공을 들이는 동안 속은 타들어가고...하핫. A를 물으면 BCD중의 하나로 대답하는 게 아니라, A에 대한 답으로 "1은 뭐고 2는 뭐고 3은 누구탓이며 4는 내탓이 아니다"에 쓰는 시간이 엄청나죠. 심지어 중요한 결정의 순간으로 겨우 정리를 해놓으면, 결정은 또 미루기까지. (나중에 일이 잘못되면 "그러게 내가 뭐랬어" 이러려고 흥) 이 세상 온갖 종류의 책임회피 카드만 1500장쯤 가진 사람 같아요. 일반 지인이나 무능한 업무 파트너라면 손절하면 그만인데, 문제는 이런 사람이 특출난 재능이 있을 때죠. 가령 넘사로 뛰어나게 기타를 친달지 디자인을 한달지.... 아아 당분간 계속 일 진행해야 하는데 참 별 도리가 없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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