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우먼1984-이거 환상특급인가
재미가 없는 건 아닌데... 참 애매한 결과물이네요.
-찐 사랑을 잃은 다이아나의 고독이 넘나 예쁘고 팬시하고 우아하게 묘사됨.
거기다 무슨 독수공방하는 조선 여인네도 아니고. 요즘이었으면 다이아나도 혼자 캠핑도 가고 솔플 잘 했겠죠?
-균형을 잡고 힐을 신는 것에 어마무시한 강함이 숨어있던 것이었던가.
이 묘사가 어이없기도 하고, 원더우먼이란 캐릭터의 태생적 한계인가도 싶고.
하기는 엑스파일의 스컬리가 힐 신고도 호다닥 잘 달릴 때 저 미스테리한 힘의 원천이 뭔가 했죠.
-패드로 파스칼이 맡은 빌런은 근래 본 히어로 무비에서 가장 흥미롭고 재밌는 캐릭터였습니다. 더구나 파스칼 연기도 무척 좋았어서. 그런데 막판 급박하게 캐릭터 서사는 왜 끼어넣는지. 없어보이게.
전반부는 코미디였다가 마무리는 가족영화. 영화 톤이 고르지가 않네요. 치타는 캐릭터도 얕고 이렇게 다룰 거였으면 이번 편에서는 빼고 다른 편에서 등장시키는 게 나았을 것 같아요. 파스칼이 맡은 캐릭터에 더 힘을 싣는 게 좋았을 듯요. 더 재밌게 풀어낼 얘기들이 있을 것 같은데 이쪽도 흥미로운 캐릭터에 비하면 막판 급박하게 캐릭터 서사를 끼워넣는 데서 보듯 존재감 어필은 파스칼 연기에 힘입은 바가 큰 거지 연출적으로 빌런 묘사가 좋은 편은 아닙니다. 크리스 파인의 등장은 우려보다는 괜찮았네요. 커크보다는 스티브 트레버쪽이 훨씬 어울리고 좋고 심지어 더 잘생겨 보임. (제가 커크 캐릭터를 싫어해서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긴장감은 없는데 사건은 전지구적으로 커지고 이걸 어떻게 수습하려나 보니, 해결은 참 엉성하기 그지없네요. 인트로와 중간, 클라이막스의 액션 씬을 빼고는 플롯만 보면 그냥저냥 볼만한 환상특급 에피소드 중 하나의 느낌입니다. 인트로는 다이아나 어린 시절의 장애물 경주를 넣을 게 아니라 아스트라이아 이야기를 넣었어야 할 것 같고요. 여튼 각본 문제가 가장 큰 것 같습니다. 제프 존스는 1,2편 각본에 모두 참여. 패티 젠킨스도 2편 각본 작업에 참여했네요. 1편에서 작업했던 앨런 하인버그는 빠지구요. 이 양반은 잘 모르지만 그레이 아나토미, 섹스앤더시티 등 꽤 알려진 드라마에 프로듀서 및 작가 활동을 다년간 해왔군요. 다음 편에는 좀더 역량있는 시나리오 작가가 합류해야 할 듯.
덧. 클라이막스의 원더우먼의 액션이 비폭력을 추구하는 원더우먼만의 또다른 액션을 보여주고 있단 듀나님의 글을 봤는데, 그 원더우먼 시리즈만의 액션이 더 설득력 있었으려면 사실 치타 캐릭터도 더 살았어야 했죠. 그 점이 많이 아쉽습니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세상 멸망각이 와도 예전의 세상으로 돌아갈 수 없어(feat. 나의 예전 세상은 원더우먼의 독백처럼 아름답지가 않....)'라는 간절함과 소망이 더 클수도 있으니까요. 며칠 전에 미 정권이 교체되면서 온두라스에서 미국으로 탈출하는 긴 행렬이 생겼다는 뉴스를 봐서일까요. 자꾸 원더우먼이 세상은 아름다워 드립을 치는데 뭔 동화같은 소릴 하고 앉았.... 이런 생각이. 아, 저는 치타는 아니구요;;
-환상특급 ㅋㅋ 맞네요. 전 어쌔신크리드 오디세이, 브루스 올마이티, 미라큘러스 레이디버그 등등이 떠올랐어요 ㅎㅎ
-갈 가돗의 다이애나는 이상하게 정이 안가요. 제가 좋아할만한 요소만 있는 캐릭터인데도 말이에요. 연기도 아직까지는 조금 어색한 느낌이 있습니다.
-치타 캐릭터를 연기한 크리스틴 위그를 정말 좋아하는데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긴했어요. 조금 더 러닝타임을 받을 자격이 있었는데 말이에요. 설정도 좀 약했지요. 그냥 약간 내향적일뿐 예쁘고 건강하고 직장탄탄한 고학력의 1세계 백인의 자기연민은 좀 설득력이 없습니다.ㅋㅋ "치타"도 좀 생뚱맞았어요. 초반의 호피무늬 힐하고 "최상위 포식자" 정도의 링크는 있었지만 너무 은근했지요.(심지어 치타는 그렇게 최상위 포식자도 아닙니다!!) 말씀대로 시나리오 문제가 큰 것 같아요. 뭔가 프로덕션 차원에서 이것저것 끼워넣은 느낌이 들기도하고. 그래도 크리스틴 위그의 치타는 또 보고싶어요!!
-첫장면 보다가 어쩐지 폴가이즈가 떠올라서 피식 웃었어요. 비디오 게임을 좀 줄여야하나봐요 ㅋ 레즈비언천국에서의 운동회 회상씬은 메인플롯의 "치팅"에 대한 복선이었던 것 같습니다.
-액션신에 불만이 있는 분들이 좀 있는거 같은데 전 뭐 그럭저럭 괜찮았던거 같습니다.
-벽안에 갇힌 가난한 무슬림들을 보니 팔레스타인 문제가 떠올라서 이스라엘 전역군인이 연기하는 원더우먼이 좀 어색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잠깐 있었습니다. ㅋ
-80년대 미대통령이 레이건을 닮지않고 도널드트럼프를 닮은게 좀 웃겼어요 ㅋㅋ 만약 트럼프였다면 맥스웰로드의 손을 잡았을 때 "국방강화"말고 재선을 빌었을텐데.
-맨날 바이러스나 기후문제 좀비 위기만 보다가 오랜만에 미소핵전쟁 시나리오를 보니 이것이 80년대구나, 레트로구나 싶어 향수도 들고 반갑더라고요. ㅋㅋ
-막판에는 뭔가 우당탕 하고 끝나버린거 같아 좀 그랬지요.ㅋㅋ 근데 또 뭐 어떻게 하겠어요. 이야기를 거기까지 벌려버렸는데.
-린다카터의 아스테리아는 3편의 떡밥인지 그냥 팬서비스인지 궁금하군요 ㅎㅎ
그래도 뭐.. 전 전반적으로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트레버를 다시보니 좋았고요. ㅋ 트레버는 다이애나를 다시 만날 때보다 비행기 "벳시"를 다시 만났을 때 더 반가워하는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ㅋㅋ 투명비행기도 꽤 멋지게 묘사되지 않았나요? ㅎㅎ 폭죽이랑 아주 낭만적으로 연출된 것 같아요. 크리스 파인 덕에 로맨스가 잘 녹아들은 것 같지요. (역시 커크 따위가 배우의 대표 캐릭터가 될 수는 없습니다!!) 막판에 다이애나가 I'll never love again 할 때는 스타이즈본의 가가님 노래가 귓전을 맴돌면서 눈물이 핑했어요ㅋ 예전같았으면 시니컬하게 봤을 나이브한 결말도 빌런들의 해피엔딩도 세상이 암울해서 그런지 그럭저럭 "희망찬 메시지"로 받아들이게 되네요. 마음 한구석에서는 꿈틀꿈틀하는 불만이 좀 있긴하지만요. 패티 젠킨스 감독은 스타워즈에서도 잘할 것 같습니다.
암튼 여러분 약관은 중요합니다. 꼭 약관을 잘 읽으세요.
-치타 캐릭터는 오리지널 코믹스에서도 그렇게 잘 만들어진 캐릭터는 아닌 것 같더군요. '완벽한 여성'에 대한 질투가 원동력이라니; 배우는 잘 하는데 설정이 넘 빤해서. 지금 러닝타임도 길긴 하니(근데 길다는 느낌은 특별히 못받았어요. 영화 호흡이 나쁘진 않아요) 시간을 좀더 할애하기는 어려웠을 거에요. 메인 빌런 서브 빌런까지 끌어들여 이야기를 직조하는 게 좀 무리였던 것 같아요. 메인 빌런은 자식이라도 있지 치타는 잃을 게 없고, 예전으로는 돌아가기 싫고, 서브 빌런도 설득을 못하는데 그보다 더한 상황에 있을 세상 사람들이 소원을 취소하도록 조곤조곤 원더우먼이 설득시킨다? 설득력이 없엉.... ㅠ
-갤 가돗은 무지 이쁘고 멋진데 저도 크게 끌리진 않아요. 엄친딸 미스코리아 진보는 느낌이에요.
-저도 액션씬은 큰 불만 없어요. 말씀듣고보니 진짜 대통령이 레이건이 아니라 트럼프 닮았네요. ㅋ
-맥스웰 로드는 재밌는 악당인데, 사실 이 악당의 맛도 제대로 못살렸어요. 페드로 파스칼이 열일했죠. 이 악당이 추구하는 '위대함'에는 단순히 권력욕이나 자기 과시 혹은 다른 사람의 소원 수리를 하면서 힘 보충하는 것 말고도 어떤 메시아적 욕망이 같이 함축돼 있는 것 같아 그 부분이 흥미로웠어요. 과잉해석일 수 있겠고, 각본에서도 이 부분이 잘 나타난 건 아닌데 파스칼 연기가 이 부분을 메꿔서리. "내가 니 소원을 들어줄게"라고 할 때 사짜 느낌이 나면서도 정말로 사기스런 권능에 '소원'의 간절함, 절박함을 정말 이해하는 인물로 보이죠. 더욱이 인종, 계급, 성별 가리지 않고 평등하게(?) 소원을 수리해주기도 하고요. 혼돈의 메시아..
-맥스웰 로드가 만들어내는 난장판을 좀더 축소시키고 소동의 스케일이 아니라 디테일쪽을 살렸으면 좋았겠어요. 위성과 티비를 포기할 수 없었나봐요. 뭔가 과거 007느낌도 났던 게.
-전반부 트레버 띨빵한거나 쌕 두른 모습이 꺅~ 참 귀엽고, 둘이.... 슬프긴 했어요. 로맨스 쪽은 잘 나왔더라구요.
-아스테리아는 3편엔 안나올 것 같아요.
아스테리아는 그냥 황금갑옷 떡밥(홍보과정에서 그렇게 강조해놓고 겨우 그게 다?)과 린다 카터 카메오 이상의 의미는 없을 것 같긴 합니다.
황금갑옷은 실망이었습니다. 치타의 강함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설정이었다기엔 아스테리아 지못미...
원작 팬들은 만화상에서 터프하기로 이름난 원더우먼이 그렇게 착해빠진 캐릭터로 나오는게 불만인듯 하더군요 (영화상에서 원더우먼은 누굴 죽이기는 커녕 악당을 때리지도 않는것 같습니다 - 치타를 제외하면)
내용상 황색수정이 어디서 무슨 권능으로 그렇게 어마어마한 능력을 얻었는지 설명이 필요할 것 같지만... 말 그대로 환상특급이라고 이해하면 넘어갈 수도 있겠네요. ㅎㅎ
중간에 유물 관련해서 더 전개가 있으려나 싶었는데 걍 싱겁게 해소됐죠. 자꾸 진실, 아름다움 어쩌구 하는데 살짝 거북했습니다. 히어로 무비가 다 그렇지만 체제-현상 유지가 최선은 아니고 그 세상이 마냥 아름답기만한 건 아니잖아요. 주제를 넘 얄팍하게 다뤘다는 생각이 듭니다. 배트맨의 경우 고담은 마경이고 배트맨은 그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힘으로 최소한의 선을 구현한단 느낌이어서 이런 종류의 저항감이 덜하고요.
캐릭터로는 큰 매력은 없죠. 이부분은 슈퍼맨도 비슷한 듯 하지만 슈퍼맨은 클라크 켄트라는 부캐에 일반가정에 입양돼서 성장했다는 설정때문에 이거저거 풀어낼 거리도 있고 캐릭터가 보다 풍부해지는데 원더우먼은 이게 없어요. 일코 모습도 완벽 그 자체라. 이번 편이 이런 쪽에서 변주를 줄만한 좋은 기회였는데 원더우먼이 평소에는 어떻게 일반 세상-사람들과 어울려사는지에 대한 제작진의 고민이 필요하다 보여요. 암튼 옳고 바르고 맑고 고운(?)소리만 하는 게 무슨 미스 유니버스 당선 소감도 아니고. 원작 안 본사람도 불만입니다 ㅎ
이렇게 단점이 많은데도 대체로 볼만은 했다고들 하시니 별 관심 없던 영화가 갑자기 보고 싶어지네요. 어떻길래. ㅋㅋㅋ
갤 가돗은 그냥 갤 가돗의 한계(?) 같은 게 뭔가 있는 것 같아요. 저도 첨 보는 순간부터 와! 원더우먼 어울리게 예쁘네... 라고 생각했지만 왠지 모르게 무매력이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