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살해

# '시간의 살해 Tempo-cide'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간단히 말해서 어느 하나의 시간대에 눌러붙어서 나머지 시간대를 살해한다는 의미입니다.
예를 들자면 이탈리아의 미래주의는Futurism 미래의 유토피아를 건설한다는 명목으로 현재와 과거를 살해했고, 한국의 환단고기주의는 과거의 상상적 영광을 회복한다는 명목으로 현재와 미래를 살해한 바 있습니다.

데리다를 읽노라면, 이 템포사이드 현상을 회피하거나 저지하기 위하여 '도래하는 유령' 같은 개념 조작을 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령, 1993년 이후의 세계는 현실사회주의 진영이 무너지고 마르크스주의가 퇴락해가는 풍경으로 가득 채우는 걸 보면서요. 그즈음에 데리다는 <마르크스의 유령들>이라는 책을 세상에 내놓았죠. "죽은 마르크스가 유령이 되어 되돌아온다, 자신의 적들의 유령들과 함께." 
그러나 유령이란 도착하지 않습니다. 단지 도래하는 스탠스를 유지할 뿐이죠. 그러므로 그것은 데리다 특유의 시제인 전미래 시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간의 걸음에는 세 가지가 있다. 미래는 주저하면서 다가오고 현재는 화살처럼 나아가고 과거는 영원히 정되되어 있다." 
지난 밤 꿈속에서 왜 F. 실러의 이런 자문을 제 것인 양 내내 하게 됐는지 모르겠습니다. 실제로는 길지 않은 시간이겠으나 적잖이 시달렸던 것 같아요. ' 나는 시간의 살해'를 범하고 있는 걸까. 아름다운 예술들과 결별하고 지금 과거를 회상하고 있거나 현재에 매몰되어 있는 걸까? 그런 일을 범하지 않으려던 긴장도 사라진 걸까?'

'시간의 살해'를 잠시 멈추고, 흐르는 시간 속에 다시 놓이면 어떻게 될까요.  어느 철학자가 자신의 과거는 행동으로 사라져 버리는 지점에 정확하게 위치하게 된다고 말한 게 생각납니다. 이때의 행동은 뇌의 행동을 의미하죠. 그래서 뇌의 행동을 보여주고자 좀전까지 눈을 빠르게 깜빡여 봤습니다.  하지만 거기에 위치하는 게 정신인지 신체인지 모르겠더군요.

저의 뇌는 자는 동안 무슨 행동을 하고 싶었던 걸까요. 기억을 반추하거나 어떤 습관을 떨쳐내려는 것이었을까요.  하나는 긍정이고 또 하나는 부정이지만, 양자가 크게 다른 것 같지는 않습니다. 부분기억이든 전체기억이든 상대하고자 한다는 점에서는요.
막내가 카톡에다 "떨쳐내려는 짓은 오히려 자유로운 자의 제스처가 아닐까"라고 의견을 밝혔는데, 사실이죠. 그런 짓은 외려 다시 들러붙게 만들죠.  어느 철학자의 충고대로 했다가는 '시간의 살해'보다 못한 굴레에 휩싸이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 우리회사는 구성원 대다수가 외국인어서 상대를 호칭할 때 그냥 이름만 씁니다. 공적인 문서나 메일에만 이름 옆에 괄호로  ESN. DPN, BSJN, JMN, SMN, ESN등으로 직급 뒤에다 알파벳 'N'을 붙이고요. 하지만 한국인 동료들은 차마 그러지 못하고 깍듯하게 직급호칭을 사용하죠. 
기억하시는 분은 하시겠지만, 예전에 제 발등에 뜨거운 물 쏟은 후 수백만원짜리 의자를 보내서 저를 한숨/눈물짓게 했던 친구가 어제 회식자리에서 이런 선언을 했습니다.

"팀장님. 앞으로는 업무 시간까지만 팀장님이라 칭하고 그 외 시간에는 **씨라고 부르겠습니다. 사실 그게 정당한 호칭법 아닌가요."
- 씨는 굳이 왜 붙여요. 그냥 **아 라고 불러도 돼요. (진심으로 한 말입니다. 씨익~) 
"그래도 되는 거죠?"
- 답했잖아요. 할지말지 내게 묻지 말아요.. 당신이 결정할 일이에요.

가끔 손을 뻗어 상대의 뺨을 만져보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이처럼 홀로 정리하고 결정한 의견을  당당하게 피력하는 사람을 볼 때요. 물론 그런 상황에서 유혹이 인다고 마음가는 대로 상대의 뺨을 터치하는 행동을 취하지는 않습니다

    • 어맛, 볼터치라니

      • 제 매운 손맛을 알면 어맛이 아니라 으악, 비명지르셨을 텐데... hoho

    • 그나저나 올해 들어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발톱과 발가락에 굉장한 통증이 입니다. 정장 입고도 운동화 신는 사람이니 멋내느라 발을 혹사시키지는 않습니다. 지금도 너무 괴로워요. 이런 증상 해결법 아시면 팁좀 주세요. 

      • 발톱깍을때 너무 짧게 깍지 말아요. 너무 짧으면 피곤할 때 그렇게 아프답니다. 그나저나 그 인턴, 사장한테도 업무시간 외의 시간에 이름만 부를 수 있을까요? 팀장님이 젠틀하게 대해주니 아주 머리 끝까지 기어올라 상투까지 휘어잡을 기세네요. 젠틀하게 대하면 함부로 행동하고 좀 무섭게 하면 팍 쪼그라져 버리는, 루쉰이 말한 전형적인 노예근성이죠.
        • 손,발톱을 바짝 깍는 경향이 있긴 합니다. 조금만 자라도 그 속에 병균이 드글거릴 것 같은 강박증이 있어요. 
          그 친구는 이제 정사원입니다. 그러게요. 보스에게는 이름만을 부르지 않을 테죠. 제가 뻗대고 반항해볼 수 있는 상대라고 판단한 거겠죠. 그래도 노엽지는 않아요. 그 나이에 까불어도 되는 상대를 알아보고 그렇게 들이대보는 것도 인생 한 시기 중 사는 재미 아니겠습니까. - - 어리광이 있는 편이지만 일은 잘 합니다. 
          • 아, 이 자랑을 한다는 게 깜빡했네요. 아픈 발가락 맛사지 하느라 요즘 발을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는데 제 발이 참 예쁘게 생겼네요. 손은 자글자글 주름도 잡히고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새겨져 있는데 발은 어찌나 깨끗하고 매끈한지요. 통증의 와중에도 그 모양을 보노라면 가벼운 감탄사가 저절로.... 헤헤

            • 통증의 원인이 혹 내성 발톱 때문이신거면 통증이 있는 발톱의 양 옆을 줄 같은 걸로 적당히 갈아서 두께를 얇게 만들어 주세요. 두께가 얇아지면서 말렸던 발톱이 어느정도 펴지는 효과가 있습니다.
              • 엄지 발톱이 내성이어서 특별히 더 신경써서 다듬기는 해요. 하지만 다른 발톱들까지 함께 아파하는 건 왜인지... 


                어제부터 통증이 너무 심해서 지금도 뜨거운 물에다 식초 타서 발을 담그고 있습니다. 그럼 통증이 좀 가셔요.


                문제는 물 끓이느라 주전자를 가스불에 올려놓고는 삑~ 소리가나면 '내가 왜 물을 끓이려 했던 거지?' 이유를 금방 찾지 못한다는 거에요.


                이 나이에 벌서 이러니 앞으로 살아갈 날들이 걱정스럽습니다. - -

    • 뺨/볼을 만지면 사랑에 빠집니다. 그게 하지말아야할 이유죠

      • 뺨이 그렇게 감정을 움직이는 치명적인 부위인 거군요. 연애고수들이 입술보다 뺨이라고 주장하던 게 생각납니다. 그럼 채찬님도 고수.... ? :)
        • 예쁘게 봐주셔서 감사감사합니다~

    • 의자선물....; ‘뇌가 청순하다’ 는 말이 잘 어울리네요.  한국말과 호칭은 일하는데 있어서 참 비효율적이고 거추장스러운 면이 분명 있는거 같습니다.


      외국에서 꽤 오래 일하고 있고 일과 연관된 사람들 99.9%가 외국사람들인데 아주 가끔 (국적 불문) 한국어 사용자를 만나게 됩니다. 나이 따지지 않고 알게 된지 10년이 넘도록 존대말만 하고 있어요.  한국에서 존대말의 존재 가치?관성?은 존대말이 아니라 ‘반말’에 있는거 같습니다. 고작 나이 따위로 그 권력을 누리는게 얼마나 창피한 일인지 잘 알기 때문에 나이 차이가 아무리 많이 나도 ‘반말’을 차마 할 수가 없어요.  특히 일로 엮인 사람들이라면.

      • 한국어가 중립적인 말 사용이 안 되는 면이 있지요. 인터넷 판매 사이트에 보면 고객을 높인다고 '시'니 ''분'이니의 어휘를 남발하는 경향이 있더군요. '자녀 분들과 함께 오시면 잘 돌봐주실 것입니다.'라는 문장을 가끔 봅니다.
        '돌봐주실 것입니다'는 스스로를 높이고 상대를 낮추는 어법이라는 걸 모르지는 않겠으나, 그렇게 안 쓰면 불손하다고 항의하는 이들이 많다더군요. (먼산)

    • 철학자의 과거의 정의가 슬프리만치 정확하군요, 나에게는 이렇게도 읽혀요 난 살 동안 과거는 없는거네,막내의 자유의 짓에 대한 말도 각자 나름의 생각에 깊은 뜻이 있을듯 합니다, 어디야라 부르면 기분 나쁠거면서
      • 아뇨. 어디야가 아니라 어이~ 라고 불러도 됩니다. 그런 걸로는 기분 안 나빠요. 수도자는 아니지만 그 비슷한 감정상태로 살아갈 수는 있답니다. -_- 그나저나 요즘 잠이 쏟아지는데도 잠들려면 온 집안을 다 헤매며 데굴데굴 굴러다녀요. 전 수면시간 대여섯시간 정도면 충분한 사람인데 그걸 수행하기가 힘들어서 한숨이 폭폭.... 



        • 평균 대여섯시간 잤는데 세포의 면역력이 떨어져 일곱시간으로 늘었습니다 어쩌면 잠 잘안올때가 오히려 건강하다고 생각도 해봐요 억지로 자려는게 더 안좋다 그러는데 어쨌든 자야지 뭐
    • 제 개똥철학을 보태자면


      과거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었고(근데 왜 안했냐 과거의 나란 인간아) 현재는 아무것도 할수 없고(그러니 아무것도 안하는 거란다) 미래는 다시 모든 것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게시판 2012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462,403 01-31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147,937 12-31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122,148 04-01
130354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10 185 12-31
130353 아바타 3를 보고 유스포 2 190 12-31
130352 [핵바낭] 올해 잉여질 결산 잡담 14 330 12-31
130351 아바타: 불 과 재 보고 왔어요 짤막 소감 6 225 12-31
130350 [영화강추] '척의 일생' 8 247 12-31
130349 흑백요리사 2 8~10회, 싱어게인 4 탑 4 결정 6 284 12-31
130348 Lacombe Lucien(1974) 7 129 12-31
130347 [관리] 25년도 보고 및 신고 관련 정보. 15 323 12-31
130346 Isiah Whitlock Jr. 1954 - 2025 R.I.P. 2 135 12-31
130345 [왓챠바낭] 우편배달부 말고 '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 잡담입니다 12 265 12-31
130344 [넷플] 말 많고 탈 많은 '대홍수' 드디어 봤습니다 14 452 12-30
130343 [반말주의] 다들 올해 고생 많았어!! 새해 모두 건강하고 복 터지길 바래!! 12 184 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