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알바생

아파트 단지 안에 한달에 두어 번 이용하는 편의점이 있습니다.  맥주가 떨어져서 좀전에 다녀왔는데요, 알바생이 바뀌었더군요. 매우 무뚝뚝한 청년이었어요. 제가 다른 물건들도 구입하느라 상품에 대한 질문을 하는데도 듣는 둥 마는 둥 거르면서 노트북을 열어두고 파워포인트로 무슨 자료를 만들고 있더군요. 그렇게 꼭다문 입매와 고집스런 눈빛에 호감을 갖는 경향이 있어서 귀엽게 봤습니다.  

그 비매너를  대하노라니 생각나는 사람이 있습니다. '아아 이것이 상처받은 자의 제스처이구나~'를 제게 인식시켜준 사람. '아아 이게 천재이구나~'라는 걸 섬광처럼 알려준 사람.
그는 우리 동기 중에서 가장 쭉쭉 뻗어나가고 있는 중입니다. 재능도 있지만 줄도 잘 선 감이 있죠. 그러나 저는 그가 좀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첫 끗발에 편승하는 얕고 조급한 마음 때문에 그의 재능이 다 꽃피워보지 못하고 시들지 않을까 싶어서요.

1인칭 주관적 시점이 들어가는 판단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아무튼 알바 청년에게서 받은 인상 때문에 그 편의점을 앞으로 두세 배는 더 애용하게 될 것 같습니다. 실토하자면 굉장히 잘 생긴 청년입니다. 저는 외모에 휘둘리는 사람은 아니지만 어떤 깊은 분위기와 마주치면 약해지는 면이 있습니다. -_-

덧: 사실은 책 소개 하나 하고 싶었는데, 그 청년에게 정신을 빼앗겨서...  (책 소개는 오늘 내로 함 써보긴 할 거에요.)

    • 차가운 도시의 알바...분이군요


      대개의 차가운...시리즈가 그렇듯 그분의 태도와 제스처에서 받으신 느낌에 "잘생긴 외모"가 화룡점정하는 듯한 기분이..ㅎㅎㅎ


      비호감 외모였다면 굉장히 부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았을까.. 하는 개인적인 편견도 보태봅니다 허허

      • 제가 잘 생겼다고 평하는 이들은 특별한 눈빛의 교환이 있었다는 뜻입니다. 불친절했으나 그의 눈망울이 뿜어내는 만만찮은 기운이 있었어요. 계산대에 서기 전까지 마스크를 내리고 있었는데 입매도 단정하더군요. 마음이 넘어갈 만한 분위기였어요. ㅋ

    • 자기가 잘아는 거면 노트북을 덮으면서 설명해줄텐데 파는 물건에 대해 잘 몰랐나 봅니다. 애정도 없고요. 


      열정이 있는 미남은 그 매력이 배가되는데(노트북으로 작업하는 내용은 어떨지 몰라도) 


      뭐 저한테 어필하고싶진 않겟죠.




      제가 사는 동네에 GS편의점은 친절하긴 한데 


      택배를 부치려는데 방법을 모른다하고 알아보려고도 안하고 제가 더듬더듬 방법을 찾아서 보냈고요.


      마스크를 샀는데 2+1 딱지가 붙은 칸에서 꺼냈는데 해당 제품이 아니라고( 그러면 그 칸에 있는 제품들을 다 옮겨놓아야하는것 아닌가 아님 딱지를 옮기든지)


      그 말만 반복해서 실망했던적이 있습니다. 그래도 하루에 3번씩 가는날도 많습니다. 아쉬운 사람이 지는거죠.



      • 모두가 아쉽다고 져주면 그 사회에는 단단한 기반이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우리 함께 그런 물결에 저항해보아요~  (이런 낙서한 사람이 떳떳하게 주장하기엔 좀 부끄러운 제의군요.)
    • 제눈에 안경이라고 다 적성이 다르죠 버스 공항 정류장에서 탄 미국 청년인데 잘생겼데요 삐쭉하지 않고 머리 얼굴 크기도 한국형으로 상당히 크고 체격도 크고 영화배우 해도 될듯 하체도 나와 비교하니 크고 오랜만에 적수를 만난듯 하하
      • 누군가에게 반하거나 저항감을 느끼는 건 결국 상대에게서 자신을 발견하기 때문이라죠. 근데 가.영님 잘쌩이어요? 저에겐 창백한 이미지인뎅~ hoho
        • 정말은 그런뎅입니다 잘못쌩이에요 오래오래 잘 못 가운데
    • 불친절하지만 매력적인 청년 알바라 영화의 한 장면같네요. 전 편의점 알바생들에 대해서는 유난히 불친절하지 않은 이상


      무관심한 편이에요.  대부분 사무적이기도 하죠.





      • 알바 일이라도 무책임한 태도로 임하는 건 연민을 불러일으켜요. 그럼에도불구하고 제가 이런 낙서를 하게 했다는 게 그의 비사무적 분위기가 지닌 특별함이었달까요.  - -

    • 아직 짝을 못 찾으신듯 합니다. 저도 어팀장님 시절이 있었고 그 시절 지금의 처를 만나 살고 있습니다만 그 시절의 저에게 현재의 내가 조언을 해준다면 하고 있는 일에 더 집중을 하라고 하지 않을까 싶어요.
      • 자신의 미래를 두고 장담할 건 아니라지만, 확실하게 단정하건데 제 인생에 짝은 없습니다. 울 아버지 표현으로는 그러기엔 '자기가 너무 잘 난 줄 아는 사람'이어서요. 근데 이런 평가는 억울한 측면이 있어요. 저는 누구보다 인간에 대한 관심과 연민이 있는 사람이라고 자부합니다. 다만 관계를 맺노라면 감정이 꽃피기도 전에 질 무렵이 미리 보여서요. 은사님이 짚으시기를 저는 인간에게서 기쁨보다 슬픔의 정조를 민감하게 느끼는 타입이라 비혼자로 사는 게 맞는 거라고... 




        • 나의 슬픈 크레파스여,은사님도 슬금슬금 되돌아보면서 그의 길을 갔겠지
    • 독후감을 써보겠노라 적어놓곤 맥주 두 캔에 나가떨어져서 일주일치 잠을 잤습니다.


      그게 핑계는 아니고요, 책이 제게 너무 어려워서 할 말은 많은데 쓸 수 있는 말이 너무 없어서요.


      몇년 만에 접해본 어려운 책이라 재독, 삼독해야 합니다. 이해 못해서 접어놓은 페이지가  반이네요.


      '아인슈타인과 괴델이 함께 걸을 때'라는 책입니다. 물리학과 수학의 만남이죠. 저자는 짐 홀트.

      • 책 제목의 아인슈타인을 아리스토텔레스로 적어놓은 걸 발견하고 수정했습니다. (세상에나 만상에나~)

        • 그런 착각이 요즘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을 다시 읽는 중이어서 일어났나 봅니다.  
          시학은 담백하면서 어려운 사변을 늘어놓지 않은 책입니다. 시에 대해서 말하는 글로 시의 토폴로지에 걸맞은 결을 짜고있습니다. 마치 가로주사선과 세로주사선을 척척 짜나가듯이요. 대체 시란 무엇인가, 시의 토폴로지란 무엇인가라는 의문 땜에 다시 읽고 있는 중이에요.

          아리스토텔레스는 흥미로운 독자군들을 거느리는 철학자죠. 특히 무대예술하는 이들이 교과서로 떠받드는 경향이 있어요.  이 책에는 디튀람보스 축제를 비롯하여 고대 그리스의 연희 형식에 대한 이야기가 줄줄이 나오기 때문에 ‘시학’이란 이름을 달고 있지만, 무대 교과서가 되는 셈인 것 같아요.
          아무려나~  점심 먹으러 가자는 제의를 모른 척 하느라 듀게질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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