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향인을 연기하는 내향인의 푸념

저는 거의 거의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절반을 어느 순간부터 외향인을 연기해오면서 살았어요.

조직생활에서 받는 불이익을 피하고 싶어서, 어쩔 수 없이 외향인을 연기해야하니까 등등 여러 이유가 있었던 거 같아요.

예전에는 '내가 내향적인 걸 못 바꾸는 건데 멀 어쩌겠나...' 라는 식의 마음으로 살았지만, 사람들 사이에선 고립될 순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조금씩 내 선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친화력을 발휘해보자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더랬죠.


물론 처음엔 정말 인위적인 연기력(...)이었지만, 시간이 흐르고 보니 어느 순간 알게 된지 얼마 안 되는 사람들하고도

자연스럽게 농담 정도는 주고 받을 수 있는 경지까지 왔습니다.

물론 실수할까봐 늘 걱정되기도 하고, 농담도 마음속으로 수십번은 생각해서 하고, 정말 엄청나게 쭈뼛거리지만요.

집에 와서 왜 그런 말을 했을까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고요. 이건 못 고치겠더라고요.


제 스스로를 싫어하고 그런 마음은 아니더라도,  외향적인 사람들이 부럽긴 해요. 

나는 이만큼 노력해서 하는 것을 타고나게 쉽게 하는 사람들도 있구나, 참 부럽네. 좋겠다.... 이런 마음이죠.

흑흑 왜 저한테는 그게 왜 이런 노력을 해야 하는 거죠? (화내는 거 아닙니다. 푸념입니다.)


어쨌든 그런 노력 덕에 주변에서 절 막 알아가는 사람들은  제가 낯가린다고 하면 그렇게 안 보인다고는 합니다.

하지만, 가까워지면 금방 눈치채고 말죠. 가끔씩 아무말도 안하고 있는 시간도 많고, 

주변 사람들이랑 웃으면서 재밌게 얘기하더라도, 거기에서 더 나아가는 경우는 별로 없기도 하니까요.

거기에 개인적인 얘기는 잘 하지 않고, 편하게 말을 놓는 것도 아니고(근데 저는 말 안 놓는 것도 편해요!)

그래서 친화력이라고 해도 연기는 연기처럼 보이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좀 들기도 하네요.


오늘 친구와 인간관계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제가 정말 인간관계에 어색해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오늘 만난 친구도 약간 저랑 비슷한 성격인데, 그 친구 얘기를 듣고 있자니 자기 객관화가 저절로 됐네요.

마침 친구랑 만나던 중에 친한 직장동기에게 전화가 왔는데, 통화하는 걸 보더니, 친한 사이 맞냐고 그 친구가 그러더군요. 어색한 사이처럼 보인다면서요.

아니 내가 친하다는데 지가 뭔데... (농담)


근데 또 어떨 때 보면 제가 정말 어색해하는 거 같아요.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사람들과 있어도 저는 늘 그 안에서 어색해하는 거 같아요.

저를 이미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들에게 제가 친하게 지내려고 아니까 그러는 걸까요? 

아니면 제가 어색한게 싫어서 누군가와 가까워지려는 시도를 저도 모르게 안하려고 하니까 그런 생각이 드는 걸까요?

제 스스로도 왜 이렇게까지? 싶은 적도 있고요. 이런 거 고민하는 것도 웃긴 건가요?

이렇게 살아가는 게 맞을까요? 어색한 걸 안 어색한 것처럼 하는 방법을 저는 모르는데...

    • 저도 자연스러운 말을 하기 어려워 합니다. 상황이나 사람들 사이에서 거기 맞는 쉽고 편한 말을 잘 몰라요. 아마 형제자매 없이 자란 탓도 있을거고 타고난 면도 있겠죠.


      예전에 일정한 시기까지는 고민도 좀 했는데 사람들 사귀고 사교하는 시기를 지나서인지, 이제는 괜찮아요. 나이들어서 좋은 점이겠죠.


      책 읽고 영화 보는 습관이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죠. 다만 눈이 오래 건강하기를 바랍니다.




      글쓴 분께서도 어색하면 어떠냐 생각해보세요. 남들도 신경 안 쓸거고 그래도 주위에 남을 분은 남을 텐데요.

      • 저도 예전보다는 목매진 않게 됐어요. 어차피 제 곁에 있을 사랃믈은 제 친화력만 보고 제 곁에 있는 게 아니라는 건 알지만, 가끔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질투심?이 생기는 거 같아요.

    • 얼마전 팀장 교육을 갔더니 페르소나 이야기를 하면서, 여기 계신 분들은 100% 외향적인 페르소나를 연기하고 있다. 한국 회사에서 외향적이지 않은 사람이 팀장을 달기는 어려우니까... 라고 하더군요. 


      저도 팀장 되고 나서 외향적인척 하고 있는데... 그만두면 안해도 되려나요..

      • 조직 생활에서 알게 모르게 강요하는 외향성이 싫더라구요.. 흑흑. 직장생활을 하면서 더욱 느끼네요. 싹싹함이라는 건 뭘까... 하는...

    • 저도 그랬어요. 그거 무지 피곤하지 않나요? 전 피로가 임계치에 달하면 심지어 한삼일씩 앓기도 했어요. 오랫동안 외향인 연기하고 무던한 사람 연기하고 상대방이 좋아할것같은 사람 연기했는데 특정한 계기로 다 관두었습니다. 그냥 내가 난대로 사는 것이 좋은 것 같아요. 아마 나이들어서 그렇겠죠. 다만 사람을 만나는 횟수가 현저하게 줄긴했습니다. 코로나19때문에 아주 좋은 변명거리가 생겨서 정말 제가 원하는대로 만남을 거절할 수가 있어요. 그래서 좀 더 내가 할일들에 집중할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여가시간도 많이 늘어서 좋고요.ㅎㅎ

      • 저도 인간관계에 아주 목매지 않는 대신 잃는 것과 얻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아왔지만서도... 그래도 탐나네요. ㅎㅎ


        코로나 상황이 그런 스트레스를 덜 받게 해주는 거 같기도 해요.

    • 나이 40넘었는데 연기학원을 다닐까 생각중이예요.


      동네 지인 중 탤런트 출신이 계신데 말을 넘 재미있게 하는 거예요.


      연기학원 다니면서 어색한 표정연기와 감정등을 자연스럽게 연기하는 것을 배울 수 있지 않을까


      그 지인은 별로 도움 안될거라 했지만 언젠가는 꼭 다닐겁니다.

      • 저도 어느 정도 내공(?)을 쌓았지만, 삶의 궤적이 다르다는 것에서 결국 연기는 연기더라구요 ㅋㅋㅋㅋㅋ;;


        약간 살아온 얘기를 하게 되다 보면 티가 나잖아요. 외향적인 사람과 내향적인 사람의 어쩔 수 없는 활동 반경의 차이나 이런 것들이요.


        함께한 사람들이 많던 기억과, 소규모로 어울려 다니던 기억 같은 것들이요. ㅎㅎ

      • 마가렛 대처도 연기 수업 받았다지요
    • 이런 고민의 고백도 아무나 못 할 거 같은데요. 소통의 갈망이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저는 살짝 '그러던가말던가'주의자인데 막상 친구에게 카톡 하나 보내는 것도 십분, 이십분 주저주저. 지금도 썼다 지웠다ㅜㅜ 그러다가도 서로를 알아봐주는 사람과는 쟤 왜 저러나 싶을 만큼 방언 터질 때도 있고요. 




      이호준 시집에 나온 문장인데 한참을 울컥했어요. 맥락이 다를 수 있지만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더 많을 거라는 추측만으로 위로가 됩니다. 




      "행위가 어려워요." 



      • 약간 제 자신이 답답하게 느껴질 때가 있는 거 같아요. "자주 보던 사람들인데 왜 그래?" 이런 생각들 있잖아요 ㅎㅎㅎ


        저는 농담해놓고도 "헉, 무례하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매일매일매일 하는 거 같아요.;; 휴..

        • 아무래도 만나야겠다. 어디세요! 저는 혼자서도 그래요ㅜㅜ

    • 그냥 평생 오락가락하며 균형 찾아가는 것 같아요. 외향성 캐릭터 확 밀다가 어느 순간 아니다 싶으면 내향성 튀어나오고. 그러다 그것도 좀 아니다 싶음 다시 좀 외향 쪽으로 갔다가... 뭐 그렇게요. ㅋㅋ 전 (직업 관계상) 아예 새 캐릭터 하나가 생겨 버린 느낌이고 늘 오락가락하며 사는데 그것도 이제 익숙해져서 별 스트레스도 없더라구요.

      • 차라리 말씀하신 것처럼 페르소나?라고 해야할까 영업용 캐릭터를 하나 만들어놓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는 생각을 했던 적은 있어요.


        그래서 핸드폰도 두개 개통해야지! 같은 다짐을 했던 게 거의 10년 전이었던 거 같은데... ㅋㅋㅋ

    • 먹고 살다 보니 사회 내성이 생긴 것 같긴 해요.ㅋㅋㅋ

      다른 사람은 전자동으로 하는 일을 저는 사전에 프로그램 짜서 입력해줘야 겨우 버버대면서 하는 것 같아서 억울하긴 하죠.

      저쪽에서 사람이 나타나면 어디 쯤에서 어느 정도 데시벨로 인사할지를 이 나이 먹어서도 일일이 다 머리 굴려요.


      그런데 또 한 편으론 너스레가 늘기도 하고 그 왜 아줌마 아저씨 특유의 뭐 어쩔 것이여~~태도가 일부러 마음 먹지 않아도 튀어나오기도 하고 그러더군요. 개의치 않는 게 많아지니까 사람 만날 때 스트레스도 전보다는 덜 받고 그렇습니다.


      제법 여러 명한테서, 사실은 본인이 내성적이고 엄청 노력하고 있다는 고백을 듣기도 했어요. 이미 내성적일 거라는 걸 알고 있었던 사람도 있지만 정말 몰랐던 사람도 있는 걸 보면 튜즈데이님도 전혀 안 어색할지도 모르죠.
      • ㅎㅎㅎ 저는 친화력은 좋은 거 같다는 말과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시죠를 각각 다른 사람에게 들어본 사람으로서.. 남들한테 제가 도대체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기는 해요.


        확실히 나이를 먹으며 옛날보다는 스트레스를 덜 받는 거 같아요.

    • 남들 보기에 밝아보이도 친화력 있어보인다는 말을 들을 정도라면 전 사실 부럽지만 그게 연기라고 느끼고 힘들 수도 있군요.


      남들은 밖으로 보여주는 모습에서 판단하기 마련이죠. 저도 내성적이지만 사회생활에서는 조금이라도 더 밝고 사교적인 모습을


      보여주려고, 아니, 조금이라도 더 사람들과 친화력이 있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을 해왔고 어느덧 그런 면에서 성격 자체가 변한거 같아요.


      본질적으로 내성적인건 그대로 있으니 활발하고 성격 밝다는 소리를 듣지는 않죠. 내가 내성적인데 외향적으로 보일 수 있다는건


      저같은 사람은 불가능할거 같아요. 지금도 감정노동인데, 그게 원래 성격이 아니라면 그 밝은 모습보여주려고 에너지를 얼마나 써야할지


      많이 힘들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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