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기 게시판 논쟁을 보다가

# 일어나서 온라인에서 제일 먼저 가보는 곳이 대학 동기 게시판인데,  "예술은 현실을 반영하는 거울이 아니라 현실을 형성해가는 망치이다"(Art is not a mirror to reflect reality, but a hammer with which to shape it)라는 유명한 경구를 놓고 격론이 벌어지고 있네요. 베르톨트 브레히트(1898~1956)의 것이냐, 아니면 블라디미르 마야코프스키(1893~1930)의 것이냐를 두고 하는 논쟁이라니 으흠~ (정치외교학 전공한 이들 맞나? ㅋ) 거기에 한마디 얹었다가는 오늘 하루 시간을 다 날려버릴 것 같아서 여기에다 기록해둡니다.

저 경구는 레온 트로츠키(1879~1940)의 것입니다. 트로츠키는 1925년에 "미래주의"(당연히 러시아 미래주의예요. 이탈리아 미래주의가 아니라)에 관한 논평을 남기는데 거기에 이렇게 또박또박 밝혔습니다.
"예술은 흔히들 말하는 것처럼 거울이 아니라 망치이다. 예술은 반영하지 않는다. 형성해낸다 . Art, it is said, is not a mirror, but a hammer: it does not reflect, it shapes."
그런데 제가 생각하기로 더 중요한 것은 그 다음 부분이었어요. 트로츠키는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망치의 사용법조차 거울의 도움을 받아 가르쳐진다. But at present even the handling of a hammer is taught with the help of a mirror."
물론 이때 트로츠키가 말하는 거울은 어떤 '정밀한/정확한 거울 exact mirror'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제아무리 정밀도가 떨어지더라도 "삶을 그려낼 수 있는 거울"(mirror that will be able to 'picture' life)을 의미하는 것이겠죠.

저는 트로츠키가 말하는 '거울'을 이렇게 이해했습니다. 기존의 삶을 보이는 대로 (수동적으로) 비춰내는 거울이 아니라 새로운 삶을 (적극적으로) 상상해 보여주는 거울이라고요. 트로츠키가 정신분석은 물론이거니와 SF에도 관심을 보인 것은 이와 연관되어 있지 않았을까 싶어요.

# 인터넷에서 흔히 보는 게 '싸움의 대화' 입니다. 자신의 입장과 견해를 방어하면서 상대방을 공격하는 태도말이에요. 그런데 그런 글들은 자신과 상대의 수준을 적나라하게 모두 노출할 뿐 정작 싸우는 분위기는 없습니다. - - 논쟁하는 이들의 주장은 지루하기가 강연/ 강의 중인 것처럼 차분하게 이해를 나누기 마련이에요.  다만 각자 더 좋은 논거를 들면서 자신을 방어하고 상대방과 눈팅러에게 호소할 뿐인 거죠.

가끔 느끼는 건데 인터넷에서 이런저런 글들을 읽노라면 아아~ 바람처럼 불어오는 인간의 목소리구나 싶어 뭉클한 감정이 들곤 해요. 적막 속에서 일어나는 자기 소식을 끊임없이 전하고 있는 그 애절함이 느껴진달까요 .- -  그 내용과 질이 어떠하든 한 존재의 운명이 조용히 말을 건네오는 건 언제나 원더풀~ 하기 마련입니다. 

    • 그러다 본론은 놔두고 먹고사는데 지장없는 단어로만 개싸움이 벌어져 한쪽이 아호 저런 저질새끼와 싸우는 내가 미쳤지 하고 그만두면 승자가 되는데 승자는 한마디 더하고 퇴장, 그냥 보는 거울 말인데요 보는 사람이 생각하고 있는데로 보여주니 거울은 마술이라 생각해요
      • 거울은 '흐린 주점' 같은걸 아닐까요. 가끔  가영님 거친 어투를 대하노라면 어떤 다른 세상이 열리는 듯한 환각이 생겨납니다. ㅋ

    • 마음 속에 좋아요 하나 누르고 갑니다.
      • 오늘 서울 햇빛이 넘넘 좋았어요. 이 댓글처럼요. 그래서 막내에게 저도 안 써본 아이폰 12를 턱 사주고 말았지 뭐예요. - - 저도 나이가 드나봐요. 제가 갖는 것보다 동생들에게 뭘 사주는 게 참 기부니가 좋네요.

    • 거울은 인간을 사라지게 하는 능력으로 빛나는 거 같아요. 

    • 아니, 이 무슨 한 줄 시란 말입니까. 여기서 제가 줄줄 낙서해볼 게 있을 것 같아요. (불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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