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할 수 없는 일들 13 (새벽에 무서웠던 일 - 어제도)

# 오늘 새벽 1시 23분에 벨이 울렸습니다. 잠귀가 밝은 편이라 단박에 잠이 깼는데, 그 시간에 제 집에 올 사람도 배송받을 물건도 없는 터라 긴장했습니다. 누구세요? 라고 큰 소리로 물어도 대답은 않고 남성 두 명이 두런두런 나누는 대화가 들리더군요. 몇 년 전이었으면 그 시간에도 문을 벌컥 열어봤을 텐데, 요즘 워낙 흉흉한 뉴스를 많이 대해서인지 그러지 못하고 날이 밝고 나서야 빼꼼 문을 열어봤습니다. 그랬더니 커다란 올리브 나무와 떡깔 고무나무 하나가 문 옆에 놓여 있더군요.  뭐랄까, 한번도 만나본 적 없는 UFO를 대한 기분이었습니다. 당연히 집안에 들여놓지 않았는데요,  이 미확인 비행체 같은 식물이 어떻게 제 집에 당도한 걸까요.

# 어제 만난지 얼마 안 되는 분으로부터 이런 인상평을 들었습니다. "** 님은 강아지과인 것 같았는데 만나고 겪을수록 고양이과이군요." (이런 무례한 발언이 한국에선 아직도 통용되는 건가요. - -)
뭐, 누가 그러나말거나입니다만 저 말을 듣는 순간 몽테뉴의 <수상록>에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어떤 철학자가 한 마리 고양이와 논다. 그러면 그 철학자가 그 고양이와 놀아주는 것이냐. 아니면 그 고양이가 그 철학자와 놀아주는 것이냐."

고양이는 신기한 존재죠.  작은 세계에 살지만, 성격이 분명하게 자신을 드러냅니다.  독립성과 의존의 균형 감각으로요. 
'성격이 운명'이라는 동양의 발상을 따르면, 고양이는 만만치 않습니다. 그의 작은 세계는 우리가 크다고 착각하는 인간 세계와 공존하는 부분이 있고요, 그 부분은 대추씨처럼 작고 단단합니다. 사자나 호랑이 같은 고양이과 동물은 인간과 분리되어 있지만, 고양이만이 '대추씨 공간'에서 인간과 밀당한다는 점에서 철학자와 대적할 만합니다.

철학자와 놀아주는 고양이, 이 표현은 무엇일까요. 인간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대추씨 공간에서 고양이는 가까이 다가오는 주인의 손을 탁 치곤 가고 싶은 곳 - 저쪽으로 가버리곤 하조.  그러다 주인이 다른 일에 몰두해 있으면, 그 몰입의 삼매경이 아름답다는 듯이 제발로 다가와서 부비부비해댑니다. 물론 철학자마다 고양이보다 개를 선호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고독했던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그렇게 개를 좋아했다죠. 무조건 자신을 따르는 생물은 보통의 철학자에게는 반려일 테죠. 반려는 글자 그대로 동반하는 여행자입니다. 고양이는? 고양이는 그냥 제 갈 길을 가는 생명체입니다.  수틀려서가 아니라 성격이 그러합니다. 그 앞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는, 통제가 안된다는 것은 인간의 난감함인 거죠. 그 '대추씨 공간'의 밀당에서 당황한 자, 그 곳에서 어렵게 출발하려는 자는 고양이와 상대하는 쪽이다. 동시에 철학의 시작이다.

이 출발지는 장자의 나비꿈에 깃든 깊은 뉘앙스이기도 합니다.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 꿈의 성격을 상대하는 인간의 오래된 깨달음, 이 시간 속에 있으면서 시간의 풍경을 객관화하여 다루려는 인간의 오래된 깨달음 같은 것, 
아무튼 한 사회인으로 사는데 드는 감정비용이나 기회비용이 참 만만치 않습니다. 





    • 누가 보낸건가요.


      고양이가 놀아주는게 맞네요


      아직 다 안본 영화 H. 제목이 소수점 까지 해서 두자입니다.


      영화에서 사람이 놀아주나 인형이 놀아주는건가


      영화 오프닝 라인에 트로이 브래드 피트 말이


      The gods envy us. 


      They envy us because we’re mortal, because any moment may be our last.


      Everything is more beautiful because we’re doomed.


      You will never be lovelier than you are now.


      We will never be here again

      • 누가 보낸 건지는 제가 알 수 없고, 남성 둘의 음성을 들었던 터라 아직도 요즘 같은 봄날의 추위처럼 오싹하기는 합니다. 


        그나저나 가영님은 제 글 댓글에서 존재감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고 계시다는 것. ㅋ

        • 브래트 피트 아킬레스 말은 전쟁통에 하는 말이지만 평상시 말로 좋군요
          • 원문을 붙여주셔서 더 확실하게 이해가 됐어요. 근데 저는 왜 브래드 피트가 미남으로 안 보일까요. 우주소년단의 일원인 제 사촌동생이 미국에서 제 2의 브래드피트로 언급되고 있다던데, 삐죽하는 감정이 드는 걸 보면 저에겐 확실하게 비호감 배우인 듯. ㅋ

            • 전 그때 전에 브래드 피트와 로버트 레드포드가 같은 사람인줄 알았어요 나도 브래드는 너무 사각형이라 별로 미남
    • 전엔 저런 말 그냥 우스개소리로 듣기도 하지만 아주 무례한 말이라 요즘은 별로인게 의식의 발전인가 합니다.

    • <로그 메일>에 고양이는 먹이주는 건 디폴트,놀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나와요.

      레이몬드 챈들러는 편지에 타키라는 이름의 고양이 얘기를 많이 썼어요. 일본어로 대나무를 뜻하는 이름이라고.
      • 아니,  레이몬드 챈들러라니.... 얼마만에 듣는 이름입니까. 제가 중고딩 때 자주 게시판에서 언급했던 작가입니다. 근데 까맣게 잊고 있었네요. 추리소설을 단순한 오락물에서 문학으로서의 소설로 까지 끌어올린 분인데, 기억이 깜박거릴 뿐 제가 썼던 글들은 보관해두지 않아서요. 엄청 공들여 인터넷에 글쓰던 무렵이라 읽어볼 만한 감상일 텐데...  (에잇~ 제 머리통을 두드리고 있... )
        • https://youtu.be/_u0uo0TxS-I


          <롱 굿바이>에서 말로가 키우는 고양이는 챈들러가 고양이 키웠다는 전기적 사실에 착안한 듯
    • 함부로 평가당한 분노를 이렇게 사유로 전환시키실 수 있다니! 평가에서 평가로 이어지는 그 분의 무례는 참 곤혹스럽군요.

      • 한 사람이 한 사람을 평가할 때 가장 그의 오류가 분명하게 드러나기 마련이죠.  그런 점에서 그런 평가는 견딜만한 가치/이유가 있는 거고요. -_-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이 사람 뭐지?' 라고 감정은 깜빡거리기 마련입니다. 


    • 젊은 여성들을 고양이과냐 강아지과냐로 분류하는건 꼰대아저씨들의 오래된 인습이죠. 그들에게 강아지과는 순종적, 고양이과는 비순종적인 걸 의미. 그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라면 나이 상관없이 마인드가 굉장히 퀘퀘할 가능성이 높아요. 하지만 그거와 상관없이 고양이는 참 재미난 동물이에요. 고양이를 기르면서 관찰한 것. 개나 인간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1.겁이 많다. 손님 특히 남자손님이 오면 일단 숨는다. 2.식탐이 없다. 자율배식해도 자기먹는양만 먹음 3.쿨하다. 안놀아주면 옆에 와서 뒤돌아 앉아있다가 내 일 끝날때까지 기다림. 4.화장실청결도에 민감하다. 5.잠과 노는걸 좋아한다. 물론 이것도 고양이마다 개인차가 좀 있긴 합니다. 식구들 모여 이야기할때 슬그머니 옆에 와서 아이컨택하며 앉아있는것보면 저절로 웃음이. 사람의 언어는 못알아듣지만 뭔가 분위기는 제대로 캣취합니다.
      • 제 또래이니 그런 식으로 '꼰대'로 커밍아웃할 나이대는 아닙니다. 하지만 그런 방식의 생각을 당연하게 하고 살아온 사람이라는 건 알겠더군요.  최고의 교육을 받은 사람이 상대에게 조심해야 할 말이 뭔지를 모르고 있는 게 그저 놀라웠어요. 그것참.

        우리 아파트 마당에 썸타는 길고양이 두 마리가 있는데요. 새벽이면 냐옹냐옹거리며 얼마나 애절하게 서로를 찾아대는지, 제가 한번씩 내려가보곤 합니다. 먹을거리 챙겨서요. 가로등 아래에다 두고 오는데, 출근하면서 살펴 보면 먹어치우고 없더군요. 
        저보다 열정적으로 살고 있는 건 알겠는데, 길고양이들은 제게 보라색으로 미끄러지는 가는 촛불 같아보여요. 냥이들아~ 굿럭!

        • 어디로님이 시를 쓸수 있을거 같네요 보라색으로 미끄러지다니
    • - 혼잣말


      어제, 어버이 날이라 부모님에게 저녁을 대접했습니다. 나갈 때, 주문했던 꽃다발 두 개를 가지고 나갔어요. 요즘 두 분이 각 방을 쓰신다길래 두 개를 산 거였죠. 아부지가 인터넷으로 꽃가격을 검색해보셨나봐요. "이런 돈을 왜 쓰냐?"고 화를 내시네요. 


      아부지,  일 년에 한두 번 그 돈 쓸 정도로는 벌고 있는 딸내미거든요? 만사에 그렇게 합리적으로 따지셔야 하나요? 흥칫뿡

      • 야 그돈으로 딴걸 사지 꽃을 뭐하러 사냐 거기다 두개씩이나 분노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일리가 있어요 또 좋아하시는 분들도 많고

      • 꽃은 며칠 지나 시들고 말아 낭비라고 생각해서 이해되네요.
    • 일년에 한 두번 하는 그런 소비는 애정의 리듬을 살리는 거라고 기분 좋게 넘어갈 일이지 않습니까? 경제적이지 않으면 부도덕한 것인가요? 제가 부모님에게 받고 누린 게 얼만데 그 정도를 낭비로 치부하시는 건지 이해할 수 없어요.~ 
      그나저나 문밖의 올리브나무와 떡갈고무나무는 고대로 있는 걸로 봐서 누가 잘못 배달시킨 건 아닌가 봅니다. 너무 목말라 보여서 물만 줬어요. 아코나~
      • 부모님은 자식이 힘들게 번 돈이라 그러시는 거 다 아실 거고요 ㅎ 제 동생은 매해 카네이션 보냅니다

        올리브 나무는 물 주다 보면 올리브 열매 따 먹을 수 있는 걸까요?




        몇 년 전 갔던 전시회에서 크리넥스로 만든 꽃 본 적 있죠. 일시적인 존재인 꽃을 일시적인 재료로 만들었던 발상이 재미있었어요.

      • 아버님께는 각방살이가 썩 내키지 않을 수도 있는데, 딸래미가 속도 모르고 각방살이 기념으로 카네이션을 각각 따로 가져왔으니 이 무슨 시츄에이션 하셨을 수도 있지않을까요? 수십년을 한이불 덮고 자다가 따로 자면 편한 사람도 있고 반대로 빈자리가 크게 느껴지는 사람도 있겠죠. 그리고 기본적으로 남자들은 무슨무슨날 하는 기념일 자체를 별로 안좋아해요.
        • 각방살이는 어머니가 제안하고 아버지가 동의하셨을 거에요. 아버지는 정 많은 분이고, 세밀하게 그걸 다 표현하는 성정이십니다.  어머니는 이제 그것으로부터 좀 벗어나고 싶으셨던 거겠죠. 결혼생활 안 해봤지만 저는 어머니의 그 결정이 이해됩니다. - -
          문득 떠오르는 기억이 있는데, 웁살라에 살 때 제가 충분히 혼자 걸을 수 있는 나이 (서너 살)임에도 아버지가 저를 포대기에 업고 다니셨어요. 제가 하체가 부실해서 잘 넘어졌거든요. 한국에서도 거의 안 쓰던 포대기를 어찌어찌 구하셔가지고는.... 
          휴일에 저를 포대기로 업고 산책 나가면 길을 지나던 웁살라 인들이 신기해하며 몰려들었던 기억이. ㅋㅎ
    • 올리브 나무 크기가 저 정도 크기에 열매가 주렁주렁 달려 있을 정도면 엄청난 가격일 거에요. 키가 일미터 넘어요. (첨 봤어요.) 


      크리넥스로 만든 꽃을 저도 본 적이 있어요.  "일시적인 존재인 꽃을 일시적인 재료로 만들었던 발상이 재미있었어요." 이 문구 마음에 쏙 듭니다. 

      • 어느 카페에서는 얼음장미를 주더군요. 뜨거운 차 부어 마시라고.
      • 누가 보냈을까요 난 카네이션 한개 사서 둘이 번갈아 달아 그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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