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당첨금, 친구


 1.꿀꿀한 목요일이네요. 나이가 들었으니까 사실 어느 날이든 꿀꿀하지만요. 나이가 들면 내가 내 돈 쓰고다니는 게 가장 처량한 일이예요.


 남자는 나이들면 자기자신이 좋은 걸 누리는 것에 아무 감흥이 없거든요. '나'는 쫄쫄 굶어도 '내 사람들'이 좋은 거 먹고 좋은 거 입고 좋은 곳에 사는 걸 보는 게 행복인 거예요. 



 2.그러니까 나이가 든다는 건...그런 거예요. '로또에 당첨되는 걸 원하나? 아니면 로또에 당첨되었을 때 반으로 나눌 수 있는 친구를 원하나?'라고 누가 물어보면...어렸을 때는 당연히 전자였겠죠. 


 하지만 나이가 들면 로또 당첨보다는, 로또에 만약 당첨된다면 서슴없이 돈을 나눠줄 수 있는 사람이 더 귀중한 거예요. 혼자서 로또에 당첨되어 봤자 인생에 뭐가 남겠어요? 혼자서 로또에 당첨되는 것보다는 콩 한쪽을 나눠먹을 사람이 옆에 있는 게 좋은 거죠.


 

 3.뭐 그래요. 로또에 당첨은 안 됐어도 '언젠가 로또에 당첨되면 이 사람과 반으로 나눠야지.'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인생이 좋은 거죠. 그런 인생이라면 로또에 당첨되는 날이 오지 않아도 행복하게 살 수 있거든요. 하지만 로또에 당첨은 됐는데 당첨금을 나눌 사람이 없이 사는 건...당첨금을 나눠가지고 싶은 사람을 만날 때까지는 행복하게 살 수 없는거죠. 


 문제는, 다른 거 없이 로또에 당첨만 되면 그건 사람을 매우 괴팍하게 만들어버린다는 거죠. 그런 사람이 당첨금을 나눠가지고 싶은 사람을 과연 만날 수 있을까? 글쎄요.



 4.휴.



 5.나이먹으면 또 그래요. '행복한 일'같은 게 딱히 없거든요. 나이먹으면 '내가 행복한 일'보다는 '내가 없으면 안되는 일'을 찾게 돼요. '내가 없으면 좆되는 사람' '내가 없으면 좆되는 일'같은 것들 말이죠. 


 그래서 남자는 '네가 필요하다.'라는 말에 약한 거죠. '이 일엔 네가 있어야만 해.' '네가 없으면 안돼.'같은 말들 말이죠. 남자는 나이가 들면 놀고 먹고 마시고 섹스하고 다니는 것보다는, 무언가의 장치...없어서는 안 되는 장치가 되어 살아가는 삶을 추구하게 되는 거죠.



 6.그리고 사실, 여기서 더 말초적인 쾌락을 추구하려면 남은 건 불법밖에 없거든요. 나이먹으면 그럭저럭 돈도 생기고...불법 이하의 일들이나 아슬아슬하게 불법인 일들까지는 충분히 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나이들면 행복한 일을 굳이 찾게 되지 않아요. 여기서 (말초적인)행복감을 느끼려면 불법이 아닌 영역에서 확실하게 불법의 영역으로 넘어가야 하니까요. 그리고 문제는, 설령 불법적인 쾌락을 얻게 되더라도 거기서 또다시 더한 불법의 영역으로 선을 넘어가야만 하는 시기가 올거고요.



 7.어쨌든 그래요. 나이가 들면 자신의 초라함에 좌절하거나 분노하게 되죠. 낮에는 편하게 쉬고...사우나에 있다가 밤에는 여자를 만나러 가는 삶은 어렸을 때나 가능하거든요. 나이가 들면 '내가 필요한 곳 어디 없나?' '내가 없으면 안되는 사람 어디 없나?'하면서 두리번거리게 되니까요.


 하지만 그런 사람이 되어 있으려면 어렸을 때 능력이나 인덕을 많이 쌓아놨어야 하는 거거든요. 그래서 남자는 나이가 들면 후회하곤 하죠. 어렸을 때 노력하지 못한 것...사람들을 챙기지 못한 일들에 대해 말이죠.






    • 그래요 호시절에 호시절이 맞죠 그 좋았던 것들이 시들해지게 육체가 시들어지면 볼짱 다 본거지만 그래도 뇌는 살아 두리번거리는게 있으니 뭐 아직 좋은거죠,그래요 부모형제한텐 안줘도 좋아하는 이성한텐 주는게 사람 마음이지만 끈이 달린거와 안달린 차이가 있긴 하지만 우선은 가족한테 안알리고 둘이서만
      • 실제는 엄마찾아 삼만리 하고 달라요
    • 러브 유어셀프.


      법을 지키면서 사셔요. 자신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기본이에요.


      자기연민에 빠지지 마세요.



    • 로또 이슈 처음 들어 보는데 정말 고민 되네요. 역대급 밸런스게임 인듯,,
    • 하긴 이제 80년대생들도 40대에 들어선 분들이 있겠군요. 원래 그맘때 애늙은이같은 소리 많이 하게 되지요. 


      김광석 씨도 서른즈음에 인생 다 산거같은 관조를 노래하지 않았습니까. 앞자리 바뀔때가 좀 그렇죠.


      어차피 관습적인 허상인걸 알면서도 아홉수라는 게 어처구니 없게도 기분에 영향을 끼치긴 하는 것 같습니다. 

    • 123번 다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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