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와의 카톡

언니가 까톡으로 시비를 걸어왔습니다. "너는 자주 좋은 삶 (eu zên)이란 뭔가에 대해 질문하는데, 그건 옛 그리스의 아테네 사람들이 던진 올드한 질문이거든?  '좋은 삶’이라는 게  누구나 삶에서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궁극적인 목표이지만, 또 놀랍게도 생각하거나 이야기하기를 가장 꺼리는 주제이기도 하거든?"
나: 그래서? 뭣땜에 그렇게 화가 치미는 건데?

언니: ‘좋은 삶’이라는 나침반은 절실하게 소중한 거지 . 21세기 특히 2010년대에 들어선 이후 우리의 세상은 근본적인 이 변화를 겪고 있으니까. 새로운 산업혁명의 물결이 우리의 물질적·정신적 생활 방식을 밑둥부터 바꿔 나가고 있으며, 아이와 청년과 중년과 노년 모두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으로는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는 새로운 상황에 부닥치고 있으며, 그 와중에서 기후 변화와 생물들의 멸종 등으로 지구 전체의 생명 영역 자체에 파국이 임박하고 있으니까. 

정치나 전쟁처럼 거창하고 공적인 이야기야 언제나 중요하지. 자신의 욕망이나 꿈과 같은 개인의 내밀한 이야기만큼이나.  그 모든 커다랗고 또 자잘한 이야기들이 섞이고 엮이는 가운데에서 우리들은 ‘좋은 삶’에 대해 서서히 자기 스스로의 생각과 모습을 잡아나가기 시작하는 거니까.  그런데!!! 이런 토론은 무수한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거야.
덧없이 무섭게 변하는 세상에서 우리가 어떤 모습으로 변하고 있는지 또 변할 수 있고 변해야 하는지에 대한 인간의 직감은 말과 글과 그림과 동상과 춤과 노래 등 무수한 방식으로 포착될 수 있고 또 표현될 수 있기 때문에. 언더스탠?

아쿠나 무서워라~ 지금 변하고 있고, 또 이미 변해 버린 세상을, 그 속에서 함께 변해 나가고 있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설명하는 방식이 꼭 저래야 하는 것일까요? 단지 아직 나타나지 않았을 뿐 이미 우리의 상상과 직감 속에서 언뜻언뜻 보이기 시작한 미래의 ‘좋은 삶’의 옷자락을 잡아 그 파편을 펼쳐놓을 뿐인 의견,  그 파편 조각들에 대해 모아서  스스로의 ‘좋은 삶’의 그림을 만들어 나가는 것은 각자의 몫인 것 아닌가요? ‘좋은 삶’의 질문 앞에서는 더 많이 아는 이도, 덜 아는 이도 있을 수 없는 건데.... 흥칫뿡

    • 언니의 자주 좋은 삶의 자주란 말이 나에게는 좋은 삶의 뜻이 될듯 합니다 그나마 꺼려져야 하니 팔자가 기구
      • 우리집 카톡 보시면 마음이 팽팽돌 거에요. 너무 살벌하게 의견개진이 오고가거든요. 

    • 마치 삶, 우주, 그리고 모든 것에 대한 궁극적인 질문에 대한 답(42)을 요구하는 것처럼 느끼셨을까요.

      수건 한 장 어깨에 걸치고 맥주 한 잔 하며 나눌 수 있는 이야기 쪽이 더 마음에 드네요. :)
      • 타인의 삶이 갖는 고통에 감응하면서 함께 어울려 살아가려는 마음의 자세인 것을 '진보'라고 하는데, 그런 점에서 제게는 이 감독의 작품들이 진보적인 영화였습니다. 자신이 가진 재능을 그렇게 무심히 내놓기 쉽지 않죠.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타인의 복지를 위해서 내가 가진 자산의 일부를 흔쾌하게 내놓는 자세!


        • 아, 이것은 아녜스 바르다 감독에 대한 소회입니다.

    • 항상 좋으려고 노력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그것이 누군가에게 피로함을 불러일으키더라도. 그 노력 자체가 삶이기 때문에. 좋은 삶은 도착이 아니라 살아내는 것.

      노매드랜드의 감상평입니다.

      • 이 댓글을 곰곰 읽노라니 이 문장이 떠오르네요.
        Where everything is bad
        It must be good
        to know the worst.
        아도르노의 <미니마 모랄리아>의 2부 모토에 나오는 문장인데 미국 작가 브래들리에게서 따왔다고 합니다. 
        이 글의 행을 갈라 쓰면 나쁨, 좋음, 가장 나쁨의 대비가 분명해지더라고요. 
        이 말은 희망을 명확하게 부정하고 있습니다. 보통 우리는 "가장 좋은 것"과 희망의 관계를 세운다. 그리하여 현재 없는 것, 앞으로도 생길 일이 별로 없을 것이라는 의미에서 유토피아, 곧 장소 없음이라는 의미를 희망의 구체적인 상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언니가 제게 세게 콕질을 한 것이겠고요. 

    • 언니는 지금 한 게시판에서 브루주아가 취미로 좌파질 한다고 비아냥거리는 글과 논쟁하는 중입니다. (그래서 아직 샤워를 못하고 구경하는 중.)
      강남좌파라.... 그들을 위선적이라고 말할 수 있나요?  그렇게 태어난 것도 운명이고 그런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 의미있게 살아보겠다는 건데요. 필란드의 올라팔메 총리, 레닌도 마르크스도 한국식 표현으로는 '강남좌파'입니다. 
      • 공산당이 브루주아 딱지가 붙으면 같이 안노는건 생을 철학하는 삶의 인식이 태생적 본능적으로 미묘하게 다르기 때문인데 자본주의의 승리는 둘이 공생하기에
        • 서툴수 밖에 없이 주절거리고나면 쑥쓰러워져서
        • 좌파니 종북이니 공산당이니 독재니 , 이런 단어가 여전히 회자되는 건 , 역사적 경험이 없는 사람들을 설득하고 몰아세울 수 있는 단어이기 때문인 것 같아요 '간첩'도  존재하기보다는 조작으로 만들어지는 게 통상적인 시절이 있었잖아요.
          행정법이나 행정학 공부해 보면 한국의 기존 정부들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갖지 않을 수가 없어요. 그래도 요즘 공무원 시험은 한국사는 기본으로 하고 있고 행정법과 행정학을 과목으로 채택하고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랄까요. (썩소~)

    • 그나저나 동료가 에릭클랩튼의 '원더풀 투나잇'을 듣고 있는데, 아아 무슨 버전인지 여가수가 후렴부에 에에거리는 게 정말 신경 거슬리네요. 한국의 소향 버전? ㅋ


      에릭클렙튼은 팝 가수 중 저의 최애 3에 드는 가수인데 뭐 저런 버전을 만들어서 제가 노트북 던져버리고 싶게  감정유발을 하고 있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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