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신지예, 이준석

# 이 나이까지 살아보니 서슴없이 행동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평범한 삶을 영위하는 모습을 흔히 보게 됩니다. 그들이 가족구성원에게 충실하고 좋은 이웃이고 사회에 유용한 행동을 하고 있는 건 알겠는데 좀 따분하다고 할까요. 자기능력을 넘는 삶을 살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든달까요. 호오의 감정 없이 그저 물끄러미 바라보게 되는 순간들이 있어요.  
제게 매력적인 사람은 두 유형으로 구분됩니다. 모든 것을 다 아는 사람과 완벽하게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 제게는 압도적으로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더 눈에 띄고 매력적이에요. 영리한 사람들과 일하며 이리저리 부딪다 보면 저 같은 바보만 있는 세상이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게 돼요. (에취!)

#청년 정치인이랄 수 있는 이준석과 신지예의 백분토론을 뒤늦게 유튜브에서 봤어요. 신지예가 이준석에게 밀린 것은 어떤 정책이나 지향, 가치를 최종결론처럼 곧바로 주장하는 화법 때문인 것 같았습니다. 신지예에게 이토 고치히로의 <데이터 분석의 힘>이란 책을 권해주고 싶더군요. 이준석은 아전인수이긴 하나 자신의 분석을 토대로 논리정연하게 보이는 과정을 시전해서,  그가 하버드에서 배웠다는 데이터 분석에 따른 토론이 저런 것인가보다 했습니다.  

예전 TV 토론 프로그램에서 날아다니던 유모 진모 선생들이 어느 때부턴가 우물거리며 말하는 모습을 볼 때면 이 분들은 업데이트를 안 하고 있나보다 싶은 생각이 들곤 해요. 상대를 눌러보겠다는 민망한 블러핑이나 하지, 실제로는 당연한 이야기를 지루하게 하는 타입에 머물고 있는 모습은 답답 착잡할 때가 있습니다. 

데이터 분석이 안되면 화자는 직관과 음모론에 입각한 독설을 설파할 수밖에 없죠. 그런 이들을 ‘provocateur - 도발하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데이터 분석이 되는 이준석은 지나치게 상대를 자극하거나 공격 성향을 드러내지 않는 걸로 신지예를 넘어선 것 같아요.  지젝, 슬로터다이크, 볼츠 등등 많은 철학자들의 주된 수법이 데이터 분석과 리터러시입니다. 일정한 트렌디한 데이터를 여러 각도에서 읽고 그것을 실시간의 흐름 속에서 어떻게 자신의 철학으로 변환하는가 하는 게임.  거기에는 마치 검은 상자 속으로 인풋과 아웃풋이 일어나는 공정함이 필수적인 것이고요. 
빅데이팅의 세상이 되면서 빅데이팅화된 사유를 하는 인물이 더 많이 정치인으로 출현할 것 같습니다. 당연히 젊은 두뇌가 더 유리하겠죠. 공부하라는 권고가 자연스레 따라붙는 것이고요. (설마 제가 이준석 옹호론자라고 생각하는 분은 없으시겠죠.  -_-)

뻘덧: 어젯밤 친구가 전화로 은밀하게 말하기를
친구> 넌 굉장한 경험을 과거로 지니고 있는 사람 같아. 그래서 신비하게 느껴진달까.
나> (헛참) 그 대단한 과거를 전혀 기억 못한다는 게 나의 가장 믿음직스런 부분인 거고 응? 응?
친구>우리가 이 정도 생각도 못 밝힐 사이는 아니잖아.
나> 나쁜 적보다 좋은 친구를 잃기 쉬운 이유를 니가 아직 모르는구나. 
친구> 쳇
나> 흥

    • 바른미래당이 예전부터 '우리는 토론이 되는 당!' 이라는 컨셉을 밀고 그랬었죠. 남경필 유승민 이준석 하태경(...)까지.


      사실 개인적으로 이준석이 뛰어난 토론자라는 생각은 안 하는데, 말씀대로 차분하게 데이터로 토론에 임하는 사람이 워낙 드문 나라이다 보니. ㅋㅋ


      물론 이준석도 가만 보면 데이터를 미는 척하면서 자꾸 이상한 소리를 하긴 합니다만. 그래도 (유명 정치인들 중에) 이준석만큼 하는 사람도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특히 옛날 사람들(?)은 아무래도 호통, 분노 아니면 현자스런 바른 소리로 승부하는 게 토론이라는 세상에서 오래 살아서 업데이트가 힘든 것 같기도 하구요.

      • 그가 신보수주의자로 분류되면서 국힘당의 혁신 아이콘으로 떠오른 걸 보노라면 술며시 미소가 지어져요.  어쨌든 공정한 경쟁을 관철하면서 그쪽 진영의 관심을 모은 건 그의 능력이죠. 토론 배틀을 구미당기게 해내는 사람이 주목받는 건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 듯합니다. - -
    • 연예인 정치인 제목이네 했다가 아니네요,타인은 타인의 능력이 있고 없음을 무시해 전달의 능력 또한 크게 필요하지 않고 전달자 또한 무시를 받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매력적인데 그사람은 아무것도 모르는걸 모르니 누가 모르는건지 확실하지 않음, 준석이는 실전에 약할 근원적 멜로적 화법으로 이겨야 하는데 시민이 한물간거 보면 사는 세계가 달라진 세태에선 역시일듯
      • 오호~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매력적인데 그사람은 아무것도 모르는걸 모르니 누가 모르는건지 확실하지 않다'는 강조 글귀에 웃어서는 안 되는데 웃움이 나는군요. 박근혜 키드로 각인된 이미지가 크니 그가 돌파해야 할 구간들이 만만치는 않겠죠. 구경하는 재미가 있을 듯. -_-
    • "어떤 정책이나 지향, 가치를 최종결론처럼 곧바로 주장하는 화법"은 신지예뿐 아니라 소위 진보 세력에 이미 유구한 역사가 있지 않나 합니다. 흔히 말하는 '실력없는 진보'요. 과거에는 어느정도 통했는데 이제는 그런 시대 환경이 아니죠. 거꾸로 제일 매력없는 사람을 꼽자면, 뭐든 일할 때 고집피우는 사람이 제일 힘들었네요. 소통 과정에서 너무 진빠져요. 

      • 학부시절,  정치는 이미지 7 능력 3으로 하는 거라고 선생님들로부터 귀가 아프게 들었어요.  이번 정권이  '꼰대 정당'의 이미지를 대중에게 각인시킨 건 부정하기 어렵죠. 왜 그렇게 엽관주의로 자리 나눠먹기에 치중했는지  저는 그게 가장 이해가 안 돼요. 

    • 원론적인 것 이상의 말을,그것도 어디 트워터에서 본 듯 한 말을 앵무새처럼 말하는 걸 보면 페미니즘이라도 거부감이 생기죠.
      • 정치원론만 암기해서 대중에게 어필하려는 정치인들이 여전히 우리나라엔 많죠. 그들은 선택받거나 아니거나 활동하다가 어느 시점에 퇴장해버리면 그만이겠으나 그들의 태업은 국민들이 두고두고 안고 감당해야 할 운명이 되는 거죠. 그것참.
    • 여기저기서 이준석 이준석 하길래 저도 유튭으로 몇 개 봤는데, 단언컨대 현 정치권에서 이준석을 대적할만한 존재는 없습니다. 민주당, 정의당은 사람을 키워야 되는데 이쪽 사람들은 말씀하신 provocateur밖에 없어요. 스스로들 진보라고 생각할 지 몰라도 전부 이준석보다 후지고 뒤쳐진 사람들 입니다.
      • 그는 조국과 인천국제공항 사태로 화난 청년들의 마음을 나름대로 얻은 것 같아요.  중도층이 민주당에 등을 지기 시작한 덕을 본 것이죠. 뭣보다 학력이나 이런저런 특혜의 논란에 휘말리지 않았다는 게 지지받는 강점인 것 같고요.
        가만보니 태극기 부대나 극우 유튜버들과는 철저히 선을 긋고 있더군요. 집토끼들에 잘 보이겠다고 요설도 떨지 않고요. 어쨌거나 합리적인 보수의 이미지는 잡아챈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런 머리가 있는 사람이 박근혜에게 홀라당 넘어간 게 저로서는 여전히 이해가 안되는군요. -_-

        • 어팀장님은 여전히 사회현상을 당파논리, 진영논리로 보시는군요. 박근혜와 두시간 면담하고 비대위원 수락했다더군요. 박근혜가 결과적으로 사람 잘 뽑은거고, 이준석은 기회를 잘 잡은 겁니다. '저쪽당은 하는짓이 모두 사쿠라야.' 라고 생각하면 영원히 이해가 안될겁니다.
    • - 위의 singlefacer님의 댓글에 필 받아  써보는 혼잣말. - - ;

      나는 박근혜의 나르시시즘이 상당히 독특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하므로 그를 싫어하기보다 안쓰러워 하는 쪽이다. 겉으로는 강하고 자신감 있는 사람인 척 하지만 누군가에게 기대지 않으면  자기구성이  불가능한 상태인 이들이 있는데 그가 그런 사람으로 보였다. 
      나르시시즘적인 인물은 흔히 독자적인 판단 능력과 감정 능력을 자랑하는 듯하나 사실 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감정이다. 박근혜의 나르시시즘은 강한 상처를 안고 구멍이 난 것으로 보였다. 나르시시즘은  근본에서부터 자신을 붕괴시키고 대신에 연출된 자아를 연출한다는 점에서 자기가 아닌 타인의 삶을 살게 되는 비극이 있다.

      독립은 나이와 상관 없다. 그것은 심리적인 투쟁을 거치고서야 발휘되는 역량이다. 박근혜의 구멍난 나르시시즘에 부족한 것은 자중감/ 자존감이었다고 생각한다. 
      아버지 박정희가 강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으나 아버지가 타율의 권력에 의해 살해된 사건은 그에게 충격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박근혜가 가진 나르시시즘은 자기파괴 가능성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건 자전적인 경험의 결과였다. 그에게 필요한 것은 보호받는다는 느낌이었고 누군가 자기를 위해 살아준다는 느낌이 필요했을 건데 그게 최순실이었던 것 같다. 그는 어머니처럼 품어주는 최순실에게 안락함을 느꼈을 것이다.

      정치에서 박근혜가 보여준 퇴행적 작태는 그런  욕구를 이겨내지 못한 심리가 비논리적으로 발현된  대표적인 예이다. 나르시시즘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그는 자기의 이미지 중 하나를 논리적인 건전한 이성의 힘에 세워냈을 것이다. 
      박근혜식 고집을 나는 요즘 대기업의 총수들에게서 확인한다. 대중이 이해하도록 열정을 발휘하는 대신 대중이 자신을 따르도록 명령할 뿐이라는 점에서. 그들의 비논리적이고 즉흥적으로 보이는 결정들은 박근혜처럼  누구 하나 설득해볼 마음이 없다는 점에서.

      '바람이 분다'는 정보를 제공하면 '빨래를 걷어야 한다'는 식의 비논리적인 세계를 사는 의식 세계를 지금도 겪는다. 프로이트가 분석한 독재자 유형, 권위주의적인 유형에 나타나는 투영 현상의 대표적인 사례는 현재 한국에선 정치인보다 기업인에게서 발견된다.
      • 박근혜의 타임 지 표지 사진을 찍은 오형근 작가가 소녀 쪽에 관심이 많답니다. 로리타적으로는 아니고요,아줌마를 다루기도 했으니까요. 자아가 형성되지 않은 60대 여인을 그런 작가에게 맡기다니 재미있다고 생각은 했어요
        • 초상작업을 많이 하더군요. 그의 관심이 풍경에서 아줌마를 거쳐 군인으로 넘어간 시점에서 제 관심은 끊겼어요. 아마 보조 연기자로 작업하는 의도된 연출이 가장 큰 이유일 겁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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