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질문

어제, 반드시 회사 현장에서만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있어서 재택 근무 중 간만에 출근했습니다.  며칠만에 저와 대면한 팀의 깐족 막내가 난데없는 질문을 하더군요. "물리학에 경도된 이유가 뭐예요?" 피식 웃음으로 넘기지 않고 또렷하게 답해줬습니다.

"인간이 죽을 때까지 전체를 다 볼 수 없을 만큼 세상이 크고 넓다는 걸 나는 좀 일찍 깨달았던 것 같아요. 인생에는 가치의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여러 길이 있다는 걸 막연히 느꼈는데 왜인지 그 앎에는 물리학이 가장 적합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던 거죠. 우리 내면에는 마음 뿐만 아니고 정신의 에너지도 흐르고 있고 이것에다 어떻게 방향을 정해주느냐에 따라 삶의 방향이 달라지는 거라고 생각했던 거죠.
그런 식으로 이런저런 대화가 오고갔는데 마지막에 이런 질문을 하더군요. "독신으로 사시면 성적인 욕망과의 갈등은 없으신가요?" 

제가 이런 질문을 한두 번 받아봤겠습니까.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고요. 고수답게 이렇게 친절하게 답해줬습니다.
"그건 오래 전에 프로이트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에 대한 연구에서 주장한 내용을 함 읽어보면 다 이해돼요. 나는 영화감독 <타르코프스키의 일기>라는 책에서 그의 인용구로 읽었는데 인터넷에서 찾아보면 찾울 수 있을 겁니다.

그 책엔 다빈치가 어떻게 성적인 힘을 학문과 예술에 향하게 하면서 파괴적인 욕구를 생산적인 힘으로 변화시켰는가라는 생각이 담겨 있어요. 후기 프로이트에게서  매우 특징적인 관심사가 이 대목에 반영되어 있고요. 타나토스와 에로스가 있다면 이 둘의 긴장을 어떻게 조절할 것인가 그리고 우리는 공익을 위해 어떤 쓸모 있는 존재로 변신해야 하는가라는 물음이 전제되어 있지만요. 
더불어 인간은 이 세상에 살러온 존재이며 이 세상을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며 인생에는 가치의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여러 길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사랑하는 것도 능력이지만 사랑하지 않는 것도 능력이에요. 흠흠"

뻘덧:  은사님이 쓰시는 독서대는 여러 개의 책을 동시에 놓을 수 있는 독서대입니다. 프랑크푸르트의 가톨릭 대학에서 선물받으셨다더군요.  이건 서서도 책을 읽을 수 있는데,  미사에서 성경 올려 두고 쓰던 독서대에서 이렇게 확장된 거였죠.
책을 여러 권 동시에 펼쳐 두고 참조할 수 있는 독서대라 매우 편합니다. 여러 자료를 놓고 모니터도 보고 책도 펼치고 할 수 있죠. 이를 두고 '조직화된 무질서'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갖고 싶은 물건이에요. 깐족 막내가 구해봐주겠대서 설레고 있는 중입니다. 

    • 그 독서대, 궁금하네요.

      • 해외 사이트에서 이런저런 명칭으로 검색해봐도 이미지 하나 안 뜨는 제품이에요. 막내가 워낙 정보력이 커서 설레고는 있으나 큰 기대는 않고 있습니다. 

        • 눈이 번쩍 뜨이게 하는 물건입니다.. 혹시 정보를 얻으시면 게시판에도 좀 공유해주세요(__)

    • 밑으로만의 중력에 불만이 많은 사람은 정신적 문제가 많다는데 난 걱정이네요 다빈치도 신부나 스님들 같은 외면으로 어느정도 가능했겠죠 보통 야욕에 불타며 살아야하는데, 보기 좋은 미니 책꽂이라도 있으면 한번 더 보게될듯 합니다
      • 지구가 물체를 잡아당기는 힘을 지구의 중력이라고 하잖아요. 지구가 물체를 잡아당기는 힘은 지구와 물체 사이에 작용하는 만유인력과 지구의 자전으로 인해 물체가 받는 원심력의 합력이니 그런 걱정 가지실 것 없습니다.
        천왕성처럼 곁에 행성이 하나 더 있어야 해서 만류인력이 작용 안되든지, 수성처럼 근일점으로 혼란을 일으키는 인간은 없어요. 가영님은 지극히 정상이니 안심하고 넘어가세요. 
    • 다 빈치의 성모상을 프로이트가 분석했던 글을 읽은 적 있는데 교수님이 강의 시간에 제가 그걸 인용하는 것 들으시고 흥미롭다고 하신 적 있어요 ㅎ




      According to Freud, when the painting is turned sideways, the shape of Mary’s garments illustrates a bird, probably a vulture. He interprets the image of a vulture as a symbol for a mother, rooting his theory in the fact that the term “mother” in ancient Egypt was depicted with the symbol of a vulture. Hence, he analyzed it as da Vinci’s repressed homosexual desire, triggered by his faint memory of suckling at his mother’s breast.


      Freud also considered a set of da Vinci’s writings and drawings known as the Codex Atlanticus where the artist wrote about an early childhood memory of a vulture attacking him in his crib. So, Freud considers the illustrations of the vulture tail and a baby’s mouth as possible forceful breastfeeding past the appropriate age.


      Another of Freud’s observations regarding the representation of Da Vinci’s subconscious in The Virgin and Child with Saint Anne, is that in the illustration of two women (the two of them in the role of a mother) Da Vinci represented his own two mothers. In fact, the artist was first raised by his biological mother and later adopted by his father’s wife.


      https://www.thevintagenews.com/2018/07/03/da-vincis-subconscious/

      그 독수리 모양의 어머니 하체, 그리고 아기의 얼굴의 미소가 완벽하게 사랑받고 리비도가 충족되었던 어린 시절을 나타냈다고 했던 게 지금도 기억에 남아요.
      • 제겐 역사 속에서 발견한 창의적인 인물들의 뇌를 스캔해보고 싶은 욕망(?)이 있는데  그 중 한 사람이 다빈치입니다. 질문을 깊이하고 관찰하는 사람들이 새로운 영감을 얻는 법이라죠. 
        그런데 다빈치가 고용주들에게 어필한 자기 소개서를 보면 그도 평범한 사람들과 같은 불안과 갈망 속에 살다간 것 같아요. 피렌체의 다빈치 박물관에 전시돼 있는 걸 봤습니다. 
        • 무엇을 시도할 만한 용기도 없으면서


           


          멋진 삶을 바란단 말인가?


           


           


          - 빈센트 반 고흐-


          고흐의 이 말이 블로그에서도 많이 인용되어 돌아다니는데 고흐가 동생한테 보내는 편지도 일반인의 고민,넋두리와 다르지 않더군요.


          광기란 측면에서 랭보를 분석했던 게 쯔바이크였던가요? 가물가물
          • 고흐는 모든 예술가 중에서 제가 가장 사랑하는 화가이고, 그림 뿐 아니라 그의 글솜씨에도 매료되었답니다.


            글쎄요. 츠바이크가 랭보를 언급하려면 <광기와 우연의 역사>에서 했을 텐데 그 책에 랭보는 없는 걸 보면....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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