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넓고 재주꾼은 많네요.
아마존프라임 '플리백' 보셨습니까? 놓치면 안 됩니다. 보시길 권합니다.
저도 이제 '플리백' 봤습니다.(추천해 주신 회원님들 감사드려요.)
1시즌 초반은 섹스 과몰입형 정서불안 독신여성의 일상 코미디인가 했습니다. 왜 이렇게 이 여성은 불안정하며 자기학대성 관계에조차 집착하는가 이상했어요. 쫌! 서양인들아, 섹스가 그렇게도 중요하냐? 라는 불만도 은근히 생기고요. 보다보니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거고 누군가는 의사와 상담을 하거나 교회 가서 신부에게 털어놓는 그런 일환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실제로 2시즌 가면 상담, 교회가 등장합니다.) 1시즌 후반 대모와 웃으면서 주거니받거니 타격하는 장면부터 이 드라마에 빠졌던 거 같습니다.
일단 주인공이 이 정도면 연기 천재라 하겠습니다. 상대 역과 대화를 하다가 카메라 보고 말 걸고 다시 자연스레 연결하는 리듬이 너무나 뛰어납니다. 극중에 둘이 대화하지만 관객 포함해서 셋이 대화하는 듯한 장면이 이어지는데, 이런 기법은 소싯적에 주워들은 바 있는 독일 연극인 브레히트의 '소외효과'라는 이론에서 나온, 연극에서 많이 활용된 기법이죠. 다른 영화나 코미디에서도 많이 쓰인 것이었지만 이 드라마는 정말 합이 좋네요. 찾아보니 주인공 배우분이 이 작품의 작가이기도 하다는데 음...역시 천재는 한 가지만 하는 게 아닌가 봅니다.
2시즌은 첫 에피소드부터 사로잡습니다. 2시즌은 정말 매 에피소드가 취향 저격입니다. 2에피소드의 피오나 쇼 짧게 등장하는 상담 장면 좋고요.(농담하냐? 이 말이 웃기냐? 뭐가 재밌다고 웃냐?) 3에피소드 크리스틴 스콧 토마스 대놓고 한 말씀 전하는 역할로 멋지게 나오시고요. 전체 에피소드에서 신부도 너무 매력적이라 아직 애인이 없는 게 이상할 지경(??). 그리고 위에 말한 관객과의 소통을 이 신부에게 들킵니다. 다른 식으로 말하자면 딴 생각하는 걸 아는 겁니다. 뭐, 사랑의 눈에는 보인다는 뜻일까요. 사랑에는 감정 이입만이 있을 뿐, 소외의 여지나 거리두기란 없다는 걸 보여주려고? 아무튼 이것도 재미있어요. 신부가 '그게 뭔가요, 갑자기 어딘가로 사라지곤 하잖아요?' 이런 말을 합니다. 예리하군요.
마지막 에피소드를 보면 앞서의 이러저러한 경험을 통해 주인공이 조금은 중심을 잡는 것 같습니다. 그러지 말고 좀더 헷갈리면서 헛발질하고 더 많은 시즌을 내놓으면 좋을텐데요.
재미있고 신선하고 세상은 넓고 재주꾼은 많군요!
피비 월러 브릿지 진짜 재주꾼 능력자죠. 연기도 잘 하지만 각본가로도 대단해서 참여 작품들 보면 후덜덜합니다. 다루는 이야기 폭도 되게 넓구요. 저도 시즌 1보다 시즌 2가 더 좋았어요. 말씀대로 캐릭터들 하나하나 다 좋고 이야기도 좋고. 처음엔 그냥 막나가는 섹스 코미디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보면 그냥 고독, 외로움 이런 부분에 대해서 되게 제대로 건드리면서도 무작정 어둡게만 가는 것도 아니고 대충 좋게좋게 타협하는 것도 아닌 방향으로 잘 마무리하구요.
시즌 더 많이 나왔으면... 했는데 쏘쿨하게 박수칠 때 접어 버렸더라구요. 참 잘 한 일이지만 아쉬운. ㅠㅜ
보라고 강요에 준하는 추천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보람 있으시죠?ㅎㅎㅎㅎ
여튼 믿을만한 추천인을 두어서 저는 좋네요.ㅎ
날씨 영향인지는 몰라도 영국인들이나 북유럽인들의 우울과 인간 혐오는 미국과 결이 좀 다른 것 같아요. 다중적이고 복잡하고 날카롭고.
플리백만은 못해도 크래싱도 볼만합니다. 피비님이 만든 이야기 중에는 킬링 이브를 제일 좋아하긴합니다만 여기는 출연을 안했죠. 피비가 총괄작가였던 1시즌이 제일낫고 점점 쳐지는 느낌이 없잖아 있기는 해요.
넵, 크래싱 메모합니다. 감사합니다. 킬링 이브 1시즌은 저도 괜찮게 봤는데 저는 플리백이 좀더 좋습니다. 이분 굉장히 감이 좋고 능력 있으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