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에는 비오고요

비내리는 하늘을 비껴 보며 맥주 한 잔을 마시고 있습니다. 이 따뜻함이 오전의 업무가 가져다준 쓸쓸한 흥분을 달래줄 것 같다는 기대를 갖습니다. 기대는 항상 간단히 충족되는 법이죠. 창밖에서 흰 깃털과 검은 깃털이 엉터리로 디자인된 새들이 낮게 날고 있는 모습이 보여요. 비의 비릿한 냄새를 맡은 저 최종 진화물은 지구의 기류를 느끼는 중인 것이겠죠. 생각이 아니라 느낌을 걸어 개체가 세계와 접속하여 만든 '연합환경'에 처해 있는 것일 테고요. 한없는 부러움을 느끼며 또 맥주 한잔을 기울입니다. 

내리는 비를 떳떳하게 맞고 있는 새를 보면서 드는 생각인데, 인간은 새의 감각을 알 수 없습니다.  타인의 감각도 알 수 없는데, 이종의 최종 진화물의 감각을 구할 수가 있겠나요.  비행기는 인간에게 성가신 대체물도 되지 못한다는 생각을 탈 때마다 하곤 해요.
저는 아직까지 새의 감각을 날카롭게 묘파하기 위해 촉을 세운 언어를 만나본 적이 없어요. 그런 시간은 결코 오지 않을 것 같지만 이 불가능한 감각에 얹혀 있는 세들의 환경적 선율은 인간인 저로서는 내내 부러울 뿐입니다. 
각성한다는 것은 결국 새의 감각에 가닿는 것일 텐데. 고작해야 휘파람을 불거나 까마귀에게 주술을 걸거나 참새들에게 사랑을 뿌리는 정도입니다. 다 부질없는 짓이죠.

인간의 의식, 이것은 우주의 초의식으로 점프하기 위해 준비된 전능한 작인의 옵션이라는 것이 아서 클라크의 주장이었습니다. 생명은 '연합환경' 속에서 새의 감각으로 저 하늘을 하늘답게 풀어놓는 것이 지구의 논리지만, 우주의 논리는 그 불완전한 인간에게 의식이라는 성가신 부대현상이 마치 양자도약처럼 치명적인 이동을 위한 플랫폼 같은 것이라고 할까.요. 의식을 깨뜨리기 위해 전두엽도 공격하고 뇌량도 절단해왔던 인간의 해부학 교실은 저질적이었지만, 어쨌든 의식이란 것이 왜 포스트휴먼에서도, 아니 포스트휴먼에 이르러서 중요한 것인가를 새삼 느끼며 장밖의 빗줄기를 바라보며 그 소리를 흐뭇하게 듣고 있습니다.


    • 집 근처에 말이에요, 작년 재작년에는 까마귀들이 난리더니 올해는 직박구리들이 난장이거든요. 차라리 까마귀가 나을 것 같은데, 좀 불러주시면 안될까요 직박구리 울음 소리는 정말 소름이 끼쳐요.  올해 갑자기 직박구리들이 모여드는데 정말 울음 소리가 듣기 괴롭네요
      • 직박구리가 많이 시끄럽긴 하죠. 얘들이 새들 간에서도 미움을 많이 받더라고요. - -


        먹는 모습 함 찬찬히 지켜보시면 그런 미움은 사라질 정도로 예쁜 구석이 있어요. hehe

    • 지구에도 의사소통이 거의 불가능한 생물들이 많은데, 왜 굳이 외계인을 애타게 찾을까 같은 생각이 떠오르는 글이군요. (새로운 진화 라인 찾는 과학적 의도 말고.) 길가다 가끔 새들의 행동거지를 꼼꼼히 살펴 볼 떄가 있는데, 왜 그러는지 궁금할 때가 있어요. 참새들은 무리를 지어 거의 같은 나무에 모여 시끄럽게 지져귀는데 왜 꼭 그 곳에서 그렇게 모여 있는 것일까, 그리고 다같이 동시에 말하는 대화법이라도 있는 것인가 생각하게 됩니다. 인간은 왠만하면 한 명이 말하면 다른 사람들은 들을 수 밖에 없도록 대화가 구성되어 있는데, 참새들은 [파괴된 사나이]의 시 짜기라도 하는 것인지.

      • 따로 참새에 대해서 글을 써볼까 하고 댓글을 달지 않았는데 이 짧은 설명으로 그냥 지나갑니다. (지난 밤 꿈에서 참새들과 놀았거든요.ㅎ)


         


        참새가 정미소 같은 곳에서는 원수로 취급받기 때문에, 문에다 그물을 걸어놓고 잡는 경우가 많다더군요.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못 지나친다는 말이 왜 나왔겠습니까. 그런데 참새가 줄면 참새 먹잇감인 진딧물이 늘어나고, 시들어 죽는 식물도 그만큼 많아진다는 걸 알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해요.


        참새가 줄어들면 단지 한 종의 감소만이 아니라 식물 잎을 갉아먹는 애벌레와 그 애벌레를 먹고사는 박새 같은 작은 새, 작은 새를 먹잇감으로 삼는 황조롱이 같은 큰 새까지 이어지는 생태계의 균형이 깨어지는 거니까요.  또 참새가 줄어들면 해충이 크게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도 있어요. 하얀 참새를 본 적 있으신가요. 저는 유럽에 살 때 봤는데 고렇게 예쁜 생물은 처음 봤어요. 유럽에서는 가문의 문양으로 참새 문양을 사용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아요.

        • 하얀 참새 못봤음 https://twitter.com/ggagum/status/1432991814546382857?s=20
          • Sparrow-white3-Rosalie%2BScanlon.jpg

    • 사람의 의식과 생의 인식이란 다른 동물 같이 경계와 불안의 잠재적 의식이고 진화의 요소에는 틀림없지만 이제 한계에 와 포스트휴먼의 세기가 열려 얼마 더 지속되지 않을까 합니다
    • 제가 멍이 잘 드는 체질이에요. 좀전 마트에 갔다가 결제하는데,  창구 아주머니가 제 팔뚝의 여러군데 멍을 보곤 엄청 걱정을 하시더군요. 폭력가정에서 사는 거냐고요. 아니라고, 제몸에 상처내는 건 제 자신이라고 설명드렸으나 얼마나 민망하든지... 


      보니까 정말 가관이더만요. 오른쪽 팔엔 다섯군데 왼쪽 팔엔 두군데나 시퍼렁 보라둥둥한 멍이 들어 있으니 누구라도 의아하게 생각할 듯해요. 멍 색이 나이들수록 더 애매모호하게 불결해지는 건 무슨 이유인지.





      • 피부가 얇아서 그런다 그러죠? 모기가 비스듬이 스쳐가도 불껴요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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