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찮은 일상 글(2)


1. 백신 접종 완료했습니다. 

정오에 맞고 당일은 잠잘 무렵 주사 부위 동통과 두통 기미가 살짝 있었고 이틀째는 아침부터 열이 나고 몸살이 왔습니다. 접종한 팔은 들어올리기 힘들고요. 타이레놀 2알씩 세 번, 낮잠도 자고 초저녁부터 또 자고 삼일째는 오전에 눈과 머리만 아프더니 오후부터 서서히 괜찮아졌어요. 

아픈 와중에 건강할수록 몸살 기운이 강한 걸거라고 최면을 거는 한편 잠이 들면 악몽을 꾸는 일이 반복. 저의 악몽은 주로 꿈에서 늘 가는 동네가 나옵니다. 현실에서 언젠가 본 적 있는 곳이겠지만 어딘지는 모릅니다. 꿈에서 가는 그 동네는 낯설면서 저에게 매우 냉담한 느낌을 줍니다. 사람은 안 보이는 것 같은데 느낌이 그렇습니다. 그 동네에서 집이나 사람을 찾아 헤메는 것이 되풀이되는 것이 악몽의 내용입니다. 이런 꿈 꾸시나요.


2. 김동연이 대선 출마하며 한 말이 어디선가 회자되던데요. '가정환경이 어려워서 학교 때 데모할 수 있었던 친구들이 부러웠다.' 비슷한 얘기였습니다. 한편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시절 끄트머리를 조금은 곁눈으로 본 사람으로선 어리둥절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운동하던 사람들 대부분이 정말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이었거든요. 극소수가 중산층 사람이었는데 그런 사람들은 오래 가지 않았다고 해요. 안 그런 사람도 있었을지 모르지만요. 농촌 출신이나 가난한 집 출신으로 운동하다 감옥 갔다 오거나 공장 노동자로 자리잡은 사람들도 있는데 저런 말 들으면 기가 차겠네요. 

(쓰고 보니 제가 본 사람들이 유독 그랬을 수도 있겠습니다. 성급한 일반화일 수도 있겠어요.)


3. 프라임 비디오의 '스니키 피트' 1시즌을 끝냈습니다.

보다보니 주인공 캐스팅이 너무 적절합니다. 뭔가 늘 눈치를 살피며 애달복달해서 늙은 얼굴이더군요. 수십 년 사기치며 살찔 틈 없이 늙으면 이렇지 않을까 싶어요. 조바니(지오바니?) 리비시가 산만한듯 눈치꾼에 영리한 캐릭터를 잘 연기하는 것 같습니다. 모두 각자의 사정이 있어서 거짓말을 서로에게 해대는 내용인데요, 1시즌 끝나고 나니 보는 사람이 그렇게 걱정하며 볼 필요가 없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거 꽤 탄탄한 조직이었군요. 2,3시즌 이어서 볼만한 것 같습니다.


4. 젊은 장 폴 벨몽도에겐 애틋함이 좀 있는데 세월 속에서 모든 것이 흘러 갑니다. 그래도 그가 진 세버그와 영화를 한 세대란 걸 생각하면 명을 잘 누리셨다는 생각이 듭니다.







    • 지오바니 리비시를 처음 본것은 프렌즈에서였어요. 피비의 기타함에 실수로 콘돔을 넣고 간 얼빵한 청년역으로 나왔다가 제작진에 눈에 들었는지 나중에는 배다른 동생역으로 꽤 여러번 리커링되었죠. 백치미가 아주 일품이었는데 이때 홀딱 마음에 들어서 꽤 오래 출연작들을 따라다녔지요 ㅋㅋ 라이언일병구하기, 보일러룸, 아바타, 사랑도 통역 등등 꽤 인상깊은 커리어인데도 저는 오랜만에 tv돌아와서 찍은 스니키 피트에서의 모습이 제일 마음에 들더라고요 ㅋㅋ

      • 케이트 블란쳇과 두 편 찍었는데 <기프트>,<헤븐>에서도 그 백치미를 발휘하며 블란쳇을 보호해 주는 역할로 나옵니다.

    • Lunagazer ;라이언일병구하기에선 의무병으로 나왔죠? 프렌즈는 나왔대서 생각해보니 어리버리하던 모습이 기억났어요. 이번에 적역인 것같았습니다.


      daviddain ;기프트, 해븐은 안 봤는데 헤븐 사진을 보니 꽤 예쁜 얼굴로 등장하네요. 여기저기 주역으로도 많이 출연했네요. 


      • 맞아요 ㅎㅎ 다른 곳에서도 꽤 다양한 역할들을 했어요. 연기폭도 넓은 좋은배우입니다. 

    • 예전에 살았던 동네를 거의 이십년만에 가본 적이 있었는데, 거기서 ‘가끔 꿈에 나오지만 어딘지 몰랐던 장소’를 하나 찾았어요.


      그리고 백신 맞고 밤에 컨디션이 안좋아지면 고열 때문인지 현실감이 없어지고 악몽을 꾸게 되더군요.
      • 그래도 그 장소가 남아있어서 다행이군요. 제가 살던 마을은 완전히 갈아 엎어져서 옛 흔적이 전혀 남지 않았더라고요. 어쩔수없는 변화지만 마음 한켠이 좀 쓸쓸해지긴 했습니다. 

        • 사실 찾아간 이유가 재개발된다고 해서 허물기 전에 찾아간 거였어요;;;


          저같은 사람들이 많은지 중간에 마주친 동네 꼬마도 요새 카메라 든 사람들이 많이 찾아온다고 하더군요 ㅎ
    • 부기우기, Lunagazer : 저도 아주 어릴 때 살았던 곳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어요. 어딘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요. 제가 어린 시절 보낸 곳 중 한 곳은 해운대입니다. 문자 그대로 상전벽해입니다. 극장 뒷편에 살았는데 요즘 가봐야 어딘지 못 찾습니다. 극장 표사고 줄서는 철봉에 매달려 놀곤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ㅎㅎ 

    • 그냥 김동연이 운동권을 바라보는 시각이 그런 거였겠죠. 먹고 살기 편해서 뻘짓하고 다니는 애들... ㅋㅋ


      제가 학교 다닐 때 보이던 90년대 초중반 운동권들은 그냥 다양한 편이었어요. 김동연이 본 것 같은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고 thoma님이 말씀하신 그런 사람들도 있구요. 그 중 상당수랑 지금도 가끔 만나고 사는데 역시 사는 모습은 그냥 다양합니다. 아직도 사회 운동 하고 사는 소수의 사람들 역시 그렇구요.

      • 네..학교를 떠난 이후에 사는 방식은 평범한 것 같았습니다. 가깝게 지내진 않았으나, 소식을 듣던 시기엔 교직, 책방운영, 찻집 이런 거 하더군요. 더 안 좋은 경우도 있지만요. 저는 그렇지 않은데 로이배티님은 지금도 만나는 분들 있으시네요.  

    • 1. 제가 결혼 전 자주꾸던 악몽과 비슷하네요. 기분나쁜 동네이고 인적도 없는데 달빛같은 느낌의 어슴푸레한 명도가 동네를 흑백처럼 보이게 했어요...몇년이나 꾸다가 결혼하면서 생활의 패턴이 더이상 혼자이기 어려워지니 저절로 사라졌어요. 혼자있기를 고집하는 제 인간관계에 대한 서늘한 도면같은 꿈이었던걸로...동네에 정말 사람을 비롯, 무언가 존재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그 숨막힘같은게 잊혀지지 않네요.

      꿈에서 사람을 찾아다니셨다니..외로움같은게 느껴지는데...저보다는 덜 삭막한 꿈이셨기를 바래요. 전 무얼 찾을 생각조차도 안나서 그냥 구경다녔어요..등덜미엔 무서워서 땀을 흘리면서요.지금 생각하면 너무도 무섭게 정확한 꿈이었네요.
      • 이런 꿈을 꾸는 분이 있으시군요. 꿈 얘기를 써서 좀 부끄럽습니다. 해몽 잘 하시는 분이 보면 바닥이 보이는 건 아닌지.


        자주 꾸는 건 아니고 안 좋은 일이 있어 걱정을 많이 하거나 많이 우울하거나 아프면 꾸는 것 같아요. 제가 안 좋은 꿈의 기억을 상기시켰을까 걱정입니다. 평온하시기 바랍니다. 

    • 저는 오늘 악몽은 아니고 리스 위더스푼 나오는 꿈을 꿨어요. 제가 리스 밑에서 일하는데 리스는 친절하면서 사무적이었고 리스 집에 가서 애들을 만났는데 애들 뒤치닥거리는 안 하고 그저 데면데면했다는. 꾸면서 기분은 좋더군요.

      • ㅎ최근에 그분 영화 보셨던가 팬이신가요. 제가 딱 보니 그건 개꿈입니다.

        • 호감 정도는 있었고 최근 본 영화는 없어서 btv 무료에 있는 위더스푼 영화나 볼까 그랬답니다.


          악몽보다야 낫죠 ㅋㅋㅋ

    • 2. 노래자랑이든 당내경선이든 대선이든 투표만 관련되면 왜들 천하제일가난대회에 나가는 사람처럼 구는지 불만이긴 합니다. 그런데 그것과는 별개로 어느 정도 이해가 되긴 해요.


      제가 김동연보다 10년 정도 뒤 전대협 세대인데 이때 딱 10년이 6월항쟁~ 한총련 연세대 농성 사이라서, 누구나 운동하지만 전보다는 덜 위험했던 때라고 생각하거든요.

      실제로 집 좀 사는 애들도 많았죠.


      그러니 한 개인의 경험에서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겠지만 , 누군가는 같은 입장에서 다른 선택을 합니다.

      정치 한다는 사람이 아와 어의 차이를 몰라서 저렇게 이야기한 건 아닐 테고, 거짓이 전혀 섞이지 않고 실제로 본인이 그렇게 느꼈다 한들 그 이야기를 꺼내는 배경이 뭔데 싶습니다.

      제가 이해를 한다는 것도 그런 경험을 한 사람이 있을 것이다까지지 자기 외의 사람을 얄팍하게 눌러버리는 것까지 이해한다는 건 아니고요.
      • '나는 가난했지만 한눈 안 팔고 노력해서 이 위치까지 올라왔다.'라는 서사로 아래에서 위 계층까지 친근감 주려는 거 아닐지요. 데모하는 것을 치기, 유희로 취급하는 거죠.


        제 좁은 시야를 벗어나면, 매체를 통해 안 것이긴 해도 여유 있는 집에서 운동권이 된 이들도 많고 말씀대로 87년 이후엔 훨씬 폭이 넓어진 것 같아 쓰고 나서 자주 그렇듯이 글이 옹졸했나 싶었습니다. 


        댓글 내용에 동의하고요, 여튼 그 사람들의 경제 형편이야 어떻든 선택과 그에 따르는 인신 위협에 이르는 어려움들을 겪은 이들도 많은데 여유 있는 사람의 놀이처럼 만든 김동연의 화법이 경솔하다 느꼈습니다. 

    • 1. 백신 접종 축하드립니다.




      2. 혹시 thoma 님도 어렷을 적의 불안이 깊숙히 저장되어있는 건 아닐까요. 저는 수능을 보는 악몽을 꾸곤 하는데, 헤맸던 경험의 불안감이 꿈속에서 자동재생되는지도...

      • 맞고 나니 마음이 좀 가볍네요.ㅎㅎ


        반복되는 꿈은 그럴 가능성이 클 거라고 생각합니다. 기억나지 않는 시간과 장소를 뇌가 확실히 사진으로 저장해 둔 건가 싶어요. 그래서 연결 고리가 있는 날 밤엔 조용한 어둠 속에서 상영하는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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