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없는 친구의 하소연

제 친구들 중에는 집 없는 이들이 많습니다. 아직 집 갖기에는 나이가 어린 편이니까요. 좀 전에 또 월세 찾아 이사해야 하는 친구가 전화로 하소연하더군요. 부잣집은  애완동물과 차도 자기집이 있던데 자신은 뿌리내릴 수 있는 어떤 대지 한 평도 없다고. 그래서 매순간이 위태로운 기분이라고요. 흠
문득 집 없이 사셨던 제 은사님의 말씀이 떠올랐어요. 집 없이 떠돌며 사는 건 몸만 괴로운 게 아니라 정신까지도 위험하게 휘청이게 만든다고 하셨죠. 그리고 시대의 풍속이나 미덕을 인정하지 않게 만들고 타인에게 전하는 사랑조차 헛되다는 것을 알면서 하게 돼 가다가 멈추게 된다고. 그렇다면 집이 없다는 건 가시나무와 엉겅퀴에 걸린 채로 나날을 살아내는 기분인 걸까요. 에덴의 동쪽을 방황한 카인처럼?

친구는 왜 집이 없을까요. 그의 부모가 아무 잘못없이 가난한 게 이유일까요. 아는 사람은 알 것입니다. 그 이유가 뭔지. 그런데  모르는 사람들이 몰라서 블라블라 떠들고 정책을 행사하고 있어서 아예 입을 닫고 있는 이들이 많습니다. 
차마 친구에게  '대신 너는 커다란 마음의 집을 갖고 있잖아~' 라는 성질이나 붇돋우는 위로의 말을 할 수는 없어서 가만히 듣기만 했습니다.
누구에게라도 곤한 잠을 잘 수 있는 방 한 칸은 있어야죠. 몸이 쉬어야 할 집을 마련해주지 못하면 마음이 스스로에게 갖는 건 열등감과 회한 뿐일 테니까요. 무엇보다 몸이 쉴 수 있는 집이 없는 사람들에게 나라가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오래된 상투적 표현이지만 "프롤레타리아에게는 나라가 없다"는 말은 소홀히 넘길 수 없는 진실을 담고 있습니다. 

    • 집을 갖고 있는 것이 죄송합니다.

    • 음? 댓글의 뉘앙스가 이해 안 되는데용~


      저는 독립해나올 때 7평 아파트의 전세부터 시작했어요. 어릴 때부터 (부자) 아부지가 재산은 절대 상속하지 않을 것이고 학업이 끝나면 독립해서 살아야 한다, 라는 말을 귀딱지가 앉도록 들었거든요. 그래서 대딩 때 알바 열심히 해서 돈 모았습니다.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는 언니에게 쓴 결혼비용만큼은 비혼자인 저에게도 써야한다는 부모님의 합의 하에 도움 주셔서 얻게 됐어요.


      친구들이 다 저더러 부자라고 해요. 미안하지는 않지만 요래조래 그들의 불안함을 살펴보기는 합니다. 

      • 댓글의 뉘앙스가 이해되용~


        그냥 문장 그대로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가난한 무주택 가정에서의 출생, 자연스런 무주택자, 주택가격은 계속적인 상승으로 자가의 가능성은 점점 희미해지고,,,


        이러면, 유주택자는 괜히 미안해지기도 합니다.


        어디로갈까님의 배경정도면 본문에서 이야기되는 친구보다는 좋은 환경인 것은 분명한 것 같아요.

        • 뭐라고요~ 한판 붙어보자용~ 제가 한 주먹질 해요. ㅋ

    • 이게 곧 30-40대 사이에서 또 다른 갈등 요소가 될 것 같은 게, 친구들 사이의 대화에서도 은근 말에 가시가 들어있는 게 느껴져요. 게다가 집이 있는 친구는 집값이 뛴 친구를 부러워하고요. 어렵습니다. 또 예전에는 집 마련했다 그러면 장하다 수고했다 그랬지만 지금은 왜 거기 "투자"했나며 일가친척까지 다 달려와 한 마디씩 훈수질입니다. 

      • 아..안봐도 비디오. 흔한 한국의 풍경. " 왜 너는 못했냐. 못샀냐. 왜 너는 거길 샀냐" 

      • 집이 소비재가 아니라 생산재가 된 게 요 몇년 간 도드라진 현상이에요. 새삼 우리사회에 대한 해석을 해보게 하는 부분입니다. 

    • 대치동 키드이자 아버지가 s대 나와서 대기업 임원인 후배가 인문대 대학원 등록금 비싸다, 조교 하느라 힘들다,명품가방,샤넬 귀걸이 사진 블로그에 올려 놓고 돈 없어 못 산다 이런 푸념하는 거 들을 때 같은 조건의 비서울 출신들이 같은 돈을 벌어도 생활비와 방값에 들어가는 거 생각해 보라고 말해 주고 싶던 거 참은 적 있죠.걔가 돈 없다는 것은 자기 유흥비로 쓸 돈 없다는 거니까요. 걔 동기 중 한 명은 집에 가스 끊겨서 논술과외 간신히 구해서 입에 풀칠하고 있는 거 제가 알았거든요.저야 인문대학원 안 다녔고 취업해서 번 돈으로 대학원 다니기는 했지만 그런 말을 들으면서 요새 말로라면 가난도 도둑질하는 느낌이었어요.  걔만 특수한 게 아니라 그러는 인문대 대학원생들이 널려 있는데 징징징. 아버지 일찍 돌아가시고 어머니 사업 망해 빚쟁이들 집에 찾아 오고 시험 준비하는 오빠까지 과외 몇 탕씩 뛰면서 먹여 살리고 대학원 다니는 사람도 있었는데요. 진작 취업을 하거나 학점을 좀 더 잘 받아 장학금을 받거나 더 싼 대학원을 가면 되는 건데 선택은 자기가 해 놓고요


      결국 걔도 비강남 출신들하고는 위화감 느껴서인지 강남 출신들하고만 어울렸죠. 보통 서울에서 강북권에라도 자기 집 마련하는 경우는 제 주변만 봐도 부모가 한남동이거나 동부이촌,청담동이고 조부모 때부터 서울 살았더군요.  집이 경기도 쪽 친구들은 결혼하고 계속 경기도 쪽으로 살고요. 본인의 의지로 바꿀 수 없는 인종,성별,국적처럼 사람마다 출발점이 서로 차이가 나는 거고 빌 게이츠 말처럼 삶은 불공평한 거니 받아 들여야겠죠. 정책에 따라 득을 보거나 실을 보는 경우도 개인마다 다르고요. 영끌해서 잠실 쪽 아파트 사 놨더니 엄청 올랐다는 친구 말 듣고 땅을 치며 후회하는 글도 인터넷에서 가끔 보죠. 잠실 엘스가 좋긴 좋더라고요. 장미꽃도 있고 잘 가꾸어져 있어서 지나가다 야 진짜 예쁘다 했는데 서울에서 가장 비싼 곳 중의 하나더군요. 마포에 집 있는 애들은 강남 못 산다고 불평하고 이건희 딸과 외고 같이 다닌 사람은 세상은 불공평하다는 것을 그 때 뼈저리게 체험했다고 하니 결국 위만 바라보고 살지요.

      • 이런저런 극적인 경험/주시를 통해서 깨닫게 되는 현실이 있는 것이죠. 깨달은 사람들이 공동기획해서 사회변화를 일으키면 좋은데 거기까지는 힘을 안 모으고 있는 것도 현실. -_-

    • 의식주 지금은 글자 순대로인거 같네요 근데 주거비가 너무 비싸요

      • 옷과 밥은 얻어 입고 먹을 수라도 있죠. 집은 그게 안되니까요. 

    • 저한테는 유랑이 체질이 아니고, 인간의 사회적 본능은 정착이라는 걸 배웠을 때가 호주 워홀을 할 때였습니다. 한국이라면 차라리 모르겠는데 이국땅에서 집을 구하는 게 너무 팍팍하고 자주 옮겨다니다보니까 정말 피폐해지더라구요. 제발 한 곳에 좀 머무르고 싶고. 캐리어를 끌고 다니는 게 여간 고역이 아니었습니다. 두번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습니다. 지금 집이 있냐면 그건 또 아니지만...

      • 그런 경험을 통해서 결과에 아무 영향도 못미친다는 걸 알면서도 세상의 불합리성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것 같아요. 아직 젊으시니 집이야 뭐.... (할말하않)

    • 저를 비롯하여 제 친구들 대부분이 오래된 주택이나 빌라를 자가로 마련하여 살고 있습니다. 지방 도시라 아직은 신도시 아파트만 아니라면 그럭저럭 주택이나 오래된 아파트나 빌라 정도면 구입해서 살만합니다. 어쩌다가 재개발 지역으로 설정되서 아파트 짓는다고 벌써 몇년째 들썩이고 있는데, 뭐 그런가 보다 하고 있습니다.
      • 지방도 집값 많이 올랐다던데요. 서울에 직장 있는 사람이 지방에 내려가 살 수는 없는 거니까요. 한국은 서울 인프라가 워낙 좋아서 무직자들도 안 떠나고 어떻게든 살아내는 면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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