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월을 감상함

잠이 안 와서 이런저런 시집을 뒤적이다가 소월의 시까지 읽게 됐습니다. 예전엔 몰랐는데 섬세하고 절실하게 우리 마음의 가락을 잡아낸 시들이더군요. 마음의 움직임을 어느것 하나 간과하지 않고 환하게 드러냈구나 라고 느꼈습니다. 마치 거미줄 같은 마음의 가닥들이 햇빛을 받으며 수천의 빛으로 탱천하는 걸 보는 것 같았어요.

섬세한 것들은 참 깊고 아득합니다. 그리움이 없을 후일을 상상하는 건 그리움이 주는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서겠죠. 하지만 망각이 작정한다고 이뤄지는 건가요. 잊으려는 노력은 기억되는 것만큼 만만치 않게 고통스러운 것입니다.
망각은 그리움이 끝나야 자연스럽게 찾아오죠.  예전엔 소월의 시를 감상에 몰입된 애잔한 표현으로만 읽었어요. 이제는 그리움과 망각을 두 축으로 해서 우리 삶의 전체를 포괄하는 의미로 읽힙니다. 저도 정신이 좀 굵어졌나봐요.

- 먼 후일 / 김소월

먼훗날 당신이 차즈시면
그때에 내말이 니젓노라

당신이 속으로 나무라면 
무척 그리다가 니젓노라

그래도 당신이 나무라면
밋기지 않아서 니젓노라

오늘도 어제도 아니닛고
먼훗날 그때에 니젓노라
    •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
      먼 훗날 그 때에 잊었노라. 

      잊으리라가 아니라서 심상이 더 청명해지는 느낌이네요. 
      제 어렸을 적이라면.. 먼 훗날인데 왜 과거형이야. 이랬을 듯. 
      시는 나이가 좀 들어야 마음이 열립니다. 

      • 시인이 꿈이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시집 나오면 게시판에든 메모로든 알려주세요. 제가 지인들에게 가장 많이 하는 선물이 시집이거든요. 


        자자, 이 시도 함 읽어보십시다요~ 




        봄눈/ 신대철




        내 등은 물인가요?


        모래에 기대면 모래가 무너져요.




        내가 기댈 때


        비로소 따듯한 등를 갖게 하는 자


        그대는 살아 있나요?


        어디에?


        나와 한 핏속에?


        꿈이 生인가요?




        나는 흐른다.


        칼 끝뿐인 땅을 뱃사닥으로


        오래 흐른다.




        저에겐 이 시인의 시들이 자연과 더불어 살다가 무엇 때문인지 다시 자연 속으로 들어가 살 수 없는 고통스런 인식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벗어나고 돌아가는 갈등의 대립구조를 보여준달까요.

    • 어디로님도 글을 시 만큼 잘 쓰십니다 죽어 한줌이 되듯 잊는건 같은 사라짐이니 공수래공수거 올시다
      • 안목이 높으시다고 사료되옵니다. hehe

    • 시 좋네요. 시를 별로 안좋아하지만 (자꾸 곱씹게되면 문법적으로나 맥락으로나 말이 안된다는 생각만 들더라고요)


      가끔 처음 읽을때 좋은 느낌을 받는 시가 있더군요.

    • 시제가 흥미로움

      시간대를 몇 문장 안에 표현할 수 있어 놀란의 영화보다 흥미롭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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