듄 후기 (노스포)

역대 가장 장황한 대서사시 스케일의 프롤로그 겸 영상 설정집인 것 같습니다.



원작의 열성팬이거나 최소한 재미있게 보신 분들에 한해서는 중간에 갈아입을 빤쓰를 가져가야할 수준인 것 같은데 저처럼 겉핥기로 대충 아는 수준이거나 그래도 좀 대중적인 블록버스터의 재미를 느끼고 싶은 관객들에게는 너무 길고 어둡고 시끄러운 가운데 끝까지 버텼더니 '뭐야? 이게 엔딩이야?'라는 반응까지 불러일으킬 결과물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재미있거나 없거나 호불호를 떠나서 현재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서 기대할 수 있는 가장 압도적인 비쥬얼이라는 건 거의 모두가 동의할 것 같습니다. 스케일, 스펙터클하면 현대에는 놀란이 대표적인데 이번 듄으로 빌뇌브가 제껴버린 느낌이네요. 기왕 돈내고 보실거면 용아맥이나 최소한 사시는 곳에서 가까운 아이맥스 상영관을 가시길 권합니다. 그냥 단순히 큰 스크린을 꽉차게 보는 것이 다가 아니라 아이맥스의 거대한 화면비(일부 시퀀스는 용아맥에서만 가능한 1.43:1)에서 100% 감상할 수 있도록 샷이 구성되어 있습니다. 프로덕션 디자인도 S급이구요.



사운드도 웅장하고 빵빵하긴 한데 시카리오, Arrival(컨택트가 뭐니 컨택트가), 블레이드 러너 2049로 쭉 이어지는 빌뇌브 영화 특유의 좀 너무 시끄럽고 취향에 따라 소음처럼 느껴지는 사운드가 별로셨던 분들은 이번에 그게 극대화 됩니다;;; 사운드 자체와 별개로 한스 짐머의 음악은 그냥 평타였어요. 뭐 이분 기준에서 평타면 그것도 훌륭한 수준이지만 딱히 귀에 남는 넘버가 없었네요.



제일 큰 문제는 시작부터 타이틀에 뜨는 것처럼 파트 1이라서 매우 엉성한 지점에서 끝이 납니다. 많이 비교되는 반지의 제왕 반지 원정대는 그래도 막판 나름의 클라이막스가 있고 그 후에 또 새로운 여정을 예고하는데 이번 듄은 클라이막스가 없어요. HBO 초대형 스케일 미니시리즈의 1화 엔딩 느낌입니다. 그렇다고 제국의 역습처럼 뒤에 어떻게 될지 너무 궁금하게 만드는 클리프행어도 아니구요.



게다가 워낙 원작의 세계관과 설정에 대해 설명할 것이 많은데 빌뇌브 연출 특성상 대충 스피드하게 넘어가는 법이 없고 느긋하게 전개되다보니 프롤로그라고 할만한 세계관, 인물소개가 대충 끝나면 벌써 1시간 반입니다; 보통 짧은 장편영화 러닝타임이 1막인 셈이죠. 그러고나서야 겨우 뭔가 주인공 일행에게 위기라 할 만한 상황이 생기고 여기가 그나마 이 작품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파트인데 끝나고 나면 1시간 정도 다소 지지부진한 전개가 이어지다가 위에 썼듯이 클라이막스라고 하기엔 초라한 어떤 사건을 겪은 후 엔딩이 뜹니다.



원작 소설 1부의 약 40%정도되는 분량을 2시간 반에 풀어냈음에도 불구하고 워낙 설정과 내용이 방대하기에 생략된 부분이 많고 특히 여기서 희생된 것이 조연 캐릭터들의 전사나 더 깊이있는 묘사입니다. 대부분 아버지, 멘토 1&2, 조력자 1&2라고 캐릭터 이름을 지어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수준이죠. 유명배우들이 캐스팅 됐는데 그냥 무난하게 기능적인 자기 역할을 소화하는 것에 그칠 정도로 낭비되는 것이 대부분이라 큰 아쉬움을 남깁니다. 특히 장첸은 거의 지금처럼 PC 흐름이 강해지기 전 흔히 볼 수 있었던 할리우드 영화의 아시안 토큰 캐릭터를 맡았구요. 그나마 캐릭터 설정이 매우 중요해서 많이 유지된 주인공의 어머니 레이디 제시카만이 살아남았습니다. 어느 앵글에서 찍혀도 간지나고 아름다운 레베카 퍼거슨이 연기해주기 때문이기도 하구요. 티모시 샬라메가 연기하는 주인공 폴도 이런 영웅서사의 전형적인 주인공의 클리셰인 여러 먼치킨 능력을 타고난 운명의 초즌원이고 딱히 흥미로운 구석이 없습니다. 비쥬얼만큼은 완벽히 어울리지만..



빌뇌브의 전작 블레이드 러너 2049가 흥행에서 실패했음에도 또다시 이런 스케일의 그것도 프롤로그 정도에 해당하는 작품을 그린라이트 해준 워너의 결단은 참 과감했고 그만한 가치가 있었지만 기왕 그럴거면 더 과감하게 2부까지 곧바로 연이어 제작하게 해줬어야 하는게 아닐까 싶네요. 아니면 아싸리 이렇게 된 거 3시간 정도로 파트 1의 내용을 더 늘리던가요. 반지의 제왕은 1년씩만 기다리면 됐지만 이건 참 애매하게 끝난 지점에서 아직 제작 확정도 안난 2부를 기약없이 기다리게 됐네요. 다행히 현재까지 흥행은 양호한 편이라고 합니다. 북미에서도 HBO 맥스 동시공개를 감안하면 첫날 성적이 좋다네요.

    • 듄이 뭘 뜻하는지 끝날 때까지 안 나와서... 검색해보고 알았지요. 내친 김에 2부를 빨리 만들었더라면, 아니면 2부와 동시제작해서 개봉 텀이라도 짧았더라면 이렇게 감질나지는 않았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 중간에도 대사로 언급이 두어번 정도 나오긴 하는데 놓치기 쉽죠. 원작 설정이 익숙하지 않은 관객들은 대사를 놓치지 말아야하는데 워낙 초반에 설명이 길어서 피곤하죠.

        • 그리고 느낀 게, 2부를 만들거라면 확실히 복선처리를 하는 게 좋았을텐데 몇몇 캐릭터들은 그냥 뚝 끊긴채로 이야기에서 그대로 사라져서 의문이 남기도 했습니다.(아트레이드 가문의 캐릭터들이 어떻게 되는지 줄거리를 굳이 찾아보게 된...)
          • 맞습니다. 확실하게 결말이 나온 두 명 정도를 제외하면 그냥 표현하신대로 뚝 끊겼죠. 차라리 아트레이드 가문이 위기를 맞았을 때 직후에 끊던가 지금보다 약간 더 길게 만들었으면 나았을 느낌입니다. 지금 엔딩은 이도저도 아니고 애매해요.

    • 장첸은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네요.
      • 본문에 아시안 토큰이라는 표현을 썼듯이 원작의 디테일이 많이 생략되고 그냥 기능적인 역할만을 합니다. 그나마 멋진 활약상이 나오는 조쉬 브롤린, 제이슨 모모아 등과는 달리 쩜쩜쩜

    • 그로 부터 만년 후 라는데 사람사는 건 몇억년이 흘러도 같나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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