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비바리움' 을 보고.
Vivarium, 2019
로칸(로어칸? 로르칸?) 피네건, 아일랜드 감독이라고 합니다.
드라마 '지옥'과는 비교가 안 되는 더 절망적이고 끔찍한 세계입니다. 감독이 상당히 비관적인 사람인가 봅니다.
남녀가 중개인 소개로 어떤 동네로 갑니다. 거긴 완전 같은 생김새의 집들이 있고 그 중 한 집을 구경하는데 중개인은 사라지고 동네에 갇히는 내용이에요. 주변에 사람 흔적이 없다는 걸 빼면 완전 같은 집만 있다는 게 뭐 이상할 것도 없어요. 한국의 기존 고층아파트도 다 그러니까요.
가상의 동네와 집과 가족을 구성해서 보여주는 것이지만 '보기에 따라서' 현대의 일상만 남은 현실이라는 것이 이 영화 속 상황과 크게 다를 게 뭐냐, 라는 시각을 가진 것 같아요. '집? 집을 원해? 옛다 집! 거기서 니네들이 뭘 하는지 보라고.'
'뼈대만 추리면 이게 다야' 라는 소리를 하는 것 같습니다. 먹고, 자고, 생리활동하고, 애 기르고, 그리고 할 수 있는 걸 합니다. 하고 싶은 걸 하는 것이 아니고요. 남자가 우연히 손바닥만한 정원의 땅을 팔 수 있다는 걸 알게 되고 차에 실린 자기 연장으로 땅을 팝니다. 땅 파는 걸 보자니 전염병 상황 때문에 최근 정원 관리나 식물 키우기가 유행이라는 게 떠올랐습니다. '이거라도 할 수 있는 것이니 하게 둬' 라고 남자가 말합니다. 사실 할 수 있는 걸 할 뿐이죠. 하고 싶은 것을 한다는 것도 자기가 배우고 자라면서 본 범위 안에서, 할 수 있겠다는 상상의 범위 안에서 가능한 것 같아요. 자기가 할 수 있는 걸 사브작사브작하면서 인생을 끝내는.
이게 다가 아닐 텐데...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써봤자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을 또 다른 가족들의 모습으로 보여 줍니다.
아주 가끔 출근 준비 시간대에 화장실에 있으면 그런 생각이 들어요. '현재 이 위치에 사람들이 몇 명이나 있을까. 누군가 건물 단면을 잘라 볼 수 있다면 웃기겠다.' 싶은.
사람 사는 거 다 거기서 거기라고 하는데 이렇게 딱 눈 앞에 보여 주니 무시무시합니다. 생각할수록 갑갑한 영화라 추천하기 어려운 영화네요.
유일하게 좋았던 부분은 주연인 이모겐 푸츠를 알게 된 겁니다. 필모를 보니 출연 영화 중 본 영화도 있는데 기억이 안 나고 여기서 처음 제대로 보았는데 호감이 가는 배우네요. 뭔가 친구 삼고 싶은 타입? 그리고 케이트 윈슬렛을 닮았어요.
'호신술의 모든 것'도 기억해 놔야겠습니다.
감독이 '현대인의 삶의 공포'라고 두루뭉술 표현했다 해도 그중 '가족'과 관계 있음이 분명해 보였어요. 너무 구체적으로 찍어 말하기 싫어서 그런 거 아닌가 싶네요.
저는 어떻게 마무리하려나 싶었고, 암담하긴 했으나 흥미롭게 봤어요.
저도 호신술의 모든 것에서 인상에 빡 남았었어요 ㅎㅎ 오랜만에 다시보려했더니 넷플릭스에서 내려간 모양이군요. 주연으로 나온 영화가 적어서 아쉬워요. ㅋ
이모젠 푸츠 참 매력적이죠. 데뷔 당시 나름 유망주로 주목받았고 지금까지 꾸준히 활동하면서 나름 좋은 작품도 많이 출연했는데 존재감은 흐릿하네요. 뭔가 본인 역할로 크게 돋보이는 법이 없고 무난히 극중에 잘 녹아들어가는 느낌?
맞아요. 튀거나 휘어잡는 스타일이 아니었어요. 여기선 살짝 중성적 매력이 보이더군요. 많이 활동하면 좋겠어요. 개인적으로 요즘은 좋아하는 배우가 없었는데 마음이 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