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느니 잡담 한마디

어제 난생 처음 '모차르트'라는 커피 체인점에 가봤습니다.  지극히 예외적인 상황이었어요. 동료에게 급히 정보를 하나 전달할 게 있었는데 휴대폰으로는 가능하지 않은 양이라 노트북을 쓰기 위해서였습니다. 믿기지 않겠지만 저는 스타벅스에도 한번 안 가본 사람이에요. 개인 카페만 갑니다. 물론 동료들이 사다줘서 그 체인점들의 커피 맛은 알고 있었어요

코로나 탓인지 카페에 사람이 없더군요. 유럽의  궁정 연회에나 쓸 법한 의자들이 죽 놓여 있고  고색창연한 클래식 음악이 흘렀고, 일반 카페보다 커피값이 좀 비싸서 왜?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렇다해도 한산하고 조용한 신선한 분위기는 만족스럽더군요.
물극필반 物極必反이랄까, 기대가 없으니 의외로 신선하게 느껴지는 면이 있었죠. 근데 카페에서 음악을 꼭 트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내 사랑 바흐도 그런 곳에서 듣노라면 저는 성가시기만 해서 말이죠. - -;

아무튼 몇년 전 파리에서 구입한 청바지를 입고, 청담동 핫한 가게에서 산 복슬복슬한 쉐터를 입고 있었는데, 저보다 한참 어려 보이는 청년이 다가와 '만남을 가지고 싶습니다'라는 고색창연한 말로 데이트 신청을 하더라고요. (살다보니 세상에 이런 일이~) 
차마 그런 기대심리는 충족 시켜줄 수 없어서 예쁘게 미소짓는 걸로 상황을 마감했는데, 속마음은 이랬어요. ' 아가, 겨우 옷가지나 제대로 챙겨 입고 머리숱이나 많다고 아무 여자에게나 마음이 솔깃하면 안된다이~" 
그런데 이런 장면을 반추하고 있자니, 카페 모차르트가 아니라 대학로 전체가 울려주는 듯한 음악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은 착각이 드네요. 무명의 연주자가 내는, 돈내지 않고도 들을 수 있는 사회주의의 음악 같은 것.

그나저나 오늘 은사님의 중요한 발제 이후에 토론자로 나서도록 지목받아서 긴장하고 있는 중입니다. 코로나만 아니면 뱅기표 끊어서 제네바로 도망가고 말 건데 그럴 수도 없고... (먼산) 
왜 선생님은 저를 지정토론자로 지목한 것일까요? 저는 전문비평가도 아닌데. 그럴 만한 이유가 뭘까 곱씹어 보느라니 그냥 저를 놀려보고 싶으신 거구나라는 짐작이 듭니다. 학창시절 수업 중에 문명비판에 대한 주제로 강의하셨을 때, '기계를 만드는 기계'로서의 인간에 대해 제가 주접을 떨어서 수업 분위기를 망친 적이 있거든요. 그때 얄미웠던 감정을 기회될 때마다 앙갚음하시는 듯. 
그런다고 제가 복수의 서랍 속에 갇혀 허덕대겠나요? 빌드업해서 오늘 또한번 황망한 상황을 만들어드리고 말거에요. 흥




    •  옷가지나 제대로 챙겨 입고 머리숱이나 많다고-> 그 총각이 반할만한데요? 무슨일 하고 계시는지 알면 더욱더 집으로 가지않았을듯요

      • 안 썼는데 이 에피소드의 정점이 뭐냐면 제가 그후 코피를 몇 방울 흘렸다는 거에요. 근데 코피 떨어지는 순간 그와 저의 시선이 딱 마주쳤다는 것. 그가 본능적으로 반쯤 일어나 저를 바라봤는데, 이토록 모양새 빠지는 순간을 경험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에쿠나~

    • 나 그동안 어프로치 하는 법을 잊었는데 저친구가 알려주는군요 써먹어야지 그나저나 여러사람들이 생각해주니 좋은거죠 아니 저 어린 머슴아는 빼고
      • 아직 누군가에게 어프로치하고 싶은 에너지를 지니고 계시는구나.... 저는 관계에 치이는 게 힘들어서 듀게에 낙서질이나 하고 있는데.... 

    • 주말의 풍미가 가득한 글이군요. 어디로갈까님의 일상은 저같은 독자에게는 가끔 호사스럽기도 합니다.
    • '호사'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봤네요. 익숙한 언어를 생경하게 접하는 순간이 저는 좋아요.


      '호사'라... 타인이 발설하는 헛소리를 꿈, 혹은 창조라는 행위로 변신시킬 수 있는 감성 혹은 능력. 그것이 예술이라 생각하는 1인.

      • 감성의 rise and sink 잠수함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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