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키호테에 대한 고찰

조카: eemo~ 돈키호테가 왜 우스운 사람인 거에요?

나: (흠칫) 남들과 공유할 수 없는 환상에 빠져 있기 때문이지.

나:  그가 풍차가 거인이라 생각하면서 달려들 때, 산초가 그건 풍차일 뿐이라고 알려줬으나 막무가내인 돈키호테는 듣지 않았잖아.

나: 막무가내가 무슨 뜻인지 이해하니?

조카: obstinately?

나: 응


조카: 그걸 의견 차이라고 생각할 수는 없나요?

조카: 어떤 사람은 그걸 풍차라고 부르고 어떤 사람은 거인이라고 생각하고 그럴 수 있잖아요.

나: (흠칫) 그건 사실의 문제일 뿐 해석의 문제가 아니란다. 이름에 대한 태도에서 둘은 갈라지는 거야.

조카: ??

나: 돈키호테는 사물에 엉뚱한 이름을 붙이잖아. 세상은 그에게 보이는 대로 존재할 뿐인 거지. 그가 보고 싶은 대로 말이야.

나: 그러나 불행히도 누구도 세계를 자기 식으로 바꿀 수 없어. 돈키호테의 문제는 그럴 능력이 없는데 그랬다는데 있는 거고.

조카: 어려워요.

나: 어떤 사람은 새로운 이름을 창안해 내고,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 내서 세상이 그것을 따라하게 해. 그걸 제도라고 하고 그게 사회의 의식을 바꾼단다.

 

나: 누구나 옳다고 생각한다고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가 될 수는 없어.

나: 돈키호테는 누구나에 대한 믿음이 없으며 오로지 자신의 환상만을 참이라 여기잖아. 그 환상에 다른 사람들이 의문을 걸어도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나: 한마디로 그는 강한 나르시시트인 거야. 

조카: 나르시시트에 대해서는 저도 생각해본 게 있어요. 정리해서 카톡할게요.

나: 오호 기대할게. (귀염~) 


뻘덧: 이 집 부모는 얼마나 아이 질문에 답을 안해주면 이토록 제게 알콩달콩 기대고 있는 걸까요. 언니 부부 런던 경시청에 고발하고 싶을 때가 많습니다. -_-


    • 40년 가까이 되지 않았나 싶네요 "kbs3 tv" 에서 민용태 교수가 설명하기를 "돈키호테는 정신이 멀쩡합니다. 투구를 만들어서 한 번 시험삼아 내리쳐보니 투구가 망가지죠. 그래서 투구를 다시 고칩니다. 그리고 한 번 더 시험삼아 내리치려다가....안 합니다. 또 망가질까봐요. 이게 어디를 봐서 정신이 나간 사람 행동입니까? 지극히 상식적이고 정상적인 사람이라는 거죠" 이상하게 돈키호테 완역본을 읽은 것 보다 이 말이 더 오래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 동키호테 닮은 애들 중 나도 꼈는데 생각만 닮고 실천은 못하는,이모가 더 맘에 들게 말을 해주니까 그렇죠
    • 허허. 조카가 나르시시트에 대한 개념을 간단 정리해서 보내줬습니다. 여덟살바기가 어떻게 이런 글을 쓸 수 있죠? 엄청 충격 받은 중입니다. 

      "나르시시트는 자기만 생각해요. 행복하지 않지만 세상으로 나가서 자기존재를 알리기 어려운 존재예요. 나르시시트에게 사는 동안 전성 시대는 없을 거에요. 
      돈키호테는 그동안 제가 읽은 책들을 지금과 과거의 이야기를 연결해 들려주는 것 같았어요. 돈키호테는 지금이 과거라고 생각하지 않고 자신이 살아야 할 현재라고 믿는다는 점에서 저의 사랑을 받았어요. 나르시시트를 얕보지는 마세요.
      나르시시트에게도 숨쉬는 것은 생생한 현실입니다. 그는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았고, 더 이상 현실에 맞지 않는 자신의 환상을 살아내려 것뿐이에요. 그걸 비웃지 마세요.
      가는 곳마다 곤욕을 당하지만, 절대 포기하지 않는 게 나르시시트에요. 그에게 포기란 없어요.. 그는 살면서 제도에 따라 이해하고 바꾸어보려는 거에요. 그들이 세상을 변화시켜요."

      다섯 문장 정도 더 있는데 충격 받으실까봐 생략합니다. 한국에서 자란 아이도 아닌데 한국어 감각이 참. 허허.


      • 어디로님이 돈키호테를 다소 가혹하게 규정한 것도 재능이 특출난 제자에게 화두를 던져두신거군요.

        그런데! 8살이 이 정도로 텍스트를 소화하다니 흐믓함을 넘어 충격적이셨겠습니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대단한 재능이에요. 미리 싸인 받아두고 싶어요. 양자역학을 가르쳐보는게.... :)
    • 고짓말이야 여덜살 애가 지생각을 쓴거라니,눈물난다
      • 저는 아이를 안 낳아봤는데도 아파트 이웃 아이들만 봐도 요즘 아이들 수준을 알겠어요. 우리 시대는 지났다니까요.


        조카는 명민해요. 근데 저도 저 나이 때 할부지가 제 글솜씨에 똑같이 감탄하셨는데 이렇게 평범한 사람으로 살고 있거든요. ㅋㅋ


        오늘부터 크리스마스 휴가라 듀게에 난장판 낙서질해볼까 궁리중입니다.

    • 에휴~ 신지예 현상에 대해 글 썼는데 등록하는 순간 싹 날아가버렸어요. 듀게에 정치글 안 쓴다는 원칙을 어긴 벌인 것 같음. 에휴~ 나름 날카로운 의견이었는데.... 에코나

    • 근데 아이에게 돈키호테입장이 아닌 풍차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게는 해보셨나요?


      자긴 풍차가 맞는데, 자꾸 남들이 거인이라며 정의를 해주는것도 모자라 검을 들고 말을 타고 공격해오는것에 대해서.


      애가 혹시 해리포터 팬 아닌가요?


      싹수가 노란게 





      • 이 댓글의 의미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어리둥절해 하는 중입니다.


        "싹수가 노란게?" 


        한국어 비유에서 색조로 감정상태를 나타내는 경우가 흔하다는 건 알지만 제 조카가 싹수가 노랗다는 의민가요? 갸우뚱~ 





      • 일면식도 없는 남의 조카한테 싹수가 노랗다는 말은 너무하지 않나요? 저번에 <듄>보고 저보고 어떻게 좋아할 수 있나 참 나 라는 표현까지 썼던데. 외국에 오래 살아서 한국인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예의라는 것 다 잊어버린 거예요?

    • 허허...저도 돈키호테 좋아해서 닉으로 쓰던 때도 있었는데 어린나이언 벌써 저기까지 생각이 닿았으니 대단하네요
    • (또 낙서질 하나 하려고 접속하니 오전에 쓰다가 사라진 이 글이 뜨는군요. 일단 여기에다 기록해둡니다.)

      - 정치인 신지예의 이적에 놀라는 분들이 많군요. 저는 그러려니 심드렁한데요. 오래 전 시인 김남주가 남민전 사건 중 <민투위 강도 사건>에 연루됐던 걸 알고 놀랐던 것보다는 덜합니다. 저는 진보 운동에 대해 낭만적인 환상을 가진 사람이 아니어선지 그랬습니다. <적군파 RAF>를 떠올리게 했거든요. 서부독일의 적군파는 거부 기업인을 납치해서 엄청난 돈을 뜯어내고 살해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습니다. 김남주의 시는 안치환에 의해 민중가요로 재생되었지만 아직도 저는 안 듣습니다.

      제가 흥미로웠던 건, 서정주의 친일 논쟁이나 전두환 독재 찬양만큼이나 김남주의 저런 <강도 사건> 연루에 대해 진보 진영에서 아무 말이 없는 거였습니다. 의아했어요. 시와 삶의 괴리를 보여주는데 다들 모르쇠 외면하고 있다는 게  이상했어요. 그가 서정주만큼 한국시의 역사에 획을 긋는 업적을 남겼으면 안 그랬을 것 같기도 합니다. 뭘 새삼 신지예라는 인물 정도에 화들짝 놀라나 싶어요.
      정당화될 수 없고 미화될 수 없는 죄업이라는 게 있습니다. 좌파의 자기 역사 청산작업이 상당히 절실합니다. 진보라는 단어는 신중하게 썼으면 합니다.
      • 김남주에게 저런 과거가 있었군요...중고서점에서 우연히 읽고 맘에 들어 오랫동안 그의 시를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 재밌는게요. 제가 뭘 쓰려고 접속했는데 그게 뭔지 이 글을 옮기는 동안 까묵했다는 거에요. ㅋㅎ

      • 이문열이 고은의 성 추행 행적에 관한 소설을 썼을 때도 이문열이 반대 진영이라 묻어 버렸다지 않았습니까.




        안희정 때 할줌마 사이트에서 김지은 씨 이상한 여자 만드는 것 보고 학을 뗐습니다. 그 할줌마들의 마음은 마치 감히 내가 사랑하는 운동꿘 오빠를 까내린 여시같은 냔 용서할 수 없다! 이런 팬심이었죠. 박원순이 자살로 회피했을 때도 내 아들이 성폭력 사건 저질렀다고 하면 감싸주지 않을 거냐는 논리보고 아 ㅆ ㅂ 할 말을 잃었습니다. 운동꿘들에게 여자는 동지가 아니었나 봅니다.

        • 유시민의 '해일이 오는데 조개 줍고 있다'는 발언도 추가...씁쓸한 역사죠.
          • 유시민은 프락치 사건도 있죠. 본인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지만 안기부가 하던 것을 대학생들이 했다는 게 그렇죠. https://ddengrang.tistory.com/1028




            조국 아들의 오픈 북 시험을 갖고 부모가 해 줘도 되는 시험인 냥 호도하려고 했던 게 제일 실망스러웠습니다. 아니 정말 개돼지로 여기나. 유학갔다 오거나 자식을 유학 보낸   사람들이 천지에 널려 있는데 그런 거짓말이 통할 리가.

    • 자~ 두 분, 진정하시라고 영상 하나 놓습니다. 저하고 외모가 제일 많이 닮았다는 우리집 아입니다. 하지만 솔직히 열정을 쓰는 방법은 제가  이 동생에게서 많이 배웁니다. 저는 이만 자러 갑니다. 오래 못자서 상태가...


      https://www.youtube.com/watch?v=8D7Wnnow2kQ



      • 지민이가 어디로님 동생이라고요? 머저리 동생과 형제요? 좀 놀랍네요
        • 사촌 동생이에요. 제 눈에는 닮은 얼굴이 전혀 아닌데 가족 모두 저와 똑 닮았다 그러네요 (성깔은 좀 닮은 듯.ㅌ) 이 친구 무쌍 갸름한 눈이 탐나기는 해요.
           

      • 참 전에 친척이었다는 말 들었던거 같아요
      • 헐??? 정말 놀랍군요 어디로갈까님의 친인척이셨다니...
        • 우주소년단이 맞나봐요. 다들 누군지 아시네요. ㅋ 사흘 전에 검정 티셔츠 하나 선물 받았는데 엄청 맘에 들어요. 근데 알아보니 가격이 엄청나서 부담스러운 중입니다.

    • 처음 녹색당에서 신지예가 등장했을 때 돈키호테인줄 알았어요. 꽤 좋았죠. 젊은이들의 그런 당찬 나르시즘을 저는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친인척 돈 다 날려먹고 위험한 사채까지 끌어쓰는 지금의 모습을 보니 씁쓸하네요.

      풍차들이 세상을 망치고 있는데 돈키호테들은 다들 어디 갔나요.
      • 정치계 동향을 지켜보라면 제가 이번 대선에 무소속 출마해보는 것도 괜춘할 듯합니다. 사실 댓글 읽는 순간 해야지! 싶은 말이 있었는데 1초만에 또 까묵~ 


        그나저나 듀게가 저를 거부하나요. 방금 낙서질 하나 하고 등록 눌렀더니 또 싹 사라지고 없네요. ㅜㅜ

        • 지민이 같은 얼굴 아는 사람이 있어 어디로님 출마하면 난 알아봄
          • 아마 글에서 파악한 제 분위기로 알아보실 듯. 

        • 근데 정치 하지 마시라 아니 아니네 갈 방향이 있는건 좋은거죠
    • 19751015. 경주 수학여행 중 친구들과 함께 [사진=심상정캠프제공]




      아 생각났어요. 이 사진 붙여보고 싶었던 것. 저 해맑던 심 언냐는 그래도 모진 세월 겪고야 무너지셨지. - -

    • 조카분의 성찰이 대단하시네요 돈키호테를 광인취급하는 게 일반적이지 돈키호테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려는 시도는 잘 하지 않을텐데...
    • 돈키호테는 이성에게 인기있는 타입이 아니라 ... 돈키호테 대에서 유전자가 끊어짐. 슬픈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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