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의 바다 (스포있어요)

월수가 등장하기 까지는 그런대로 괜찮았습니다. 

그림도 제법 예쁘게 뽑았고 배우들 연기도 괜찮았습니다.


그런데 월수가 등장하면서 스토리가 꼬이더니 막장으로 결말이...역시 K드라마는 막장 드라마이어야만 하는건가요?


SF에서 꼭 과학적 고증이 정확할 필요는 없고 때로는 전체적인 이야기 전개를 위해 어느 정도의 허술함은 너그럽게 넘어가는 편인데

'물은 물이다'라는 너무 기본적인 사실을 부정하고 시작하니 짜증이 치밀더군요. 

고분자 화합물처럼 엄청나게 복잡한 물질도 아니고 수소 원자 두 개에 산소 원자 한 개가 결합한 단순하고 단순한 물질을 가지고 왜 저런 이야기를 만들었나 싶어요.

물은 달에서도 화성에서도 안드로메다에서도 그냥 물일 뿐입니다. 바이러스가 된다거나 증식한다거나 하면 그건 물이 아닌데 그걸 물이라고 우겨요. 

게다가 이 기본 전제가 사소한 것도 아니고 이야기의 아주 중심축입니다.

지구에는 아주 흔해 빠진 것이고 달기지와 셔틀과 복제인간까지 마구 만들어제끼는 세상에서 바닷물 담수화는 왜 실패하는 건지...

물론 요즘도 가뭄이 들면 농사도 어렵고 절수하는 정책을 쓸 수 밖에 없는데 그건 바닷물을 담수화 하거나 현재의 수도 시스템을 리싸이클 하려면 인프라에 돈이 많이 들어서 그런거죠. 저렇게 식수가 없어서 사람과 동물이 죽을 정도면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인프라를 구축해야죠. 기술이 어려운 것도 아니고... 

더구나 사람을 죽이는 물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고 그걸 뺏으려고 죽고 죽이는 것도 이상하고 그걸 독점하려는 것도 더 이상하죠. 사람이 죽으면 못 쓰는 거죠. 그걸 왜 뺏으려고 난리인건지?  


또 다른 짜증 지점은 '인체 실험을 하는 과학자' 이야기입니다.

미친 과학자는 만화나 영화의 소재로도 흔히 쓰이고 역사적으로도 없었던 일이 아닙니다만...

한국 드라마들은 은근히 이 주제를 꽤 즐기는 것 같아요. 왜일까요? 

과학자들은 원하는 결과를 위해서 윤리적 문제를 껌같이 여긴다는 편견이라도 있는 것일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가장 똑똑한 청소년들은 모두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의사가 되고 싶어한다는 현실에서 몹시 위안을 얻습니다. 


종종 이런 이야기를 접할 때면 작가는 과학을 어떤 시각으로 보는 것일까 궁금해집니다. 소설이고 영화이니 모든 것이 꼭 과학적이어야 할 필요는 없는데 괜히 코로나 사태와 맞물려 음모론들에 힘을 실어주는 게 이런 이야기때문인가 싶기도 하고 그래요.  '물은 물이 아니고 바이러스인데 독점하려고 서로 싸우고 과학자들은 인체실험하고 정치인들은 은폐하고' 와 비슷한 음모론들이 지금도 한창이죠. '코로나는 5G 네트워크를 타고 퍼지고 과학자들은 백신으로 생체 실험을 하고 정치인들은 은폐한다.'와  별로 달라보이지가 않아서요.


그렇다고 우리나라 SF 물이 다 그렇게 허술한 건 아니예요.

사실 저는 시지프스를 꽤 재미있게 봤어요. 세간이 혹평이 과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역시 흔하고 흔한 수 많은 시간 여행물 틈바구니에서 제법 개성있는 스토리를 써냈고 과학적 개연성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거기에 액션까지 곁들여서 볼 거리도 쏠쏠했어요. 과학자는 미치광이가 아니고 정치인들은 음... 여기서도 은폐하는군요. (아, 정치인들은 정말 어쩔 수 없는 건가요?) 그래도 고요의 바다에 비교하면 훨씬 칭찬을 받아야 하는 작품이라고 봅니다.   

    • 그 월수란 컨셉이 좀 웃겨요. 물은 물인데 바이러스같기도 하고 상처를 낫게 하는 치료제도 되고....그냥 편한대로 그때그때 '원래 그래'.


      그리고 상식적으로, 월수가 다루기 힘든 물질이라면 어떻게든 지구에서 사용할 수 있게 노력하는 게 순서 아닌가요? 월수에 맞게 인류를 개조하기보다 그게 훠얼씬 더 쉬울 거 같은데.


      루나란 존재도 마찬가지죠. 공유를 위험에 빠트린 그 엘리베이터는 누가 조작한 거죠? 통신은 왜 두절된 거죠? 그게 설마 다 루나의 초능력인가요? 


      말씀처럼 과학적 고증따위에 시간을 할애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믿기 힘들 정도로 뻔하고 지루한 작품이었어요.


      누가 죽을지 순서를 거의 다 맞춘 사람 저뿐만은 아닌듯요.

    • 누가 이 드라마에 대한 듀나님 실시간 반응을 모아놨더라구요.



      https://nara.tistory.com/3598



      어떤 면으로는 진정으로 즐기신(?) 듯 하기도 하고... 하하;
      • 이런 건 또 어찌 찾으셨나요 모아놓으신 분과 로이배티님 덕에 감탄하고 갑니다.
    • 뭔가 하드 SF분위기의 영화인줄 알았는데 판타지물이었나보군요.ㅋ 듀나님 반응을 보니 영 보기가 꺼려지네요 ㅎㅎ 

    • 시시하고 재미없는 진실은, 다들 먹고 사는데 급급해서 그랬을 겁니다.
      언급하신 문제들은 디벨롭 과정에서 여러차례 지적됐을 거예요. 그리고 이 문제를 수정하는 일이 밥벌이를 위협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겠죠.

      고증과 별개로 서사와 연출이 낙제점이죠. 대화장면도 구성을 못하는 걸로 보아, 합리적으로 돌아가는 프로덕션은 아니었을 것 같더군요.

      ---
      [그렇다고 우리나라 SF 물이 다 그렇게 허술한 건 아니예요.
      사실 저는 시지프스를 꽤 재미있게 봤어요. 세간이 혹평이 과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역시 흔하고 흔한 수 많은 시간 여행물 틈바구니에서 제법 개성있는 스토리를 써냈고 과학적 개연성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16편이나 되는군요;;;;; 일단 믿어 보고 거지같으면 원망하겠습니다. :)
      • 장편작이라는 것이 단점이라고 말하려고 했는데 전형적 K 종편 포맷 (16부작에 한 편당 길이도 한 시간이 넘는) 과 K 회상 씬이 많습니다. -_-b 

    • 무한동력조차 그럴듯하지 않나 하고 보는 문돌이라 어지간한 설정구멍들은 참고 볼 만한 했습니다. 결국 아신이가 맨발로 달표면에 서 있는 압도적인 로망에 충분히 만족스러웠어요. 월수는 기지에 보관중인 샘플들이 증식한게 아니라 지하 어딘가 원천에서 쏟아진 걸로 볼 수 있죠.
    • 무안단물의 새로운 이름이 월수인듯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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