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입니다

이 글은  편지처럼, 누군가에게 말을 거는 사람으로서 쓰는 겁니다.
좀전에 지인 한 분과 같이 아점을 먹었는데, 식사 후 커피 한잔 나누다가 저에 대해 이런 규정을 하시더라고요. "너는 말을 걸 줄 아는 사람"이라고. (음? 세상에 말을 걸 줄 모르는 사람도 있나요? )

아마 저는 언어에 대한 여러 갈래 회의의 이론을 좀 알고 있는 편일 겁니다. 언어가 마법의 세계에 얼굴과 발을 담그는 일인 것을 아는 사람일 거에요.  노트에 일기 한줄을 기록하는 동안에도 이상한 정적이 시작되고 더할 수 없이 생생해지고 '살아온' 생애가 포함하는 균열들이 사라지는 느낌이 선명해지는 타입의 사람입니다. 두 손을 펼쳐 얼굴 하나가 얹힐 자리를 만들면 어디선가 한 얼굴이 다가와 빛나고, 때로 위로받아야 할 내가 문득 위로하는 소리가 흘러나오는 동굴이 되어 있죠. 마음속 어딘가에 바를 정자를 써야 하는데, 게시판에 낙서질을 하노라면
그 획이 그어지는 느낌이 듭니다.

몇 달 동안 밥을 못 먹었어요. 대신 맥주를 마셨고 정신적 허함에 허리를 굽히고 부재하는 어떤 말들에 사무쳤더랬습니다. 돌이켜보니 팔 년 전쯤부터 이런 증상이 시작되었더군요. 
좀전에 보스가 제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더니 이런 말을 했습니다. "너는 스스로 항상 고향처럼 생각되는 한 시절을 열어두고 살지? 그래서 아무도 필요치가 않은 거지?" (최근에 들은 말 중 가장 시적이어서 심쿵했어요. ㅋ)

뭐랄까, 그의 말로부터 터벅터벅 걸어나와 수십 년이 흘러서  어느덧 늙어버린 기분이 듭니다. 그래서 이렇게 쓰고 있어요. 그래요. 저는  말을 걸 줄 아는  사람일 겁니다.  관계를 마법이라고 생각하지만 관계란 '마'도 아니고 '법'도 아닌 무엇이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네 이건 편지입니다. 인생의 작은 감회는 "응, 나 왔어."라고 말하는데 있는 거죠. ㅎ 저는 말을 거는 사람입니다. 그 태도를 포기하지 않을려고 굳이 듀게에다 새겨놓습니다. - -;

    • 와 거의 한달 됐네요 여기 없기 전부터 식사를 제대로 못했군요 많인 못먹어도 이거저거 먹어야 합니다 뭐 아주 안먹지는 않으니 별차이 없기도 하지만 속으로는 차이가 있다고 봐요 약을 대신 먹든지 아무거나 드시도록, 마음이든 무심이든 한심한건 마찬가지지만 서서이 모르게 잊어가지 않게 삽시다 어디로님
      • 가족들이 저 보고 성질 못됐다고 평할 때마다 억울한 기분이 있었는데, 이젠 인정합니다. 저, 성질 만만치 않다는 것. 안 먹는 애들이 성질 더럽다는 평에 백퍼 공감함! ㅋㅋ 안 먹으면 음식을 만들지 말아야 하는데 제 취미 중 하나가 요리라는 게 비극이에요. 솜씨나 없나요. 엄청 잘 만들어요. ㅋㅋ



        • 그럼 뭐 집어먹으니 안심이네요 나도 많이 안먹지만 내몸 생각은 좀 염치 없게 모질게 하는 편이라 금방 뭘 만들어 안심이 됩니다 식자재 마트에서 최근 돼지머리 세개나 사먹었어요 이거 많이 먹으면 천하장사 되는거라면서 하고 친한 캐셔에게 말을 거니,그럼 그게 남아있겠냐 근데 천하장사 돼서 어따 써먹을거냐고 물어봄, 이거 값이 오년전에도 만사천원 했는데 그대로임,
    • 커피 안 마신지 오래고 차도 안 마신지 오랩니다. 음료는 맥주만 마시고 사는데, 보스가 자꾸 권해서 보이차를 마시고 있습니다. ‘이때다!’ 싶은지 몸이 좋아서 샤방샤방 좋은 티를 내네요.
      어릴 때 깡마른 제가 안스럽다며 보이차 권하시던 이웃 할머니가 계셨는데 아직도 생존하시는지는 모르겠습다. 차가 얼마나 몸에 좋은지 설명해주시고 다기도 안내해주시고 그랬는데. 무엇보다 구수하게 이야기하시는 말솜씨가 일품이었어요.
      발효문화의 반도땅에 신기하게도 발효하지 않은 녹차가 전해져 내려왔지만, 저는 좀 거부감이 있었어요. '차 문화'에 대해 귀동냔 눈동냔하면서 많이 개선되긴 했지만요. 세상에는 은일하게 살면서 제 뜻을 어떤 식으로라도 펼치는 기인 재사 산림이 있기 마련입니다.

      용기 하나에도 까탈스럽던 제가 지금은 도공 의 찻잔도 쓰지 않고 그냥 일반 커피 찻잔으로 차를 마시는데, 같이 나눠마실 사람이 없는 게 더 재밌군요. ㅋ
      • 들어는봐도 안먹어봤어요 날 걸차가 더 좋을거 같은
          • 여러가지 좋다고 하니 마셔봐야겠어요
      • 질문을 던져 소통하려는 아이디입니다

        • 캬~ 최근 가장 저를 고무시키는 상찬의 말씀입니다. 


          요즘 여기저기에 쥐어박히는 말만 듣다가 엄청 힘받았어요. (저의 특기 제안) 뭐 드시고 싶은 것 함 제안해보세요. 설날이 코앞이니 다 사드리겠습니다. 근데 이런 제안 해봐야 다들 사양하시더라고요. 왜들 그렇게 수줍어 하시지? ㅋ

          • 괜찮습니다. 말씀만으로도 감사해요. 아잉~ (수듑수듑 *^^* )

    • 맘 편히하시라 말씀드립니다...만 성격상 쉽지 않겠죠...


      커피, 홍차, 녹차,,안마시는 것이 좋다고 해요...

      • 그러게요. 저희 가족 의사님도(갑자기 전문 용어가 기억 안나서리~)  저에게 차 마시지 말라더라고요. 체질 상 안 맞는다고요. 


        근데 제가 전문가의 말을 그다지 따르지 않는 편이라... 성질 나쁜 사람 특성이기도 하지만 워낙 뭘 안 먹는 사람이라 차떼고 포떼고 하면 굻어죽기 딱 좋아요, 제가. 정말 징글징글하게 안 먹어요. ㅋ

        • 나도 잘 먹는게 건강에 최선이란 말 신뢰하지 않음, 사람 몸도 거의 물이듯 사람 먹는거 꼭 짜면 물 몇컵 밖에 안되는데 그나마 더 안먹어도 괜찬습니다 근데 밥하고 풀만 먹긴 싫음
    • 어디로갈까님의 귀환을 반깁니다! 덤덤하게 써져있지만 밥을 못드시는 육체적 고통과 언어의 허기에 꽤 시달리셨겠지요. 바름의 낙서를 또 즐길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게시판 2012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462,413 01-31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147,949 12-31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122,156 04-01
130354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10 189 12-31
130353 아바타 3를 보고 유스포 2 194 12-31
130352 [핵바낭] 올해 잉여질 결산 잡담 14 336 12-31
130351 아바타: 불 과 재 보고 왔어요 짤막 소감 6 236 12-31
130350 [영화강추] '척의 일생' 8 253 12-31
130349 흑백요리사 2 8~10회, 싱어게인 4 탑 4 결정 6 289 12-31
130348 Lacombe Lucien(1974) 7 133 12-31
130347 [관리] 25년도 보고 및 신고 관련 정보. 15 329 12-31
130346 Isiah Whitlock Jr. 1954 - 2025 R.I.P. 2 141 12-31
130345 [왓챠바낭] 우편배달부 말고 '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 잡담입니다 12 272 12-31
130344 [넷플] 말 많고 탈 많은 '대홍수' 드디어 봤습니다 14 458 12-30
130343 [반말주의] 다들 올해 고생 많았어!! 새해 모두 건강하고 복 터지길 바래!! 12 190 12-30